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30. 13:00ㆍ국내여행
" 오늘도 불며니랑 밤새 놀아야 하는거야 ? "
어젯밤, 자려고 누웠는데 몸이 괜히 불편해서 걱정이 됐다.
무색하고 신기하게도 새벽 6시에 살짝 깬거 빼고는 아침 9시까지 내쳐 잤다,
아침풍경이 환상이라고 현주가 커텐을 열어 젖힌다
잔가지마다 소복히 쌓인 눈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아침햇살에 찬란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과연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 이런 날은 아무리 길이 미끄러워도 나가줘야 하는거야 '
난 동그랑땡을 부치고 현주는 카레에 강황을 알싸하게 넣은 후에
자는 애들을 깨워 함께 아침을 먹었다,
떡진 머리에 모자 눌러 쓰고 장갑에 지팡이에 카메라 챙겨 나오니 오전이 다 가버렸다
고속도로 하행선은 차들이 쌩쌩 내달리는데
상행선은 어젯밤 대설뉴스에 지레 겁먹은 차들이 일시에 몰려
차지붕만 강가에 조약돌처럼 반짝거리며 서 있다,
설경은 안성의 마둔저수지가 최고다. 한적하고 탁 트인 시야 !
포장도로에서도 벌벌 떠는 현주의 걱정을 무시하고 저수지 건너편 산길로 거침없이 들어간다
과연 길이 안 보일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다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설경을 감상하려는데
몇 집 되지도 않는 동네의 개들이 짖어댄다. 개들은 얼어죽지도 않나보다,
괜히 동네사람들 민폐 끼치는거 같아 슬슬 나왔다
몇번 앞바퀴를 미끌거리며 서운산 자락을 넘어섰다,
평소에도 한적한 고개지만 오늘같은 날은 오가는 차들이 하나도 없다
배티성지를 찾아가는 순례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를 간다.
드디어 배티성지
정진국씨는 그의 저서 <사진가의 여행> 에서 이런 말을 했다
... 어두운 역사에도 가톨릭은 발 빠르게 변신했다.
성당을 아름답고 휘황찬란한 축제의 장처럼 꾸며 순진한 사람을,
변화라면 뭐든 꺼림칙해하는 농민과 여자를 다시금 성당 안으로 끌어들였다.
가난한 농민이 입을 떡 벌리고,군말 없이 고개 숙여 찬양할 '아름다운' 성당을 지었다.
농민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바로크 성당을 바라보며 가난과 학정의 고생을 잊었다.
그 눈부신 성당에 드나들며 은총을 받을 수 있다는 애틋한 믿음으로 고통을 때웠다
그렇게 압제자를 용서하는 자신의 착한 심성을 믿었다.
천국행 입장권을 예약하려면 이런 신앙심을 입증해야 했다...
너른 앞마당에 카페가 생겼다.
아기자기한 실내로 들어서자
따뜻한 차를 놓고 창가에 앉아 있던 두 여인이 인사를 하며 일어나 주방으로 돌아간다.
머리위 메뉴판에 적힌 가격이 착하다. 아무래도 성도들을 배려한듯
카페라떼를 두잔 주문하며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내 손을 본 여자가
" 카드가 안되고 현찰만 됩니다 "
마침 간단히 카드만 들고 나온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 다음에 오실때 주세요 "
하는데 계좌로 입금해 드린다고 하고
외상이라면 소라도 잡아먹을 기세로 현주에게 맘껏 주문하라고 했다, 제과점 과자 두봉지까지
진천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눈이 하나도 안 녹아 완전 순백이다
트럭 한대와 버스하나가 제 나와바리(구역) 아니랄까봐 내 차 뒤로 바짝 붙길래 길을 비켜주었다
십여년전 정선 화암약수터에서 고한 사북을 넘던 눈길도 이랬었지....
현주랑 옛 추억을 떠올리며 설국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갔다
또 다른 호수. 청룡호수
하염없이 겨울 호수를 바라보는 새 두마리
뒤에서 숨죽이고 그들을 지켜보는 두 사람
고요한만큼
눈부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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