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5. 09:00ㆍBelgium 2016
매트리스가 푹 꺼져 거꾸로도 자보고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서야 잠이 깊이 들었다.
8시 넘어 머리 꾸겨진채 아침 먹으러 식당에 내려왔는데 가운데 기둥을 기준으로 좌측은 백인들이, 우측은 아랍인들이 앉아 있었다. 어제 저녁때 예상한 상황이라 별로 놀라지도 않고 조용한 좌측으로 가서 앉았다.
먹잘게 팬케익 밖에 없더, 다른 건 무미건조. 오늘 아침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현주가 가져다 준 커피 향을 음미하며
창밖 정원으로 시선을 옮긴다. 푸른 잔디위로 가랑비가 조용히 내려 앉고 있다.
네덜란드는 비바람이 많이 분다해서 우산까지 챙겨 왔는데 여름엔 비가 자주 오는 거 같진 않다.
이 도시에 숙소를 정한 건 오로지 만화주인공 탱탱(TinTin) 때문이다. 탱탱을 출산한 사람은 ‘죠르쥬 레미’ 라는 남자인데 그의 필명이 ‘에르제’다. 에르제 미술관이 바로 지척에 있다.
스마트폰 네비로 미술관을 검색하니 친절하게도 ‘금일 휴관’ 이라는 달갑지 않은 정보까지 알려주었다. 오늘 아침 프런트 담당직원은 백인이다. check-out 하며 다시 확인해 보았다. 오늘 휴관일 맞다. 비록 탱탱을 유리창 너머로밖에 볼 수 없겠지만 미술관 건물자체가 아름다워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구글인용>
엔진예열도 되기전에 미술관에 도착했다
휴관일이라 다행히 주차장에 빈자리가 많았다.
38-Musee Herge (미술관) rue du labrador 26, 1348 Louvain-la-neuve
미술관 건물만 바라보며 걸어가는데 자전거 수십대가 주택가에서 빠른 속도로 나타나 미술관 뒤쪽으로 사라졌다. 인솔하는 어른 한두 명에, 대부분이 신이 난 아이들이었다.
따보랑깨 ~
단단히 잠긴 정문을 흔들어 본 후 창문에 달라붙어, 홍채와 수정체를 맞춰가며, 어두운 실내를 탐색했다. 그림과 인형으로 환생한 탱탱을 보고 있으니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이 착해졌다. 머릿속에선 이미 탱탱과 함께 어드벤처를 즐기고 있다. 우리가 저 안에 있었음 오늘 지갑 거덜났다.
에르제에게는 폴이라는 동생이 있다. 폴은 군대생활을 하며 전세계를 돌아다녔고 보고 들은 신기한 일들을 귀국할 때마다 형에게 들려주었다, 형은 그 이야기를 소재로 1929년부터 탱탱의 모험을 그려나갔다. 탱탱의 프랜치 코트와 긴 양말은 실제 동생 폴의 스타일이었다.
※ 스머프(Smurfs)도 1958년에 벨기에에서 탄생했다.
주택가 쪽으로 걸어가는데 흑인꼬맹이가 아빠랑 자전거를 타고 나오고 있다. 귀여워서
“ Good morning !” 인사를 했더니 꼬마가 뜻밖에 “ Bonjour~“ 라고 프랑스 인사를 했다. 고등학교때 불어를 배웠지만 기억나는 건 교생선생님이 예뻤다는 것밖에 없다. 꼬맹이가 날 순식간에 불량고삐리로 만들었다.
보슬비에 물기가 맺힌 렌즈닦기
멀찌기 떨어져 육교방향에서 미술관을 보면 비대칭의 두 덩어리로 나눠져 있는데 (만화의)액자와 노트를 형상화시킨 것처럼 보였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상은 건축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다. 그 상을 받은 크리스챤 드 포잠박 (Christian de Portzamparc)이 건물 디자인을 맡았다.
탱탱과 같은 포즈
한 흑인여자가 아까부터 한적한 도로에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고 있다
어제 저녁때 호텔 앞 정원을 산책하던 할머니를 여기서 또 만났다. 할머니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 이른 아침부터 어디를 가시냐 ’ 고 물으니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잰걸음을 떼는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할머니랑 헤어지고 몇 걸음 떼자마자 이번엔 왠 백인청년이 지나가다 나에게 말을 걸었다. 뭔 말인지 몰라 영어로 해달라고 하자 바로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왔다.
“ 근처에 복덕방 있어요 ? ”
“ ㅎㅎ 미안합니다. 저희 관광객이예요 ”
몇번을 백인나라에서 백인이 우리에게 길을 묻지않나, 다 비슷하게 생긴 베트남에서 유독 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질 않나... 그들 눈에 우리가 어떻게 보이는지, 참 신기한 일일세.
미술관 뒤편 숲길에서 악당에게 쫓기는 탱탱과 강아지 밀루가 막 뛰쳐나올 것만 같다.
오늘 돌아볼 곳이 많다, 일찍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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