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3. 11:00ㆍBelgium 2016
리에주에 현대건축물과 산업시설만 있는 건 아니다. 이 도시의 역사는 8세기 서로마제국시대부터 시작되어, 주교가 통치하는 독립도시로서도 독자적인 문화와 많은 유산들을 간직하고 있다.
기차역을 떠나 다음 목적지를 찾아 시내를 통과한다. 신호를 기다리는데 다리 양쪽 기둥에서 황금동상이 번쩍거렸다. 파리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연상됐다. 튀니지 튀니스(Tunis)만큼이나 벨기에 리에주도 파리를 닮고 싶은가 보다. 아무리 아프리카의 파리니, 동유럽의 파리니 해도 진짜 파리만 하겠나, 스스로만 초라해질 뿐이지...
벨기에 북쪽은 네덜란드어를 쓰고 리에주가 속한 왈롱지방은 프랑스어를 쓰고 있다. 이 작은 나라가 언어,문화도 아직 통일을 못 이루고 있었다.
요즘 유럽의 연이은 테러로 비상이 걸린 경찰들이 우르르 경찰호텔로 몰려 들어가고 있다
별 특징 없는 건물들 사이로 하얀 속살을 드러낸 빨간 사과가 슬라이스 되어 있다
28-Mediacite and Ice rink (쇼핑센터) boulevard raymond poincare 7, 4020 Liege
석탄,철강등의 2차 산업 덕에 리에주는 과거의 화려한 영화를 계속 누려 올 수 있었지만 3차 산업, IT라는 바통을 놓쳐버렸다. 풍요로운 200년이 끝나가는 듯했다. 시와 정부는 쇠락하는 도시를 살리고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물을 원했다. 기차역이 그랬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사과가 그 결과물이다.
34 개월의 공사기간동안 광장과 건물사이 도로를 강철구조물로 덮어 씌워 거대한 쇼핑몰로 만든 것이 Mediacite다. 2009년 완공된 건물 내부는 철을 엿가락처럼 자유자재로 휘어 놓고 빨간 색유리를 끼워 흡사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느낌도 난다. 내외관 디자인을 빨간색으로 통일했다.
선악과의 맛을 알아버린 청춘들이 빨간 사과 아래에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것도 백주대낮에 !
고래 한 마리가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얼굴을 내민다
고래가 언제부터 비늘이 있었냐고 따지지 말자. 이 20만개의 은빛 비늘은 고래가 뱃속에 품은 아이스링크와 한여름의 외부열기를 차단하려는 단열효과를 위한 것이다.
두 건물을 보고 난 후의 소감은 ‘시정부의 의도는 일단 성공했다’ 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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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차를 세우고, 커피 사달라는 현주의 입을 서양배로 일단 틀어막은 후 네비에 LUXEMBOURG 글자를 하나하나 입력했다.
리에주에서 룩셈부르크까지 160km 고속도로가 일직선으로 그어져 있었다.
리에주를 뜨자마자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비가 간간히 흩뿌렸다.
고속도로에 휴게소 표시가 있어서 기대하고 보면 그늘 하나없는 간이 주차장에 철봉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2005 년에 현주랑 둘이 이탈리아를 여행할때, Autogrill 이라고 쓰여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가 점심을 주문했는데 사은품이라며 큰 사기접시 두개를 받았다. 그걸 한국까지 조심조심 가져와 지금도 하나는 온전히 쓰고 있다. 현주랑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가는데 룩셈부르크를 40km 남겨놓고 눈앞에 신기루가 나타났다. 고속도로 위에 거대한 육교가 가로 놓여 있고 그 안에 넓은 식당이 있는 11년전의 바로 그 오토그릴이었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충 세우고 뛰어 들어갔다
익숙하게 식당을 찾아가 줄을 섰다.
<화장실> 표지 옆에 € 0.7이란 금액이 적힌 것 빼곤 모든 게 그 시절 그대로였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주요리 코너는 줄이 너무 길어 포기하고 샐러드, 커피와 케익을 식판에 담아 가벼운 점심을 먹었다.
방학과 휴가철이라 식당엔 가족단위 손님이 많았다. 옆 테이블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예쁜 손녀가 앉아 있고, 그 옆 테이블은 아빠와 아들은 백인, 엄마와 딸은 흑인인 가족이 화목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입은 연신 쩝쩝거리며 눈은 주변 구경하느라 바쁘다.
아침이 부실해서 출출했던 배를 채우고 오토그릴을 나와보니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역시 고속도로는 재미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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