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10. 10:31ㆍ국내여행
김훈의 「자전거여행 2」뒷부분에 얼굴박물관이 나온다,
첨 들어본 이름이고, 책이 쓰여진 해도 2004년이어서 지금은 없어지지 않았나 저으기 걱정
다행스럽게 인터넷상에 사람들의 발길이 간간히 이어지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 ◎ ◎
가뭄이라는데
눈치없이 오늘도 태양이 싱글생글이다.
뭐가 반갑다고...
동쪽에서 밀어닥친 남한강과 춘천쪽에서 흘러오는 북한강이 만나 양수리가 되었지만
남쪽애서도 경안천이 수량을 보태니 삼수리인가 ?
그런데 팔당댐이라는 강적에 가로막혀 팔당호에 다 수장 되버렸다
얼굴박물관 가는 길 왼편으로, 진녹색 산 사이로 넉넉한 팔당호가 살짝살짝 보인다.
고개를 넘자마자 남종마을이 북사면에 옹기종기 모여있고
그 마을 한가운데에 '얼굴' 이 있다
입장료는 사천원.
커피 한잔 대접받으려면 팔천원
조금전 맛있는 카페라떼를 음미한 터라 눈물을 머금고 사천원을 내밀었다,
드디어 입장
날 바라보는 수 많은 얼굴들에 하나하나 눈을 마치며 인사를 했다
내가 평소 -많은 사람들이 나만 보는- 무대공포증이 심한데 오늘은 부담없어 기분까지 설렌다
서정주 얼굴
이승만 얼굴
앞이마부터 눈, 코, 주둥이까지 다 튀어나온 흙강아지.
터키 세마댄스 3인조
삐에로 꿀피부.
얼굴에 혼이 담겨있다.
허허~!
현주 가라사대
" 조폭 "
많은 작품들을 자랑하고 보여주려는 맘은 알겠는데
고맙긴한데
박물관이라기보다 창고같어,
미술서재
혼자 왔음 탁자에 앉아 차 한잔 마시며 독서하고 싶은 분위기...
얼굴이 주제지만
우려했던대로 도자기나 옛농기계 의자등 관계없는 것들도 전시되어 있어
가뜩이나 어수선한 박물관이 고물상 되기 바로 직전이었다,
얼굴에 관한한 모든 장르의 예술을 총망라했다
돌상 도자기 기와 민속회화 현대회화 봉제인형...
이쯤에선
완전히 길을 잃었다. 넓지도 않은 박물관에서
내가 뭘 보고 있는건지, 뭘 더 보게될지, 이 작품은 왜 여기 있는건지
...
내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작품에서 눈을 거둬 실내를 휘 둘러본다
죄송하지만,
전시가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어렵게 말씀드린다.
요즘 박물관은 예술가나 작품의 수준하곤 상관없이도
관람객을 가르칠 것인지,
자유롭게 놔두고 스스로 느끼게 할 것인지,
서로 다른 주제를 눈치못채게 섞을 것인지
작품과 작가를 키우고 띄워 몸값을 올리고
작품의 희소성을 올리기 위해 작가를 언제 살해 할지도
기획하는 수준인데 여긴 오로지 작품을 전시하는 1차원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큐레이터를 뽑는다던데 역량있는 직원이 채용되길 바란다.
실내가 덥진 않은거 같은데 습도가 높아 모든 관람객들 얼굴에 땀이 번들거린다
아무래도 팔당호에서 장난아니게 수증기가 올라오는거 같은데
습기에 쥐약인 이 작품들은 여기가 무덤이 아닐까 싶다.
현주가 나 덥다고 쫓아다니며 부채질...
야한 도자기인형
박물관 건물을 나오면 시원한 정원과 한옥 한채가 기다리고 있다.
전남 강진에 있는 고옥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내 짧은 머리로는 어떻게 가능한지 믿기지가 않는다,
레고집도 아닌데 좀먹은 나무와 흙벽과 그을린 아궁이등을 어떻게 한거지 ?
고택이라고 거미줄이 있으란 법은 없다,
거미줄은 고택을 死택으로 만든다.
한옥체험 숙박도 할수 있다,
일박에 40 만원.
아파트 바닥에 깐 마루가 몇년이 지나자 다 일어나고 검게 썩기 시작하는데
옛날 한옥 마루는 결코 습하지 않다.
아래가 텅 비어 바람이 술술 통하기 때문이다.
그 마루위에 벌러덩 눕고 싶은데
마루아래 땅바닥도 그늘지고 서늘해 개가 배깔고 낮잠 자는 명당이다.
한옥을 지키고 있는
동자석, 미륵석, 묘지석, 장승석... 너무 많아 무섭기까지 하다.
이런 한옥에서의 하룻밤 숙박은 꽁짜라도 사양하고 싶다.
가는 관람객에 인사성도 바르고
이런 저런 행사도 열심히 기획하는 '얼굴 박물관'
날로 번창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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