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서글픈 자미

2010. 12. 28. 14:30Turkey 2010





이제 이즈닉 구경할거 다 했으니 천천히 부르사로 출발할까, 시내 동쪽으로 차를 모는데... 어라 ?

Yesil Camii 간판이 보인다.

그럼 그렇지. 아까 우리가 본 자미는 다른거 였구만





오른편에 이름모를 자미와 이마레티박물관이 보이고


여자애들이 자기 찍는줄 알고 방긋 방긋 웃는다.


가운데로 갓 단장한 듯한 돌길이 깔려있고 좀 신경쓴거 같은데...뭔가 좀 어설프고 묘한 분위기였다


오른편으로는 바로 그 예실자미가 먼 산을 배경으로 요염하게 누워있었다


이 자미가 유명한건 녹색타일로 독특한 무늬를 만든 미나레 때문이다


자미옆으로 동네사람들이 편하게 쉬고있는 공원이 이어졌다






터키국기가 세워진 박물관, 정확한 명칭은 Nilufer Hatun Imareti Muzesi (니뤼페르 하툰 이마레티 박물관)다.

이마레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것을 나눠주던 궁휼시설인데 오스만왕조시대에 술탄이 세운 이마레티중에선 가장 오래되었다


박물관이 작은데다 입장료도 있어서 그냥 담넘어로 기웃거리는데 정원 가운데에 석관묘가 보인다.

형태로 봐서 그리스식과 로마식이 섞여있어 과도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왼쪽 조그만 자미에서 예배가 끝난 사람들이 하나 둘 집으로 가고 있다.

터키는 유명한 자미보다는 이름없는 동네의 자미에 사람들이 더 많았다.





오른쪽에 예실자미에서도 예배가 끝난 사람들이 나온다

유난히 흰 대리석때문에 차갑고 썰렁하게 보여서 안에 아무도 없는줄 알았다


삼삼오오 집으로 돌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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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있던 노인 둘이 자미 옆 벤치에 앉아 심각하게 예기를 하더니


잠시후 빈 자리만 휭하니 남았다


우리도 당근 들어가 봐야지.



옛 흑백사진을 보니 주변이 초가집과 건초더미가 쌓인 농촌이였군 


기도 마치고 나오던 아저씨가 우리를 보더니 옆에 통에서 스카프를 꺼내 주었다,


1378년에 만들어졌으나 내부가 참 소박했다.

같은 시기에 이탈리아인들은 두오모에 화려한 프레스코화를 그리고

                 프랑스의 바실리카들은 황금 금박을 덧씌우고

                 신성로마제국 독일에선 성당전면에 하늘을 찌를듯한 첨탑-고딕양식-을 세웠고

                 고려 말 이땅에선 대웅전에 단청을 입히고 있었겠지.


두 사람 며칠만에 이슬람교도 다 됐다


몇백년된 예배당에 최신식 전자시간표라... 기도시간이 매일 변하므로 분 단위로 표시된다.

써 있는걸 대강 훌어보니

' 2010년 12월 28일 2시 57분 56초.     SAB-사바흐 (아침)      OGLE-오레 (정오)      AKSAM-악삼 (저녁) ...'


발냄새 하나도 안나는 카펫

그리고 아직도 선명한 대리석 장식,



스카프 다시 통에 넣고 나왔다.


사진도, 흐린 날이 더 잘 나오듯이

여행을 다니면 화창한 날보다 이런 날이 기억에 남는다.  더 감성이 풍부해지는거 같다 

어스름해지는 하늘. 조용한 동네를 지나가던 기억

따뜻한 창가에 앉아 바람부는 거리를 바라보던 기억

둘이 우비입고 비 맞으며 오토바이 타던 기억...

 

먼 훗날 먹구름낀 하늘을 보면, 낡은 자미를 둘러보며 왠지 서글픈 기분이 들었던 오늘이 생각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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