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4. 21:00ㆍBelgium 2016
오늘 마지막 둘러 볼 건축물은 이백년이나 됐으니 엄밀히 말하면 현대건축물은 아니다.
이름은 모르겠으나 제법 큰 마을을 통과해
교외의 서커스 천막을 지나간다.
조수가 입에 넣어주는 과자를 넙죽넙죽 받아 먹으며 운하를 따라 브뤼셀 방향으로 30여분, 40km,를 올라가자 Waterloo 이정표가 나타났다.
네비가 다 왔다고 널부러진 곳은 작은 마을 사거리다. 분명 탁 트인 벌판 한가운데 있는 건축물인데 사방이 낮은 집들로 포위된 듯 막막하다. 기껏 확보한 정보가 거리 이름정도고 정확한 번지수를 모르니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
일단 주유소 옆 공터에 차를 세우고 네비를 깨워 이렇게 저렇게 다른 정보들을 입력해보니 여기서 브뤼셀 방향으로 95km를 더 가라는 것이 아닌가.
‘ 내가 한국에서 지도에 표시를 잘못 했나보다 ’ 고 자책. 일단 오늘 찾는 건 포기하고 그냥 바로 숙소 가는 걸로 결정.
후진하려는데 멀리서 오던 차가 멈춰 기다려 주었다. 고맙다고 손짓하고 차를 빼서 사거리를 지나 고속도로로 진입하는데 현주가 긴가민가한 목소리로 “ 형, 저거 아냐 ? ”
키 큰 미루나무 가로수 사이로, 들판에 봉곳 솟은 언덕이 얼핏 보였다. 내가 찾는 것이 맞았다. 옆에 두고도 그냥 갈 뻔했다. 일단 고속도로에 진입후 가장 가까운 IC에서 빠져 다시 돌아왔다.
37-Butte du Lion (기념관) route de lion 1420 Braine-I'Alleud
영국 남서쪽 글래스턴베리의 토르(Tor)언덕과 높이는 비슷하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토르언덕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져 주술적인 느낌이 강한데 반해 이 사자언덕(Butte de lion)은 완벽하게 설계된 人工美의 절정이었다.
1815년 나폴레옹이 낮은 땅(네덜란드영토)을 침략했다가 바로 이곳에서 연합군인 영국의 웰링턴장군에게 참패당하고 유배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이 워털루전투가 나폴레옹의 마지막 전투가 되었다. 5년 후인 1820년 네덜란드의 왕 월리엄 1세는 이곳에 30만 평방미터의 흙을 41m 높이로 쌓고, 프랑스군의 무기들을 녹여 만든 사자상을 맨 위에 올려놓았다.
<클릭하면 확대됨>
사자를 자세히 보려고 꼭데기까지 일직선으로 된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보면 막상 좌대가 높아 사자가 안 보인다는거....
한번 올라가볼까 하다가 경사가 급하고 유료라 포기,
차라리 벌판의 다른 방향에서 보기로 하고 과감히 차를 빼 나가는대 다른 차가 후진하다 내차를 박을 뻔했다.
동쪽 삼거리에 ‘ 조세핀 ’ 이름을 내건 작은 선술집이 보인다. 조세핀은 작부가 되었고 나폴레옹은 문 입구에서 쟁반을 들고 삐끼가 되어 있었다. 워털루 전투는 승자보다 패자가 더 유명한 전투니 이런 모욕쯤은 참아야 하는건지.
이 언덕의 가장 멋진 View는 기념관 서쪽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망원렌즈로 최대한 줌을 땡겨 찍기.
근데 신기한건 이런 장난을 주변사람들 사이에 우리만 하고 있다는 거. 찍으면서도 불경죄로 걸리는 거 아닌가 눈치가 보였다,
< ABBA 의 Waterloo 노래와 가사 >
'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포위되었듯 나도 같은 방법으로 나의 이상형을 만났네. 책꽂이에 역사책은 왜 항상 반복되는지....'
가사가 참 재밌어서
My, my, at Waterloo Napoleon did surrender
Oh yeah, and I have met my destiny in quite a similar way
The history book on the shelf
Is always repeating itself
Waterloo - I was defeated, you won the war
Waterloo - Promise to love you for ever more
Waterloo - Couldn't escape if I wanted to
Waterloo - Knowing my fate is to be with you
Waterloo - Finally facing my Waterloo
My, my, I tried to hold you back but you were stronger
Oh yeah, and now it seems my only chance is giving up the fight
And how could I ever refuse
I feel like I win when I lose
Waterloo - I was defeated, you won the war
Waterloo - Promise to love you for ever more
Waterloo - Couldn't escape if I wanted to
Waterloo - Knowing my fate is to be with you
Waterloo - Finally facing my Waterloo
So how could I ever refuse
I feel like I win when I lose
Waterloo - Couldn't escape if I wanted to
Waterloo - Knowing my fate is to be with you
Waterloo - Finally facing my Waterloo
●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지름길로 빠져 나왔다. 브뤼셀 남쪽 부유하고 조용한 동네 골목에 멋진 전기차가 세워져 있다. 비싼 집들을 지나 루방라뇌브(Louvain-la-neuve)市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바로 앞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짐을 다 꺼내 들어갔다,
호텔 프런트에 흑인남자와 인사를 나누고 check-in 수속을 밟았다. 처음엔 이 남자에게 유감이 없었다. 약간의 호감마저도 있었다.
