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3. 17:30ㆍ국내여행
운전 잘하고 가는데,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갑자기 핀잔하는 현주
토요일 일 마치자마자 결산도 못하고 부리나케 집에 와
옷 갈아입고 짐 마저 챙기고
땀 비오듯 하는데, 개밥 챙겨주고
고속도로를 정신없이 달리다 여주부터 차 막히니 이제 한숨 돌리는구만...한다는 소리가 입냄새 난다는 거다.
구멍속에 쏙 숨은 두더지처럼 입 다물고 운전만 했다
강릉휴게소에 도착해
곧바로 양치하고 바짝 말라버린 입에 음료수 한병 들이부은 후에야 입을 열었다
목적지가 가까와질수록 더 가속도가 붙어서 동해고속도로에서는 140~150 을 넘나든다
숙소 기대하지 말라고 미리 연막을 치니
바닷가 5만원 모텔이 더 낫겠다고 실망하는 눈치다.
해변도로에서 내륙으로 좌회전하자 " 왜 바다보러 왔는데 산으로 들어가냐 " 고 드디어 볼멘소리가 터진다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길
시원한 나무터널을 지나고
좌측으로 녹음속에 기암괴석이 삐쭉삐쭉한 비경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얼굴이 환해진다.
드디어 도착
Kensington stars hotel 속초시 설악동 106-1 033-635-4001
갑자기 설악산속에서 아침을 맞고 싶어
며칠전 전화로 Gourmet summer package 1박 조식 2인 198,000 (세금포함) 으로 예약해 놓았다
객실은 깨끗한데 좀 작다
권금성방향은 남향이고 전망이 좋아 좀 비싸고
우리 방은 달마봉쪽이었다.
울창한 숲이 손 뻗으면 닿을듯한 거리에 있어서 오히려 난 이 View가 더 좋은데...
욕실은 럭셔리
단점은 몸을 끼워 넣을 정도로 욕조가 좁다는 거.
이 방의 이름은 Royal floor noble king
더 이상의 극존칭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단어로만 이루어져서 우리 방이 가장 좋은 곳인줄 알았다.
그런데 실물은 우리방이 가장 후졌다는 거
스타객실은 5,7,8 층이었고 우리는 그만그만한 방들이 붙어있는 6층.
낚시 잘 하네
복도나 벽면엔 빈 공간이라곤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국내 스타들의 사진과 사인, 외국대사들의 기념품과 숙박일등이 너저분하게 걸려있다
중국스타도 있다
액자에 담긴 각국 대사의 친필 글들은 멀찌기 떨어져보면 필체가 거의 흡사해
한 사람이 여러 필기구로 모사한 느낌이 확 들었다
이 호텔은 원래 1979년 뉴설악호텔로 개관했다가
89년 논노그룹으로 넘어가고
95년에 이랜드 그룹이 인수해 켄싱턴스타스 호텔로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
쇠락하는 호텔에 영국식 이미지-Kensington 궁-를 입히고 국내 스타들과 각국대사들을 불러들여
이들의 소장품을 전시하거나 스타이름을 객실에 붙임으로서 살아남았다
독특한 컨셉과 지속적인 의지만 있어도 성공할수 있다는걸 보여준 케이스인데, 지금까지는 먹혀 들었어도
영국, 비틀즈, 조훈현, 김건모,..
-솔직히 이 산속호텔이 켄싱턴궁, 비틀즈랑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여러 실체없는 이미지로 덕지덕지 떡칠을 해놓아 과유불급한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주제넘게 ㅋㅋ
이호텔의 명물인 영국이층버스
처음엔 한대만 있었다가 하나 더 구입.
더 어두워지기전에 속초 맛집가서 저녁도 먹고 야경도 찍을겸 서둘러 나왔다
설악동 B, C 지역을 지나간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때랑 대학교 본초반 답사때 이 근처에 묵었는데
옆 숙소에 OO여고가 왔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지르고
다른 남학교 애들과 몇대 몇으로 패싸움에서 이단옆차기를 했다는 무용담.
이방 저방 가보면 가방에서 과자랑 음료수 꺼내놓고 시끌벅적하고 괜히 신나는 분위기,
한밤중 소등취침 안하는 방이 어딘가 마당에 서서 핸드스피커로 소리지르던 선생님
소중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 시절은 영영 추억으로만 남게 되는 것일까 ?
지금 스쳐지나는 설악동은 관광객도 상인도 상점도 숙소도 갑자기 사라저버린 을씨년스러운 저녁 풍경일 뿐이다.
다 어디 간걸까 ?
대한민국 관광 1번지로서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말까지 수학여행과 신혼여행의 메카로 절대호황을 누리고
개가 만원짜리 물고 다닐 정도로 돈이 쌓이고
평당 이천만원대의 상가땅값을 자랑하던 곳.
그 상가들은 지금 전부 다 폐업해 버렸고 뒷골목은 버려진 숙박시설들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이천년대부터 콘도로 수학여행단을 뺏기고 각종 자연보호 규제로 20 여년전 그대로 박제되어 쇠락한 설악동.
조용해서
번쩍거리지 앟아서
밤에도 위험하지 않아서 ...그런걸 원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찾아오긴 하지만
왕년 스타의 쪼그라진 모습이 중년인 우리들의 자화상 같아 맘 한구석이 뻐근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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