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시장 골방에서 전통음악을 듣다

2010. 12. 28. 18:00Turkey 2010




부르사에 도착했지만 시내까지 또 한참을 들어갔다.

수원보다 인구수가 더 많고 터키에서 4번째 큰 도시답다.

우리나라는 고층 아파트가 많아 인구대비 도시의 크기가 좀 작고 집중되어 있지만 터키의 도시들은 저층의 건물이 대부분이라 인구가 좀 되면 엄청 넓게 퍼져있다

 

시내에 거의 들어온거 같고 지도로 대강 위치를 봐놨지만 옆 차에 길을 물었다.

아저씨 설명을 듣고 창문을 닫은 다음 현주랑 뭔 말인지 해석을 하는데 답답했는지 빵빵하더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그 이후론 정말 천우신조였다는 말이 맞겠다, 연이어진 로타리 두개를 돌고 번잡한 시내를 몇번 신호를 받고 가다가 갈림길에서 우리에게 마지막 설명을 해주고 가셨다. 이런 길을 혼자 찾을 생각을 했으니...

 

목적지에 가까이 왔는데도 퇴근시간과 맞물린 번잡함과, 폭우와, 일방통행에 또 놓쳐버렸다

막히는 길을 크게 한바퀴 돌고 오늘의 목적지인 Gunes Otel (귀네스 오텔)이 있음직한 블럭속으로 들어갔다

 

차 한대 빠져나갈 골목길인데 하필 공사중이라 옆길로 빠지니 유료주차장 마당 한복판이다

차를 돌려야 하나 머뭇거리는데 비를 맞고 청년하나가 와서 차 빼는걸 봐줬다

 

다시 나가려다 혹시 귀네스호텔을 아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대화가 전혀 안되었다, 

날은 껌껌해졌고 비는 그칠줄 모르고 내리는데 한 5분쯤 서로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이 되버렸다

마침 차를 빼가던 남자가 영어를 좀 한다. 나랑 짱이랑 여기서 기다리고 안사람과 청년이 귀네스를 찾으러 나갔다

 

불안한 마음에 한참 기다리니 마침내 둘이 도착하고 연이어 귀네스 오텔 할아버지까지 와주었다,

차를 하루 이 유료주차장에 맡기기로 하고-10 TL- 짐을 들고 귀네스로 간다


비를 다 맞고 정성껏 우리를 도와준 고마운 청년.


* 위에 두 사진은 다음날 찍은 것인데 설명상 땡겨 썼다,


전형적인 Guest House (비영어권에서) Backpackers (남반구에서) Dormitory (미국에서) Youth Hostel (좀 클때) 기숙사 (한국에서) 다.

기다란 로비로 들어오니 할머니는 어두운 구석에서 TV를 보고 계신다

3명 숙박비를 54 TL 달라고 해서 애누리 덜고 50 (37500)으로 해달라고 하니 흔쾌히 깍아주셨다.

아침식사는 분위기상 기대하면 안된다


3층 맨 끝방인데 이름만 Otel 이지 거의 우리나라 역뒤 여인숙수준이다.

통로에 깔린 지저분한 카펫, 한칸 짜리 공용 화장실과 욕실.





오래된 건물을 숙소로 개조한 듯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려다보니 비는 계속 내리는데 한쪽은 공사중이라 진흙투성이고




한쪽길은 시장입구인듯....



한국에서도 유명하지만 중국 일본등에서도 많이 오는지 놓고간 가이드북이 많았다.

단 서양사람들에게는 좋은 평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남여공용 화장실에 서서 휘갈기는 남자들때문에 냄새가 장난 아니니 양놈들은 와서 문열어보고 다 도망간다


이 할아버지가 귀네스 오텔의 주인 ' 핫산 ' 

프런트 앞에 지저분하게 붙여놓은 감사편지들. 주로 아흐멧 교장선생님과 주마르크죽에 대한 안내글이었다


할아버지한테 교장선생님 오늘도 오시냐고 물어보니 6시 정도 되면 항상 온다고 한다.

아흐멧 교장선생님에 대하여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거 같아 부언설명 들어간다.

『 근처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있는 아흐멧은 터키 여행동호회에선 나름 유명하다. 매일 저녁때만 되면 이 귀네스오텔에 들르시는데, 숙박하고 있는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여행가이드를 몇년째 해주신다. 최근엔 여자들에게 찝쩍댄다는 풍문이 있어 호불호가 갈린다 』

 

6시쯤 되니 어김없이 젖은 우산을 접으며 오늘의 주인공 '아흐멧'이 들어온다. 아흐멧은 영어를 아주 잘했다.

 

농담을 주고 받다가 ' 핫산의 나이를 맞춰보란' 다. 희끗한 머리를 보고...멍청하게 말해버렸다

   " 한 68 ?  "   

일순 쫘~ 해지는 분위기. 그보다 더 어렸다.  아니 더 젊었다.

한국에선 흰머리로 나이를 가름한다고 변명을 둘러댔지만 이미 활 떠난 화살이다. 사람들은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젊어보인다 멋있다 해줘야 좋아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딱히 가이드해달라는 말을 안해도 되었다.   

    정해진 순서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평소 친분이 있던 사이처럼

우리는 귀네스를 나와 빗속에 우산을 같이 쓰고 시장 골목으로 들어갔다.


지붕이 덮힌 어두운 시장안쪽에 짜이집이 환하게 불을 켜고 있다.

계단을 한칸 내려가 안으로 들어가니 홀에서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있고 그 안쪽 방에선 첨 듣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두 계단 더 아래로 내려가니 기껏 중학생정도로 보이는 남자애가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메모지를 들고 있는 사람이 아흐멧 교장선생님


청년이 짜이 세잔을 내려놓는데 내가 계산하려고 하자 아흐켓 얼굴을 처다본다.

받아도 되냐 ? 고 묻는거 같았다.  아흐멧이 질끈 눈을 내리감자 그냥 갔다. 한두번이 아니라 매번 관광객들에게 아흐멧이 자기돈으로 대접했음을 알수 있었다


건네주는 메모지를 받아보니 투박한 솜씨로 터키의 전통악기를 그리고 이름을 적어놓았다.

피카소의 낙서보다 더 소중했다.



현주가 나무수저를 들자 주변 사람들이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한다. 내가 볼땐 배고파서 그런거 같은데...

나한테도 악기를 건내주었다. 평소에 리듬좀 타봤으면 좋았을껄 후회해도 늦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젊은 뮤지션들이 들어와 친하게 서로 인사하며 연주를 했다.








반갑게도 한국여학생 4총사가 들어오고 또 다른 일본여성과 동네사람들이 더 들어왔다



쟁반에 뭘 이고 다니던 할머니도 팔 생각은 잠시 접고 구석에 앉아 음악 감상을 하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이 여인이 일본여성.

아흐멧 말로는, 일본에서 물리치료사 일을 하다가 터키가 좋아 42살 나이에 혼자 부르사에 와서 살고 있다 한다

몇달 배운 터키말과 악기 다루는 솜씨가 수준급이었다. 

   한번 사는 인생,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도 참 믓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연주를 청하자 마지못해 자리를 옮겨 한곡을 연주한다.

 

부르사의 밤이 아늑하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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