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틴조선 AHAF

2012. 8. 26. 13:00Life is live !

 

 

 

'크린숲' 원장님이 사모님 전시회가 있다고 초대장을 보내주셨다

 

 

 

이름하야 ~

AHAF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2012 Seoul

 

 

전날, 안사람 컨디션이 안 좋아 못 간다고 해서 잠깐 고민을 했다,

 

일요일 정오,  

몸도 둥둥, 마음도 둥둥

혼자 차를 끌고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

 

드디어 웨스틴조선 호텔 도착,

지하 4층까지 내려가고도 자리가 없어 일렬주차를 할 정도로 붐볐다.

 

주차장에서 올라온 곳은 시원한 호텔 로비가 아니라 햇볕 쨍쨍한 앞마당이라 좀 황당했다,

바로 옆 초록잔디가 깔린 정원엔 멋진 3층 정자가 세워져 있었다.

  ' 현대적인 호텔 본관과 전통적인 기와집이 잘 어울리는군 .

    역시 특급 호텔은 다르구먼 ! '

하며 안내판을 보니 사적 157호 환구단이었다. 

중요 문화재가 고층건물로 갇히고 호텔부속 정원으로 전락해버린 상황이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고급호텔치곤 좀 좁은 로비를 지나자  

부스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 그 뒤에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나중에 온 사람들은 기둥을 돌아 당당하게 새치기를 하길래 내 좌표를 확인하니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단체관람객 뒤에 서 있는 상황이었다,

 

호텔측에선 투숙객과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행사장 전용 승강기를 운행했다

단체, 모자지간, 부자지간, 친구끼리, 엘리베이터 걸 등 사람 틈에 끼어 8층에 쏟아져 내렸다,

 

 

▣    ▣    ▣

 

 

Suite room 도 아니고 2인용 좁은 객실에

직원과 관람객 합해 최소 5명 이상씩 들어 있고

연신 들고 나는 사람들은 좁은 문안에서 충돌하기 일쑤였다

 

두번째 방도 마찬가지였다.

사방 벽을 다 가리고, 침대위에 깔아 놓기도 하고 욕실과 옷장 벽까지 너무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호텔에서 아트페어를 하는 이유는

허연 화랑벽에 걸린 그림보다 실제 집안에 놓인 작품을 상상해보라는 의도인데 이건 뭐... 창고다.

그림 냄새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투덜대는 직원들을 뒤로 하고 방을 나왔다.

 

시원한 창가에 세워진 시원한 사진 작품들.

파란 뉴욕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작품은 디아섹(Diasec) 처리가 되어 있다

 

 

아까부터 작품보다 더 시선을 끄는건 여자들이었다.

예쁘게 세련되게 치장한 여자들보다 못 생긴 여자가 더 희귀종일 정도로 ...

여긴 여자들이 ART 였다.

 

 

한 여자가, 베드에 뉘여있는 그림을 지적질하며.

스위스은행에 비밀계좌 하나쯤 있어 보이는 목소리로 화랑 직원에게 말했다 

  " 그 그림좀 세워봐요 ! " 

  " 네, 사모님... 

    이 그림은 저희 화랑에서 화가님에게 간곡히 부탁해 3점을 얻어왔습니다...

    폭발하는 이미지 때문에 사업 잘 되라고 변호사님과 사업하시는 분들이 많이 사가셨어요..."

문외한인 내 눈엔 별론데, 설명이 한문장씩 붙을때마다 백만원씩 가격이 올라가는게 보였다.

화랑직원의 말 솜씨가 ART 였고 부르는게 그림값이었다.

  " 얼마죠 ? "

  " 네...@@백만원입니다 "

별 말 없이 사라졌다.

 

한 방은 샤워부스에도 그림을 붙여 놓았다,

 

  

솔 홍단과 똥광만 꽂아놓은거 보니 돈좀 들었겠는걸...

저런걸 ART 라고 사가는 사람도 있을래나 모르겄다.

 

 

특별전시방을 불쑥 들어갔는데 

 

우와 !  곽수연 화가님-크린숲 원장님 사모님- 작품이다.

지난 봄 양평전시회때 한번 봤다고 낯이 익어 금방 알아볼수 있었다,

 

창가에도 두 점이 더 전시되어 있었다

겔러리 직원에게 그림값을 여쭤보니 점당 칠백만원이라고 한다

아트페어에 와선 가격을 자꾸 물어보고 다녀야 한다.

그래야 요즘 각광받는 작가와 화풍도 알수 있고 작품가격에 대한 감도 생긴다

한점 사서 걸어놓고 싶은데 지갑에 칠만원 밖에 없어서...

 

 

침대위에 세워놓은 그림과 비슷하지만 작은 크기의 디아섹 작품이 있었다

디아섹(Diasec) 이란, 원작을 사진 찍어 인화한 다음 투명 아크릴판에 붙인 방식을 말한다.

청소나 관리가 용이하고 작품이 확실히 쨍한 느낌이 드는 장점이 있다

파스텔톤 그림은 별 효과가 없고 아래처럼 강한 색상은 두배로 선명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가격을 물어보니 무한정 만들수 있는 복제품인데도 원작에 70~80 % 정도 된다고 한다. 