나에게 서류를 내밀며 칸을 채우라는데 여권번호 쓰는 칸을 못 찾아 물었더니, 지 똥 굵기만한 시커먼 엄지손가락으로 서류 위를 툭툭 치는 동작에 은근히 기분이 상했다. 이어서 흑인남자가 ‘ Two-ten, two-ten'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자 안경너머로 날 빤히 처다 보았다. 도시세로 2.10 €을 달란 말이었다. 영어 35년 경력에 그런 문법형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발음 빼먹고 지멋대로 씨부리는게 니들 버릇인지는 알겠는데...
내가 Wi-Fi를 물었더니 이번엔 흑인이 못 알아들었다. 이후 영수증 달라니 지금 못주고 check-out 할 때 주겠다느니 몇 가지 사소한 것들이 계속 엇박자로 틀어졌다. 급기야 열을 받아 숙박계를 쓰며 " 이런 개새끼가 C8 #$%& ... " 한국말로 욕을 씨부렁거렸더니 로비에 앉아 있던 현주가 놀라서 말렸다.
부킹닷컴에 올라온 이 정원사진에 홀려 선택했는데 막상 와 보니, 건물은 낡았고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손으로 직접 여닫아야 하고...
방은 좁고
에어컨은 언감생심, 때낀 조그만 선풍기 달랑 하나 있었다.
객실에 커피믹스나 생수는 당연히 없고, 1층 복도에 공용 커피머신과 생수통이 있었다.
커피머신을 쓸 줄 몰라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보아야 했다.
여튼 머리는 참 잘 썼다,
피자 남은 것과 물등을 싸들고 뒷마당에 앉을 곳이 있나 현주가 먼저 가보더니 왠 남자와 함께 돌아왔다,
호텔내에 맛사지샵 같은곳에 근무하는 Therapist 라며 있다 맛사지 받으러 오라고 현주에게 추근댔다
투숙객들 또한 운동선수들로 보이는 흑인 단체와 이슬람 근로자들과 왜소한 동남아시아안도 한두명 보였다,
하긴 이 도시가 유명관광지가 아니니 이해하지만 뭐 하나 맘에 드는게 없었다.
택시가 들어오더니 한 백인남자가 내려 호텔안으로 들어간다. 똥 밟은 사람 한명 추가요~
호텔 앞 정원이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저녁거리를 깔자마자
음식냄새를 맡고 눈곱이 잔뜩 낀 늙고 검은 고양이가 발밑으로 다가와 구걸을 했다.
현주가 불쌍해서 과자를 줬더니 잘 받아 먹었다.
이번엔 요구르트를 주려고 하길래 " 나도 아까워 안 먹은 건데 ... " 하며 지청구 했더니 안 줬다, 내가 먹어보고 ... 그냥 주라고 했다.
요구르트에 물까지 다 얻어먹고 배가 부른지 이젠 만져 달라고 그르렁대며 지저분한 얼굴을 우리 바지에 비비기 시작했다.
저녁을 고양이랑 나눠 대충 떼우고 깨끗히 정리후 정원 산책을 나섰다
아까부터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호텔 앞 정원에 떨어진 나뭇가지 등을 치우며 빙빙 돌고 있는 서양여자였는데 마초적인 분위기가 넘쳐나는 이 호텔의 거친 기운을 상쇄시켜 주고 있었다.
서로 산책길에 마주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자녀 셋, 손주가 일곱 명이라는 65세의 할머니인데 건강이 안 좋아 하루 1~2시간 이 곳을 산책하고 있었다. 집이 근처인데 여기 공기가 좋고 자기는 차를 안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 직업을 물어보더니 침을 맞아 본적이 있다는 말도 했다. 할머니가 환경과 건강에 대한 주관이 뚜렷했다.
할머니랑 헤어진 후 나는 야외 테이블로 돌아오고, 현주는 마저 산책을 갔다.
내가 수첩정리를 하고 있는데 잠시후 현주가 종종 걸음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현주가 산책을 하며 조그만 카메라를 들고 정원사진을 찍는데 고등학생쯤 되는 사내애 대여섯명이 지나가다 현주를 보고 길을 건너 막 달려오더라는 것이다. 당황하는 현주에게 “ 마담 ! 피카추 ? ” 뭐 그러더라고. 그래서 놀라 뛰어왔노라고 이야기 했다. “ 너가 포켓몬고 게임하는 줄 알았나보다 ” 고 웃으며 설명해줬다.
방에 들어왔다.
다행히 모기는 없어 시건장치를 걸고 창문을 빠꼼히 얼여놓은채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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