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6-3 이황과 이이중에 누가 더 쎄 ?

2012. 5. 27. 10:07국내여행

 

 

 

 

지금까지 착각했다.

산속 시골은 평화롭고 조용하고 적막하고 심심하다못해 따분할거라고 ...

 

  " 딱따따따따 (두박자 쉬고)  딱따따따따 (두박자 쉬고) ...... "

  " 호.호.호.호.... (잠들만하면)   호,호,호,호 ..... "

  " 재깍,재깍,재깍,재깍 (1초 간격으로) "

 

방음 잘되는 샤시에 1차 가려지고, 아파트 경비나 경찰이 알아서 2차를 맡아주는 도시소음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어찌 해볼수 없는 이상한 새소리, 우렁찬 벽시계 소리에 잠이 들다 깨다를 반복하다

 

  " 앙~앙.  엉~엉, 갸릉갸릉 " 

 

급기야, 애기 우는거 같은 요상한 소리에 잠자는걸 포기하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막  4시를 넘겼다.

등돌리고 자는줄 알았던 현주가 킥킥거리길래 왜 그러냐니 자기도 새소리가 너무 웃겨서 진즉 깼다는... 

 

 

★   ★   ★

 

 

일단 잠이 깨버리자 몸속 피도는 속도가 5배로 빨라져서, 콩팥이 방광에 소변을 열심히 채우기 시작했다.

난 용량이 커서 참을만 했는데

현주는, 잘 자고 있는 짱이를 깨워 마당건너 불 켜진 공중변소를 가자고 꼬신다.

 

방문을 열자 어디선가 후다닥 도망차는 소리가 들리고

어둠속에 희뿌연것이 아른거렸다.

 

 

카메라 ISO 감도를 높여 찍은 View finder 에 고양이 두마리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밤새 요상한 소리를 낸것이 요것들이구만 !

 

이리오라고 손짓하자,

따땃한 부뚜막이 그리워 슬금슬금 다가온다

그럼, 이 신새벽에 다른데 가 본들 여기보다 더 낫겠냐 

 

 

현주랑 짱이가 이번에 개념정리는 확실히 한거같다

'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그 이후에 비로소 깊은 잠에 빠져고, 옆동 꼬맹이들 설쳐대는 소리에 깨보니 7시 반쯤 되었다,

문풍지 서창을 열어 재끼자 조선시대 어느 동네 아침에 와있는 착각이 들었다

 

 

짱이는 아직도 한밤중,

 

 

학교가는 날보다 더 일찍 깨운다고 투덜대는 경재

 

 

할머니가 애지중지 반질반질 닦아놓은 옆방 자개농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옛날 사람들이 더 여유롭고 사치스럽게 살았구나 싶다

옷, 이불 대충 숨겨놓는 농 하나에도 이토록 귀한 재료와 손길을 들이는걸 보면 ...

 

 

오늘은 또 어떤 신기한 일이 생길까 ? 설레이며 아침 일찍 서두른다 

 

 

 

어제밤 할머니가 얼마나 신났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눌은 장판.

 

 

 

난 도산서원을 두어번 와 봤지만

애들은 한번도 안 와봐서 잠깐 안동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8km 를 더 올라갔다

 

청량산 큰 길에서 우회전하여 좁은 산허리길을 이리저리 한참 휘둘려서야 비로소 도착했는데

도산서원이 원래 이렇게 숨어있진 않았다.

수몰되기전 저 아래 평야를 가로지르는 옛길이 있어 이 서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산중턱 명당에 자리잡은 도산서원의 풍모를 맘껏 올려다볼 수 있었다

그러길 오백여년, 최근까지도 그러했는데 지금사람들은 샛길을 앞길로 알고 다닌다.

안타까울뿐이다

 

 

 

인적없는 텅빈 주차장에 차를 대자 어디선가 원더우먼이 나타나 주차비를 달라고 손을 내민다.

입구 매표소에서도 슈퍼맨이 반짝 나타나 입장료을 강탈해갔다,

지금은 8시반. 개장은 9시지만 돈은 24시간 수납이다.

