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9. 21:30ㆍPhilippines 2012
번잡한 시장 앞에 내려 복잡한 길을 건너 시장마당으로 들어갔다
가이드가 과일장수와 흥정을 하더니 " 과일값이 올라서 시식이 안 된다 " 는 김빠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일행 중 한 용자가 "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끼리 방당 1 $ 씩 걷어 두리안을 시식해보죠 "
한 팀이 끝끝내 냉정하게 거절해서 1 $ 가 모자라 일진-여자 세명-팀도 안타까와 했다는...
첫 인상부터 안 좋았던 그 팀은 여행내내 보기싫은 짓만 하고 다녔다,
여자애가 경재에게 팔찌를 사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하나에 1달러
아예 경재 팔위에 올려놓고 안 가져가자, 나한테 와서
" 어떻해, 아빠 ? " 울상이다.
사주지 말고 무시하라는 가이드 말이 기억나 그렇게 하라고 했다
울퉁불퉁하고 지저분한 시장비닥을 조심조심 걸으며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애들이 나에게 다 달라붙었다
사진을 찍으니 보여 달라며 재밌어 한다
" 사진 한 장에 팔찌 하나다 ”
일방적으로 얘기해놓고 사내애부터 찍었다.
한국이름은 '원빈' 필리핀 이름은 '제이슨'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팔찌를 달라고 손 내밀자 하나를 덥썩 준다.
두 번째 여자애는 ' 제인 '
재밌게 찍어보자고 콧구멍에 손가락을 쑤시라고 했더니 옆에 여자 애 손가락이 불쑥 들어왔다
팔찌 세 개를 노획하고 아이들을 안아주고 다시 지프니를 탔다
지프니가 출발하는데 아이들이 뛰어와 위험하게 매달렸다
" 어디가 ? "
" 하나팟 "
이 놈들 영업반경이 꽤 넓다.
식당 앞에 도착해 아이들하고 다시 기념사진을 찍었다
돈보단 정을 주고 싶었다. 가이드가 준 망고를 하나씩 나눠 줬더니 능청스럽게 한국말로
" 아저씨. 고마워. 잘 가 "
버스 안에서 짱이랑 은재가 팔찌 이쁘다고 자기 달라고 한다
" 2 $ 내 ! "
했더니 곧바로 애교작전이다. 나는 뛰는데 은재 짱이는 나른다. 내 머리위에서
순식간에 내 팔에 걸린 팔찌가 애들 손목으로 이동했다.
막연하게 어릴 적 생활을 그리워 했었다.
가난했지만 그때 먹던 불량식품 맛도,
백열등 아래 골목에서 모기 물리며 놀던 기억도,
마실나온 인정많은 동네 어른들도,
흑백 TV 보러 몰려다니던 기억도 다 소중했다.
그 시절이 여기에 고스란히 있어서 반갑고 신기했다. 그런데 거기까지 였다. 그게 다 였다.
다시 이렇게 살아 볼거냐면, 대답은 No다. 컴퓨터랑 에어컨을 준다면 몰라도...
가난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건 현실이 배부르단 소리다. 이젠 추억 타령같은건 안 하리라 조그만 다짐을 해본다.
가난한 과거로의 회귀는 절대 일어나면 안되겠다고, 오늘 필리피노의 비루한 삶을 보며 적잖이 놀랬다.
호텔로 오는 버스 안
가이드가 어그러진 일정에 돈 되는 옵션을 끼워 넣으려고 열심히 말장난을 하고 있다.
보홀투어도 180 $ 인데 태풍 때문에 못하는 투어 80 $ 을 공제하고 100 에 해준단다
대신 가이드팁 10 을 더 붙여 일인당 110 $ 을 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덤테기를 씌우고 있다
6:15분밖에 안됐는데 벌써 어둑어둑하다. 이 나라는 해가 빨리 진다.
두리안은 호텔내 반입금지란 말을 들어서 호텔에 내리자마자 우리가족끼리 옆으로 빠졌다
젊은 커플이 남겨준 두리안을 조금 베어 물었다가 비릿한 휘발유냄새에 질려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애들도 질겁을 하고 다 도망가는데 현주는 맛있다고 푸욱 삭은 홍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720 팀은 526호로 바꿔준대서 짐 싸들고 내려왔다가 담배냄새에 현주 기침이 더 심해질가봐 다시 돌아갔다.
527호 우리방은 청소가 안 되어 있다
마침 복도에 청소아가씨가 보여 1달러 주며 우리 수영장 갔다올테니 청소좀 부탁한다고 했다
엄청 미안해하며 방에 계셔도 청소 할수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불편해서 방을 비워줬다.
바람이 너무 불어 수영장이 폐쇄 됐다.
할 수 없이 720호에 올라가 과자 먹으며 수다를 떤다
짱이는 컵라면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다.
그 유혹을 못 이기고 먹었다,
낼 아침 더부룩해서 뷔페 못 먹을 텐데...
8시가 넘자 나도 피곤하고 청소도 다 끝났을거 같아 잠든 경재를 깨워 내려왔다
이제 여행 끝날때까지 방이 안 바뀔 테니 짐을 다 풀고...밤중에 면도까지 했다.
프런트에서 전화가 와서 방 바꿨냐고 묻길래 취소하고 다시 원상태라고 이야기 해줬다,
한 방당 맥주 두병과 말린 과일이 제공되었다
어짜피 남아도 한국에 못 가져가니 아까워서라도 한병을 기필코 다 마셨다
안 먹던 술기운에 9시 반부터 벌써 졸립다. 한국은 10시 반이지만…
'Philippines 2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 Scuba diving 강습 (0) | 2012.07.30 |
---|---|
9> 너~무 성실한 NOEMI (0) | 2012.07.30 |
7> 하나팟 (0) | 2012.07.29 |
6> 마리아 디빌리아 (0) | 2012.07.29 |
5> Lapu Lapu Shrine (0) | 2012.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