29> 세마댄스에 빠져 이슬람신도 되기.

2010. 12. 28. 21:00Turkey 2010





이슬람에서 허름한 옷(수프)을 걸치고 수행하며 청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수피라고 부른다.

거기서 유래한 수피즘은 이슬람 신비주의를 의미하는데 '신에 대한 사랑, 신에 대한 신비적인 탐구'를 목적으로 한다

7세기경부터 시작하여 12세기에 다양한 교단이 조직되고 그 후 이슬람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나중에 돌아볼 터키의 고대도시 곤야에서 창시된 메비레비 교단도 그 중 하난데 세마춤으로 유명하다. 메비레비 교단은 오스만 왕조시대에는 술탄과 궁정의 엘리트층에까지 신자가 많았지만 아타튀르크의 정책에 의해 신학교와 수행장이 한때 모두 폐쇄되었다. 


짜이집에서 터키의 전통음악에 취해있다가 세마댄스를 보기 위해 시간맞춰 나왔다,

한국에서 온 여학생 4명도 동행했는데, 어제 보고 감명받아 오늘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한다

 

비는 계속 내리고 질척한 골목길을 이리 저리 돌다보니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었다,

가다 쉬다 차 비켜주랴 비 피하랴 하며 상당히 오래 언덕길을 오르니 드디어 정원이 딸린 정갈한 건물이 나타났다,

오늘 세마댄스를 공연하는 KARABAS-I VELI CULTURAL CENTER 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행히 아직 시작은 안했다.

여성분들은 2층으로. 남자들은 1층으로 !

벌써 사람들이 자리를 꽉 메워서 아흐멧과 난 입구에 앉아야 했다.


1550년에 지어진 이 건물을 개보수하여 2005년부터 Mevlana Sufist 문화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구경꾼들중에는 간간히 백인도 보이는데 주로 터키사람들이 많았다.

이 기둥이 무슨 나무다 라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는데...

 

 

드디어 세마의식이 시작되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과 합창단이 왼쪽 단상위에 도열하고


세마댄서들이 계급장 순서에 따라 홀 가운데로 나왔다


맨 앞에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대장인가보다.

코란글귀가 쓰여있는 벽을 향해 장엄한 주문을 외운다

 " 인샬라 ~ .... " 


일순 장내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고...


댄서 한 사람씩 대장에게 가슴으로 포옹을 하며 천천히 돈다

흡사 팽귄같아 보였지만 첨 보는 동작에서 경건함이 충만했다.



검은 망또를 벗고 드디어 본격적인 댄스의식이 시작되었다









내 몸이 갑자기 벌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다리부터 턱까지...

드디어 나에게도 접신이 !

댄서의 치맛바람이 장난아니게 쎄서 바로 곁에 있는 내가 다 추워 떨릴 지경이었다.







합창단의 노래소리는 높아지다 낮아지다를 반복하는데 댄서들의 회전속도와 관계되는거 같았다

사람들은 주로 세마댄스만 관심있지만 곁들여지는 합창 또한 남성다운 기상이 느껴져서 충분히 감동이었다


의식이 거의 끝날쯤 탄식하는듯한 독백이 이어진다.

무슨 뜻인지 알순 없지만 충분히 가슴으로 느낄수 있었다.  깊은 슬픔이 베인... 

급기야 합창단원 한명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한이 많은 우리민족의 슬픈 아리랑가락이 세마의식과 오버랩되었다


의식이 끝나고 텅빈 단상. 


단순히 터키의 고유 춤을 보려고 다른 도시에선 비싼 돈을 내야 하는데 여기선 무료로 볼수 있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지만 의식이 끝난 지금 메블라나교의 신자가 되고 싶을 정도로 감동 먹었다. 경건하고 심금을 건드는 스토리가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이슬람신도들의 과격 테러등이 발생하지만 그건 우리들의 프레임이고 이슬람 내부의 프레임은 순교와 의거 봉기인거다.  윤봉길이나 안중근의사 처럼...조금은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해할수 있을거 같다. 나 아직 자살폭탄을 감고 다닐 정도로 믿음이 충만하진 않으니 걱정마시길 

* KARABAS-I VELI CULTURAL CENTER 는 현재 Sufist culture 를 연구 보존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홈피  www.osmangazi.bel.tr 


뜨거운 가슴으로 나왔는데 밖엔 아직도 차가운 겨울비

고맙게도 센터에서 따뜻한 짜이를 쟁반에 담아 무료로 나눠줘서 몸을 녹일수 있었다


부르사의 달동네를 내려온다.

아직 저녁도 못 먹어 아흐멧에게 지금까지 문여는 식당이 있는지 물어보니 맛있는 곳이 있다고 다시 시장으로 돌아왔다,


현주는 가지 한통이 그대로 올려진 저녁을 시켰는데 엄청 맛있었나 보다.

아흐멧에게 비싼 음식을 시켜주려고 하는데 초르바시(스프)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고 사양했다


한국에서 아흐멧 소문을 듣고와 그를 만나기 전까진 현주나 짱이에게 주의를 줄 정도로 그를 경계했다. 그의 한마디 말이 생각난다. 

  ' 한국사람은 마음을 여는 민족같아서 참 좋다. 그런 면에서 터키인과 닮았다 '

그러나 먼저 마음을 연 사람은 그였고 그는 보답을 바라지 않고 많은 것을 베풀었다, 자기 돈으로 짜이값을 치루고 그 비를 다 맞으며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보조를 맞춰 주었다, 원하면 늦은 시간까지 자신을 할애해주었다. 억지로 하는지 마음속에서 우러난 건지 구분할 눈치는 있다.  그는 후자였다. 

그를 욕하기 전에 우리는 그만큼 자기 사는 곳을 사랑하고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었는지 먼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한국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왠지 마음이 울컥했다.



음식점 주인아저씨가 써비스로 꿀에 절인 달콤한 호박을 내준다. 

총 25 TL (18750원)


방에 올라오니 온 몸이 젖어서 현주 옷을 걸치고 빨래를 했다.

욕실 샤워꼭지는 계속 빠지고 바닥은 지저분했지만 이 상황이 재밌어서 현주랑 짱이랑 킥킥거리며 3층을 전세낸듯 즐겼다. 우리 바로 옆방에 남녀가 한 침대에서 자고 있는 줄도 모르고...




얇은 이불 하나 덮고 밤새 추워서 웅크리다 정신을 잃었다




'Turkey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 Sema 네 집에서 아침을 먹고  (0) 2010.12.29
30> 주마르크죽 가는길  (0) 2010.12.29
28> 시장 골방에서 전통음악을 듣다  (0) 2010.12.28
27> 겨울 호숫가 Driving  (0) 2010.12.28
26> 서글픈 자미  (0) 201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