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Untouchable - touchable

2012. 7. 28. 18:00Philippines 2012

 

 

 

 

7월 마지막 주 토요일

한낮의 금속빛 땡볕이 날카롭게 내리 꽂히는 거리엔 인적이 하나도 없다

오늘 오후 비행기라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지금 열 명째 환자가 들이 닥친다

월말결산하면 한명오고, 정리하려면 한명오고....

나 없는 새에 연락온 거 체크하려고 휴대폰을 충전기에 연결해 놓고, 

지갑넣은 가방째 다 놔두고 집에 부리나케 도착하니 경재랑 짱이가 아빠 큰 실수했다는 듯 놀린다.

서선생에게 전화해 그냥 두라고 하고, 현주에게

  “ 다 알아서 해 놓은 건데 괜히 일만 만드냐 ” 고 짜증을 냈더니목소리가 한 톤 내려앉는다. 삐졌구만 !

공항 가는 길, 

차 안이 점점 조용해져서 안산을 지날 때쯤 뒤돌아보니 다 잠들었다

인천대교를 건너 활주로에 비행기들이 하나 둘 보일 때 가족들을 깨웠다.

 

 

 

 

 

 

휴가피크라 역시 주차대행 차선은 꽉 찼다. 간신히 빈틈에 비스듬히 차를 밀어넣었다

여자들이 트렁크로 가 큰 짐을 내리길래, 잠이 덜 깬 경재에게 얼른 도와주라고 했더니 이번엔 경재가 삐졌다.

더우니까 가족들은 청사 안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고 주차대행 요원이 올 때가지 마냥 기다렸다

차들이 일순간에 몰리자 직원 혼자 확인증만 써주기에도 바빠 보였다.

뒤에 새치기 한 사람들 다 끝날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짜증낸다고 될 일도 아니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게 바빠도 고객에게 웃음으로 대하는 아저씨, 차 잘 부탁합니다.

 

혼자 하나투어 코너에 줄서서 기다리는데 아가씨 둘이 멋모르고 내 앞에서 얼쩡거린다.

날씬하면 괜찮은데 뚱땡이 아가씨가 앞을 딱 막으니 주변 온도가 급상승했다

  “ 줄 있어요 ”

여행사 직원이 e--ticket 을 건네주며 슬슬 사람들이 몰릴 시간이니 빨리 수속 밟으라고 알려줬다.

브딩패스를 건네주며 대한항공 직원이, 짐에 문제가 있으면 호출하니 근처에서 5분 정도 기다리라고 한다,

가방에 스프레이 하나 정도는 괜찮다고 했으니 뭐 문제없겠지 하며 앉아 있는데

  “ 이완군님 ! ... 와주시기 바랍니다 ”  온 청사에 구내방송이 울렸다.

내 이름과 한끝차이라 당황하자 현주가 이름이 다르지않냐고 다독거려 주었다

혹시 몰라 좀 더 기다려며, 우리 배웅할 겸 공항에 바람 쐬러 오신다는 아버지에게 전화 드렸다

우리 기다리시다 막 전철타려고 나오셨다고 한다.

공항이 복잡해 만나 뵐 엄두도 못내고 아이들에게 돌려가며 문안 전화 드리라고 했다

 

X-ray 검색대를 부담 없이 통과하고 뒤를 돌아보니 은재가 또 벌 서 있고 학주가 가방을 뒤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 딸이 과격하긴 하지만 테러분자는 아니니까 별거 아니겠지 했는데 좀 있다 나온 은재가

  “ 필통 속 가위를 뺏겼어 ” 

지난번엔 스킨로션 뺏기더니 ...화가 났지만 얼른 잊으려 노력했다 

 

출국심사대에 긴 줄.

근처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지금 지문등록하고 자동출입국부스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

 

애들은 서 있으라고 하고 현주랑 옆 비어있는 창구에서 등록했는데 정말 간단하고 빠르게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경재한테 라운지 같이 갈거냐고 재확인했더니 대답이 퉁명스럽다. 그 놈 뒤끝 기네.

 

허브라운지 앞 벤치까지 사람들이 앉아 기다리고 있어 화장실부터 갔다 왔다,

직원이 만석이라며 컴퓨터 놓여있는 일자 테이블도 괜찮겠냐고 묻는다.

