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0. 11:06ㆍLife is live !
은도금되어 있는 묵직한 만년필을 꽤 오래 -쓰지않고 그냥- 가지고만 있었다,
이 펜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연유도 다 까먹었지만, 내가 직접 사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일년에 한두번이나 만질 정도로 필통속에 꽂혀 있다보니
표면은 거무틱틱하게 산화되었는데 캡을 열면 안쪽엔 뽀안 은색이 눈부셨다.
그게 보기 싫어 어느날 미련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며칠전 우연히 쇼핑몰에서 아래 사진을 보게 되었다
무광의 Dark brown 몸체,
검푸른 빛의 펜촉,
EF (extra fine) 굵기
<인용사진>
뭐든지 막상 내것이 되면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걸 알만한 나이가 되었기에
사는걸 최대한 미루고 ' 내 손에 쥐면 얼마나 행복할까 ? ' 상상만 하며 그 시간을 즐겼다.
그러다보면 나중엔 제풀에 시들해져 사도 그만, 안사도 그만이 되는데
갓뎀 잇 !
이건 갈수록 생각나서 잠까지 설칠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두손 들고
득템 잇 !
요즘 만년필 회사들이 프린터 회사들을 따라한다.
본체값 싸다고 좋아했다가 잉크 카트리지에서 눈탱이 맞듯이
컨버터 없이 잉크 카트리지만 살 바엔 사채업자에게 돈 빌리는게 더 속 편하다.
컨버터만 따로 6천원 정도 하니 페키지를 구매했다. 펜은 암갈색.
<인용사진>
뚜껑은 한번에 열고 닫는 Push cap 방식이다.
필요이상 조심스럽게, 필요이하 힘줘서 캡을 분리하자
독수리의 날카로운 발톱같은 촉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펜촉위에 EF LAMY 란 글자가 선명하게 음각되어 있다,.
그림, 한글, 한자, 영어 골고루 낙서해 보았다.
종이위에서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safari 가 지나간다
LAMY 만년필의 카테고리는 High quality 제품과
Modern office 그리고
Young writing 으로 나눠지는데
safari 시리즈는 Young writing 에 속한 저가 제품이다. 독일내에선 주로 만년필 입문하는 학생들 용
<인용사진>
그런데 이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 친건 바로 디자인에 있다.
만년필은 이래야 한다는 통념을 깬 파격적인 색상과 형태로 많은 LAMY Mania 들을 양산하게 된다.
<인용사진>
30대 때는 항상 조급했고 성질이 불같았다.
머리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잊어버리지 않기위해 빠르게 글을 썼다.
글자는 속기체처럼 두리뭉실해졌고 혼자만 알아볼 수 있었다, 가끔은 내가 써놓고도 뭔 말인지 모를 정도로...
그때는 볼펜이 딱이었다.
40대가 되자 신체가 뻣뻣해지는 만큼 정신도 굳어갔다.
감정의 변화가 느려지고 성질이 유순해졌다,
생각난다고 무턱대고 쓰지 않고, 글로 나오기전에 머리속에서 어느정도 편집이 되었다.
남들도 읽을수 있을 정도로 글자가 한자한자 제 모양을 찾았다, 비로소 문자가 소통의 역활을 하게 된것이다
그때부터 볼펜이 종이위에서 지멋대로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박또박 쓸수 있는 수성펜으로 바꾸게 되었고, 글자의 농담(濃淡)이 느껴지는 만년필로 오게 되었다.
글자를 받쳐 주는 종이도 구분되기 시작했다
앏아서 뒷장까지 번지는 종이
거칠어서 긁히는 느낌의 종이,
색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순백의 종이
앞뒤가 있는 종이
표면에 매끄러운 처리가 되어 있어 잉크가 잘 마르지 않는 종이,,,
종이와 만년필이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면 활자인쇄물 하고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친근감이 느껴졌다
이 펜을 처다보고 있으면 무광과 블랙 휠의 자동차가 생각났다,
<인용사진>
<인용사진>
펜을 쥐면 자동차 핸들을 잡은거 같은 환상에 빠져든다.
종이위에 팬이 움직일때 나는 고급 스포츠카를 운전하고 있다.
뾰족한 쇠꼬챙이 같은 질감에서, 자동차의 단단한 서스팬션을 떠올렸고
종이의 거친 느낌이 손끝으로 고막으로 전달될 때, 나의 타이어는 도로 상태를 정확히 알려 주었다
※ 남의 글만 보고 필요없는 펜을 충동구매 하면 바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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