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3. 22:00ㆍ국내여행
네비가 알려주는 길이 못 미더워, 들어왔던 길만 따라 나가니
추억의 설악동을 지나가서 좋긴한데
결과적으로 ⊃처럼 돌아가느라 시내에서 시간이 꽤 지체됐다,
현주는 생각치 않은 호텔에 만족한 상태라, 저녁밥도 맛있는거 먹여주겠지 기대감에
" 좀 머네 ? " 한마디로 짧게 끝냈다.
도시 초입에 큰 호텔도 보이고, 건물 간격도 시원시원하게 떨어져 있고, 거리도 깨끗하고, 바다도 강도 산도 있고...
속초는 수원보다 훨 나아 보였다.
네비가 한 블럭을 더 돌려 내려준 곳은
생선숯불구이 속초 동명동 360 033-632-3376
간판옆에 큼지막하게 어디 방송 출연문구도 안 빠지고 ...
화로위에 종류별로 올려진 생선은 껍찔이 바삭거릴 정도로 태워지고 있었다
몇십년을 생선만 뒤집은 달인이시니 우리들이 굽는 것과는 뭐라도 다르겠지, 믿어본다.
빈 자리 날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라고 문전박대하는 쥔아줌마 표정엔 거드름은 있고 미안함은 없다
여기선 乙이 甲이다.
그나마 플라스틱 의자라도 있어서 다행.
길거리에 앉아 사람구경하며 하염없이 기다린다
8시를 조금 넘긴 시각.
이 길가에 비슷한 메뉴의 식당들은 벌써 파장분위기인데 이 집만 손님들이 계속 이어진다.
폐션 종결자
빈 자리가 있나 ? 처량맞게 자꾸 유리창 너머 방을 힐끗거리는데
가족단위 손님들은 자기도 오래 기다린 앙갚음을 하려는듯 아주 맛잇게 천천히 식사중이다
밖에서 기웃거리는 우리들 위장에 빵꾸 나건말건....
낯선 거리에
어둠이 내린다.
원초적인 두려움과 외로움이 밀려드는 순간
" 들어오세요 ! "
드디어 부르심을 받아 방으로 들어와 또 하염없이 기다렸다
여고생삘이 나는 두세명의 알바생들이 바쁘게 써빙을 하고 있다
한 알바생이 삭고 더러운 휴대용 버너를 카트에 몇개 싣고 가다가 옆자리 꼬맹이 등위로 하나가 떨어졌는데
맞은 애나
맞은 애 아빠나
가해 알바생이나 뭔 일이냐는 듯 태연자악하게 넘어가는게 신기했다,
근데 그 가족 오늘 재수가 옴 붙었는지 식사 다 끝나고 나갓다가 부리나케 들어와 스맛폰을 찾던데,
상 치운 알바생도 못 봤다고 하고 ...결국 그냥 갔다
오늘 찍은 사진들 구경하며,
빈 위장에 위산만 넘실대고 있는걸 눈치쟀는지
인상 더러운 게 한마리를 놓고 간다.
뇌를 잘라 내온 것같이 혐오스러웠던 묵
드디어 생선구이 2인분이 나왔다
입에 넣기도 전에 숯향이 코를 행복하게 한다
생선은 4종류가 올라왔고 그중 고등어가 젤 맛있었다.
보통 고기시켜 먹으면 된장찌개 정도는 써비스로 나오는데...
된장 ! 여기는 해물된장찌개라고 3,000 원 추가다 추천의 마력에 빠져 같이 시켰다
역시 명불허전
먹는 동안 남북대화는 중단됐다,
배불러 눈이 풀렸다
너무 맛있어서
첨으로 공기밥을 추가해 먹었다능...
생선구이 1인분 12,000. 2인분부터 가능
돈을 긁던데 선풍기 하나 어찌할수 없는건가
■ ■ ■
돈 아낄려고 음료수는 밖에 나와서 사 먹기로 했다
모퉁이를 돌자 조그만 수퍼가 마침 눈에 띄었다.
중년의 수퍼우먼은 손님이 오건 말건 수화기에 대고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다.
치약이 1500원. 물가는 잘 모르지만 좀 비싸단 느낌. 이러니 모두 대형마트로 가는거 아닌가 싶다.
현주랑 이것 저것 한 보따리 사서 계산대로 갔다. 계속 통화중
" 아줌마 치실 있어요 ? "
" 그런거 없어요 ! " 수화기를 귀에 댄채 한마디 하고 계산기를 두드린다. 많이 해본 솜씨다.
밤새 이어질거 같은 통화는 의외인 복병을 만났다, 신용카드를 긁다가 통화중인 전화랑 혼선이 된 것이다.
" 언니야 ~ 카드가 안된다. 다시 전화할께~ "
내가 ' 저희 시간 많으니 계속 통화하셔도 되는데... ' 라고 비꼬는 말을 해도 눈치를 못 챈다.
비닐봉지 들고 차로 오는데, 현주가 " 이젠 시골아줌마들도 다 외제차야 ~ " 하며 들렸던 통화내용을 얘기해준다
수퍼우먼 " 그 언니 이번에 BHC 샀대. 돈 많이 벌었나봐 " 수화기 너머 저편에서 뭐라고 하자
" 아 ! 맞다 ㅋㅋ BMW ! "
동명항 야경
방파제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양 옆에서 어른 아이 할것 없이 폭죽놀이가 한창이다.
멀리서 볼땐 화려하지만 바로 옆애서 터지는 폭죽은 가히 공포스러웠다,
고막을 찢을듯한 소음
바닥에 깔아놓은 폭죽은 불똥이 내 몸에 옮겨 붙을거 같은 불안감
화약 타는 냄새
눈을 따갑게 하는 연기
가장 힘든건 땀난 얼굴위로 쏟아지던 버석버석한 정체모를 가루들이었다
얼른 그 자리를 피신해 나왔다
방파제 아래에선 폭죽장사들이 무심한 표정으로 폭죽을 늘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좋겠다.
폭죽 터트릴만한 경사 많아서...
◆ ◆ ◆
속초의 명물 영금정
사람지문처럼 이 세상에 모든 등대는 각자의 신호가 있다.
깜빡 .....깜빡.....
깜빠빡,깜빠빡........깜빡....
깜빡,,,깜빡...................깜빡...깜빡................
까~~암빡 ! ..............까~~암빡 !.............
그 신호를 해독하면 여기가 한반도인지 복해도인지 갈라파고스인지 알수 있다고...
더 볼 욕심에 영금정에 가까이 가 보았다.
돌언덕 등에 있는 영롱한 도깨비불
멀리서 보이는 정자는 아름답지만
정작 정자 속은 공사 덜 끝난 쓰레기장이다
설악동으로 돌아오는 차안.
배고플땐 환장하지만 배부른후에 몸에 밴 생선냄새는 악취다.
차창을 열어 본의아니게 설악산 계곡을 비리게 만들어 버렸다
숙소 오자마자 다시 샤워하고
가져온 책 두세 페이지 읽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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