 

또 다른 방에는 사진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사진속 형태대로 오려놓은 판들을 여러겹 겹쳐 2D를 3D 로 구현해 놓았다.

사진 배경들로 봐선 중국사람인듯

 

 

 

또 다른 화가

장도리를 숨기고 뒤를 돌아보는 청년과 성조기.

화장실에 놓여 있긴 너무 아까운 그림. 

 

불타는 성조기, 역동적인 이미지가 두터운 유화물감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모든 그림에 털모자를 뒤집어 쓴 젊은이가 매번 등장한다.

한 관람객 아가씨의 눈은 예리했다

  " 그림 주인공이 화가신가봐요 ? "

  " 네 ! " 직원이 반가운듯 대답했다

 

바로 어제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 결과가 너무 치욕적이라 많이 (나랑 별로 상관도 없지만) 격앙되어 있었다,

이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켠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 얼마면 살수 있어요 ? "

  " 100호(162 X 112 cm)에  6백만원 정도 합니다 "

다시 가슴이 꽉 막혀, 그림이 참 좋다고 덕담해주고 나왔다 

 

고급 호텔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인 만큼

은은한 조명에 깔끔한 침구, 산뜻한 에어컨바람, 부드러운 음악...

거기에 뽀인트로 그림 한점 걸려 있다면 작품가치도 더 올라갈텐데

 

 

전시된 작품의 전반적인 경향은

돈 많은 컬렉터들을 위한 것이 아나라 대중을 위한 중저가 회화와 소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좋은 작품들은 화랑의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이미 다 팔려버리고 여기는 안 팔린 그림 처분하는 장날이다.

2000년대 들어 대중을 위한 중저가 아트페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덕분에 나도 제지당하지 않고 들어올수 있었다

 

워낙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림을 사고 파는 아트페어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다

큐레이터나 직원들은 끊임없이 들어오는 사람들에 질려 팔짱 끼고 서 있고,

-구매자가 이닌-관람객들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방 저방 기웃거리고 있다,.

 

7층도 둘러봐야 하는데 지쳐서 엄두가 안난다.

로비로 내려왔다.

 

 

로비 한켠엔 MEDIA ART 작품이 상영되고 있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 속 인왕산은

   화려한 꽃을 피우는 봄이 되었다가

   비 쏟아지는 여름이 되고

   창에 불 밝힌 포근한 가을 저녁도 되고

   눈 내리는 겨울도 되고

   하늘엔 비행기가 날아가는 등

내 눈을 사로 잡아 한동안 서서 계절이 바뀌는걸 몇번이나 지켜봤다

이 이남 작 인왕재색도-정선은 인왕제색도-와 신 매화도

 

 

▣    ▣    ▣

 

 

각자 볼일보러 온 사람들로 로비엔 앉을 자리도 없었다

외모는 한국인인데 대화는 순 영어인 바나나 가족을 스쳐 지나 일찍 집에나 가자고 내다본 현관밖은

발렛파킹하는 차와 사람들이 엉켜 더 진땀나는 한낮이 나자빠져 있었다.

 

오른편 두꺼운 유리창 너머는 오아시스다,

로비라운지 The Circle

 

맛선보는 남녀 너머로 환구단이 내다보이는 아늑한 분위기

시원하고 널널한 의자. 그리고 친절한 직원들

 

비록 라임 샤벳이 세금포함 18,150 원 이지만 지대로 돈값어치를 한다.

 

가져온 브로슈어를 펼쳐 그 화가의 프로필을 읽어보았다.

조 영진   83년생.  나이는 어리지만 멋진 녀석이다.

작품사진을 고이 가져와 책상유리아래 끼워두었다, 

 

예술과 문화가 창조되고

능력있고 멋진 사람들과

큰 돈이 모여드는 첨단의 시공간에 와 있는 실감이 난다.

난 주변인 

 

 

땀이 식으니 추워진다.

더 앉아있고 싶어도 주차비 몇푼이 무서워 2시간 맞춰 일어났다.

계산하며 주차권을 내밀자 3시간 무료주차 도장을 찍어주었다

 

얼덜결에 덤으로 얻은 1시간을 쓰고 가려고 정원을 산책했다,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금연푯말을 붙어 눃은 환구단쪽을 힐끗거리며 좀더 안으로 들어갔다, 

 

  

Secret garden 처럼 인적이 없고 조용한 장소를 발견했다

먼지 쌓인 벤치에 브로슈어를 깔고 앉아 담배 한 모금을 맛있게 빨았다 

 

나 서울 온거 어찌 알고 친한 형님이 전화를 주셨다,

담배갑을 주섬주섬 챙겨

수유리로 달려간다

 

 

 

♧    ♧    ♧

 

 

 

원래 환구단 사진, 사진뒤 3층 황궁우가 보인다 

 

 

일제시대때 환구단을 헐고 그 자리에 조센호텔을 지어 버렸다,

 

 

 

현재의 20층 웨스틴조선호텔 건물은 1970년에 개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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