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9. 09:00ㆍTurkey 2010
자미에서 새벽 기도를 알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눈이 떠져서 살아있는 줄 ...밤새 동사한 줄 알았다
창밖은 서늘한 여명이 밝아오는데 온몸이 뻣뻣하다
멀리 미나레의 불이 아직도 켜져 있다면 필시 묘시(5~7시) 임에 틀림없다,
추워서 한숨 못잤다고 하니 현주가 옆 침대 이블을 걷어 두겹으로 덮어주었다
훨씬 포근해서 다시 잠이 들었다
...깨니...
창밖은 완전히 밝아져 있다.
이불속에서 관절들을 맞춰본지 1시간만에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본다
비는 그치고
부르사는 아직 고요하다
간밤에 날 구해준 구명담요.
오늘 오전엔 주마르크죽을 가려고 한다.
터키의 전통이 보존된 마을로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3군데가 있다.
아흐멧은 Safranbolu (사프란볼루)는 상업성을 너무 띄어 퇴색된지 오래고
Sirince (시린제) 마을도 맞교환으로 예전에 살던 그리스인들은 다 이주했고 터키인들이 들어와 산다고
Cumalikizik (주마르크죽)가 그중에 제일이라고 자랑하며 위에 약도를 그려주었다
귀네스 오텔을 나와-3층 돌출된 부분이 우리가 묵었던 방-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젯밤 비맞고 헤대던 골목이 밝을때 보니 다른 곳 같다
사실 한국에서 이미 주마르크죽 지도를 출력해왔었다,
아흐멧의 약도랑 비교해 보고 머리를 쓴다고 지름길 같은 곳으로 빠진 것이 말썽이다. 거리 계산이 잘못되어 헤매기 시작했다
6명에게 길을 물었다.
조수석쪽에 앉았으니 현주가 주로 현지인과 대화했는데 주마르크죽 발음이 웃겨서 짱이랑 한참을 놀려댔다
주민들은 정성껏 설명을 하지만 못 알아듣는 나도 피차일반인데 ㅋㅋ
핑퐁처럼 큰 길을 왔다갔다 하며 거리를 좁히다보니 간신히 주마르크죽을 올라가는 산길을 찾았다.
고동색 바탕에 Cumalikizik 이라고 쓴 이정표가 엄청 반갑다.
마을 앞에 버스를 돌리는 공터가 있고 동네 청년회에서 나온 듯한 남자가 차 댈 곳을 안내한다.
주차비 달라는 말은 없다.
겨울 이른 아침이라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아서 더 을씨년스럽다
알록달록 파스텔 톤으로 치장은 했는데 나무나 흙벽 그대로인 자연의 색이였으면 더 고풍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색을 통일한 프랑스는 고급스럽게 보였고 칠이 벗겨진 그대로 놔두는 이탈리아는 소박해 보였다.
그러다 일본이나 한국의 농촌을 가면 빨갛고 파란 지붕에 온갖 색들이 자기를 봐달라고 내미는거 같아 눈이 피곤하다.
주마르크죽도 저런식이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 쉽지 않을듯
아침식사를 준비하는지 여기저기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
갑자기 배가 고프다.
파란 비닐장판들이 눈에 거슬린다
동네를 올라가며 보는데 딱히 눈길을 사로 잡는게 없다
이 정도의 집들은 이스탄불 가난한 동네에 가도 똑같다.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힘들게 찾아왔나 속으로 후회했지만 억지로 재밌는 척 했다.
터키의 지명중에 주마르크죽도 맘에 드는것 중에 하나다.
카파도키아 괴레메 투루바 아피온 베르가마 등의 고유발음이 듣고 발음하기에 좋았고 데니즐리 사프란볼루 안탈야 토로이 메르신 트라브존 등은 왠지 영어 냄새가 나는거 같아 싫었다.
지명만큼 역사를 간직한 자료가 또 있을까 ?
그 땅에 누가 먼저 살았는지, 누가 득세를 했는지, 성곽이 있는 마을인지, 목화가 많이 나는 곳인지 여관이나 교통이 만나는 곳인지...몇 글자 안에 녹아있다.
우리나라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지명.
" 구파발 "
- 개가 말대신 파발을 뛰었다는 믿기 힘든 전설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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