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Ascenseur Strepy Thieu

2016. 7. 24. 17:00Belgium 2016





마을뒤 언덕에 오르자 산자락 아래에 숨어 있는 레이더기지가 보였다..


이 동네의 또다른 자랑거리다







흐뒤에서 몽스(Mons) 가는 길은 우리나라로 치면 경남 합천에서 전남 나주를 국도로만 가는 격이랄까, 벨기에 남부의 한적한 풍경이 지루하리만치 이어진다.

울창한 숲을 통과하자 덩치 큰 소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되새김질 하고 있는 구릉으로 나왔다.





좁은 시골길을 돌아나가다 한 무리의 사내아이들과 마주쳤다. 중고등학생 정도 되보이는데 한낯의 태양아래 국토순례중이었다. 인적 드문 이런 곳에서 외계인이라도 만난 듯 서로 반갑게 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나는 길만 따라가는데도 주변 분위기가 약간씩 달라졌다. 도로는 일직선인데 벨기에와 프랑스 국경이 맞물린 지퍼처럼 들쑥날쑥 하다.


유난히 매장이 많이 보이는데 오늘 다 휴업








이 시골 국도에서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한참 느리게 가다보니 맨 앞차가 느릿느릿 경치구경하며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개념없는 것들은 여기도...


내 차 뒤로 길게 늘어선 차들. 페라리에 탄 조수석 아줌마 포스




운전이 두시간을 넘어 약간 피곤할 때쯤 드디어 Mons 표지판이 보인다.

2015년 유럽의 문화수도로 체코의 플젠과 벨기에의 몽스가 선정되었다. 작년에 플젠(Plzen)에 앉아서 몽스는 어떤 곳일까 ? ’ 궁금했는데 운명처럼 결국 몽스에 오게 되었다. 사소한 우연이 나중에 복선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한 사람의 일생은 교묘하게 짜여진 추리소설이 된다. 내 소설 속에 몽스는 그러나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진 않는 거 같다. 역사유적이 많은 구시가는 들르지도 않고 건물 하나만 대충 보고 바로 떠나려 한다.





전면과 배후가 극명하게 차이나는 건축물의 최고봉은 기차역이 아닐까 싶다. 한 도시의 가장 큰 상권은 대체로 역(얼마나 강력했으면 두 번이나 강조했을까)이었고 도시의 치부는 모두 다 역전 뒤에 숨겨 놓았다. 수원역, 오산역, 익산역등의 뒤를 더듬어보면 시멘트공장, 빈민가, 매음굴이 떠오른다.

35-MICX (회의장) avenue melina mercouri 9, 7000 Mons





거대한 처마 밑으로 구시가지 Beffroi de mons 종탑이 화려한 아우라가 뿜어내고 있다. 과거도 현재도 참 멋진 도시란 생각이 들었다.




몽스역뒤도 오랫동안 방치된 공터였다가 지금은 멋진 국제회의장 MICX(Mons International Congress Xperience)이 들어서고 있었다.

건물의 첫인상은 뱃머리를 높이 세우고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산타 마리아호가 연상됐다. 멀리서 보이는 외장소재는 노란색 금속판넬 같은데 바짝 다가가니 놀랍게도 널빤지였다. 주변 숲의 나무를 활용했다니 신토불이, 칭찬해 줄 만하지만 내구성은 좀 염려되었다. 하긴 산타 마리아호도 나무였다.








국제회의장 안쪽으론 경찰서와 또 다른 건물이 공사중이었고 바깥쪽엔 Lotto Expo와 거대 쇼핑몰이 이미 완공되어 있었다. 그런데 4대강 사업, 토건공화국에서 온 이방인 눈엔 여기도 좀 걱정스러워 보였다. 모름지기 <디버블링>책에서 우석훈씨가 국가예산을 토건 말고 복지에 쓰는게 더 이득이라고 하던데...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몇 군데 더 들려야 하는데 시간은 벌써 저녁때를 넘기고 있었다. 몽스에 발도 안 디뎌보고 다음 행선지로 떠났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보이는 마트마다 모두 문을 닫았는데 조그만 동네에서 문 연 마트를 발견했다. 그 앞에선 동네 청년들이 축구시합에서 이겼는지 잔뜩 모여 술잔을 들고 들썩들썩했다.


점찍어 놓고 마을길을 지나가는데 뒷동산 너머로 뭔가 시커먼 것이 보였다. 모퉁이를 돌아 강어귀로 나가자 거인이 정체를 드러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100m나 되는 거인이 큰 배를 어깨에서 받아 발치로 막 내려놓고 있는 순간이었다. 갑판의자에 수십명이 앉아 있는 유람선이 일엽편주처럼 작게 보였다.

36-Ascenseur Strepy Thieu (보트 리프트) rue raymond cordier 50, 7070 Le Roeulx



자전거를 타던 아저씨가 왜 급브레이크를 밟나 했더니... 우리 사진 찍는 거 방해 안되려고.


이 거대한 건축물은 73.15m의 수면차가 나는 StrepyThieu 마을을 오가는 운하의 선박들을 사뿐히 들어 올려 안전하게 내려놓는 대형보트 리프트다. 20년간의 준비와 공사기간을 거쳐 2002년에 완공되었다. 100m면 아파트로 33층 되는 높이다. 고작 3층이 젤 높은 주변마을에서 이렇게 큰 건축물은 그저 경외고 외경일 따름이다. 고층아파트에서 사는 나도 턱을 벌린 채 한참을 올려다봤다.




사진으로는 작게 느껴지지만 실제는 상당히 긴 다리와 넓은 운하




의외로 관람객들이 꽤 많았다. 단체버스도 한대 서 있고 개별적으로 온 사람들이 늦은 오후까지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거대하면서도 듬직한 모습이 배에 탄 사람들에게 안전하다는 믿음을 주고 있었다. 리프트 뒤로 돌아가 보았다. 강철 와이어들이 지붕에서부터 축축 늘어져 있고 바닥엔 강철 유압실린더들이 쭈욱 포진해 있는 것이 인조인간 마징가Z처럼 보였다. 언제라도 변신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늘 저녁거리를 사 놓기 위해 아까 봐둔 마트로 돌아왔다. 주차장이 꽉 차서 현주 혼자 장보러 가고 난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동네 아저씨가 좁은 인도에 의자 두개를 내놓고 다리를 올린 채 무료하게 앉아 있었다.


잠시후 한국산 소형차가 도착하더니 운전석에서 젊은 남자가 내려 그 아저씨랑 볼뽀뽀를 3번 했다. 이어 조수석에서 젊은 여자가 내리더니 그 아저씨랑 또 똑같이 볼뽀뽀를 3번 주고받는 것이다. 아들과 며느리로 보였다. 네덜란드 인사법이 볼뽀뽀 3번이라곤 하는데 남자끼리 하는 것도 신기하고, 아가씨와 아저씨랑 하는 것도 남사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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