좋다고 하고 경재 것 23,000원 결재 후 입구에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다행히 2인 테이블로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 할아버지가 공항까지 배웅 오셨던 거다 ” 라고 경재에게 일부러 말해주었다

  “ 어~ 진짜 ? ”

  “ 부모는 자식이 나이가 들어도 항상 걱정스러운 거야 ” 

 

 

 

 

 

 

 

내 좌측 자리엔 여자가 말끝마다 ‘ 선배님 ’ 이라고 부르는 부부처럼 보이는 남녀가 앉았고

우측엔 마른 북어처럼 생긴 백인이 혼자 앉아 노트북을 보는 채하며 날 힐끗거리고 있다,

 

창밖으로 내려다보는 3층 출국장은 1시간 사이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늘었다

 

 

컵라면에 커피까지 다 마시고 아이스크림 3개 가방에 몰래 챙겨 넣어 나왔다

라운지 안에는 정리가 안 되어 정작 빈자리가 많이 있은데 밖엔 복도까지 10여 명이 줄서 입장을 기다라고 있다

 

 

 

 

국적기라 Gate 가 가까워 편하긴 하다.

7번 게이트 앞엔 사람들이 벌써 진공청소기 구멍 속으로 다 빨려 들어가 횡하고

은재가 날 보자마자 왜 늦었냐고 재촉이다

 

 

 

 

 

 

 

 

 

 

 

 

 

 

 

좌석에 앉자마자 녹기 전에 먹이려고 아이스크림을 나눠줬더니

은재는 살찐다고 안 먹고 현주는 담부터 가져 오지 말라고 한다.

 

 

 

 

 

 

 

 

 

 

 

공중으로 조금 뜨자마자

제트엔진을 꺾어 가파르게 하늘로 올라갔다, 

 

 

북쪽으로 올라가던 비행기가 급히 서해안쪽으로 좌회전했다.

몇 초만 머뭇거리면 곧바로 북한 땅이라 대공포화로 벌집이 될터이니...

 

 

영종도땅을 매립해 지은 인천공항을 한바퀴 선회후

 

조금전 지나왔던 인천대교를 지나 남하했다.

 

 

시화방조제와 안산공단

 

며칠전 답사한 화옹방조제

 

방조제로 인해 갇혀버린 선창포구와 왕모대가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지도위에 푸른 바다는 평택항과 서해대교

연두색과 진한 녹색이 아름다운 당진 들판.

 

예당저수지옆으로 당진대전고속도로가 땅을 깊게 긁고 지나간다

 

부여 상공을 날때, 갑자기 내가 평소 잊고 살았던 고향이 생각났다.

태어나자마자 떠나긴 했지만 내가 저 땅 어느 점에서 태어난 건 불변의 명제다.

읍내가 애처로울 정도로 짜그만했다.

사진한가운데 횡으로 자르는 선이 천안논산고속도로.

저 황산벌에서 계백이가~

 

이리시와 원광대학교  

내가 지금까지 하나의 직업으로 살수 있게 만들어준 학교, 그리고 현주를 만난 곳.

하늘위에서 내려다보며  " 세월이 참 덧없구나 ... " 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풀밭 사이로 만경강이 푸른 뱀처럼 누워있고 그 너머가 전주다.

 

전주시내

 

은재는 편지쓰랴 비디오보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다.

 

남도 위를 날아

 

이륙후 커피 한잔할 시간에 벌써 본토를 벗어나 완도 앞 바다를 지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영공안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파일럿들은 참 깝깝할듯 ...

 

생일도 한가운데는 얼마나 뽀족한지 (백운산 480m)  구름 한조각이 찢어져 걸려있었다.

 

 

 

 

 

 

옆에서 현주가 헤드폰을 끼고 낄낄거리길래 힐끗 보니 영화 ‘ 언터처블 ’ 이었다,

개봉당시 못 봐서 서운했는데 반가웠다.

차에 흥미를 잃어 마세라티가 나와도 Driving Skill 만 부럽다,

 

스크린은 터처블 (touch Screen)

 

잠시 후 밥차 두 대가 나타났다.

 

라운지에서 먹은게 아직도 그대로라 치킨 시켜 놓고 끼적거리다 말았다

후식으로 나온 두부는 간장소스를 끼얹어 먹어보니 푸딩처럼 참신하게 산뜻했다.

현주는 Fish 를 아주 맛있게 먹는다.

 

현주가 번쩍거리는 양식기 셋트를 보고 앙증맞다고 해서

기념품으로 가방 속에 푹 쑤셔 넣었다.

 

 

 

 

 

 

 

여자 셋이라 필수 화장품 몇 개 샀는데,

세부공항 세관의 노획질을 익히 알기에 포장과 영수증을 다 버리고 알맹이만 가방에 넣었다.

쓰던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입 냄새 난다고 지청구해서 오는 내내 삐져 있었더니

공항에 다 와선 현주가 손을 살포시 잡는다

 

'Philippines 2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Lapu Lapu Shrine  (0) 2012.07.29
4> SM Mall  (0) 2012.07.29
3> 호텔 후원산책  (0) 2012.07.29
2> Radisson Blu hotel  (0) 2012.07.28
얼떨결에 Cebu   (0) 2012.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