 

 

" 형 !  도산서원이 이이 (李珥) 지 ? "

" 엉. 이이 맞아 ! "  현주가 갑자기 물어봐 얼떨결에 대답했다.

 

 

시사단.

과거시험 응시자가 너무 많아 불쑥 솟은 저 언덕위 소나무 가지에 시험문제를 걸어놓고 봤다는...

댐에 물이 차면 시사단이 환상의 섬이 된다.

저 들판이 도산서원 옛길이다.

 

 

 

 

한평 남짓 깊은 못에 갇힌 개구리를 보니,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저절로 유식해진다

   정저지와 (井底之蛙)  좌정관천(坐井觀天)이라  - 우물안 개구리는 손바닥만한 하늘이 다인줄 아는구먼, 

바다물고기는 고등어만 있는줄 아는 안동갑갑이가 오버랩되었다.

 

 

 

 

 

 

 

 

 

 

 

 

안내문을 읽었는지 현주가 날 보자마자 ' 너 잘 걸렸다' 는 듯이 핀잔부터 한다.

  " 여긴 퇴계 이황(李滉) 이야, 이이는 강릉의 이율곡이고.. 것도 모르냐 ? "

  " ... "

 

난 그런건 모르지만 누거 더 쎈진 안다.

 

     이이 (李珥)  - 액면가 다섯배 되시겠다.

 

 

<퇴계 이황>                                                               <울곡 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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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메뉴는 간고등어

아직 10시도 안되서 식당들이 문을 열었을까 걱정하며 일부러 천천히 갔다,

그런데 왠걸. 식당안은 사람들로 꽉 찼다. 안쪽에 딱 하나 남은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한복은 입은 할아버지가 우리 상으로 오더니 과도히 머리를 조아리며 어리숙하게 홍보를 한다.

  "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제가 원조이고 ...맛없으면 돈 안 내도 되고..."

 

경재는 " 저 말은 식당마다 꼭 하는데 누가 맛 없다고 돈 안내고 갈수 있냐고..." 입바른 소리하고 있고

현주는, 저 할아버지 TV 방송에 나온 분 같다고 하고

난, 원조라는 말이, 간고등어를 첨 만들었다는 말인지,

                          등금장수를 첨 했다는 말인지,

                          간고등어 식당을 가장 먼저 오픈했다는 말인지

                          한복입고 이미지관리를 하는게 내가 먼저란 말인지.., 여전히 헷깔리고 있다,

 

주문이 밀려 한참을 기다렸다. 이렇게 굶기니 안 맛있을수가 있나.

 

역시 외지인들이 많이 와서 여기저기 기념찰영이 한창이다.

 

안동 간고등어를 재치있게 설명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의 한 구절을 인용해본다

   어려서부터 여기에 입맛을 길들인 안동 사람은 간고등어가 없으면 서운해하며 안동에만 틀어박혀 산 아이들은 생선은 간고등어 외엔 없는 줄로 알고 자란다. 그런 사람을 안동 답답이라고 한다 ...

   언젠가 안동사람 여럿이 전라도 음식 잘하는 집에 가서 저녁 한끼를 환상적으로 먹은 적이 있다. 식사후 다른 사람들은 벽에 기대 두다리를 뻗고 담배 피우며 먹은 음식마다 짚어가면서 젓갈도 맛있고, 전도 잘 부쳤고, 회도 좋았고, 꼬막도 간이 잘 먹었고 하며 되새김하듯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도현이 형만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더니 이윽고 나를 부르면서 큰 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 준아 !  니, 간고등어 머어봤나 ? "    이것이 안동인의 자존심이다.

 

 

대부분 탁자에서 간고등어 구이를 시켜먹다가

우리가 찜을 맛있게 먹자 힐끔힐끔 처다보고 후회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인터넷에서 미리 간고등어찜이 맛있다는걸 알고 갔다 ㅋㅋ

 

 

짱이도 밥 한 그릇을 다 비울정도로 맛있었다.

 

 

고등어를 경북내륙까지 간을 해서 가져온 것도 대단하고

전국민을 안동으로 불러들일 정도로 맛있게 구이와 찜으로 내놓은 것도 박수받을 만하고

홈쇼핑과 인터넷 판매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는 안동인들의 저력에 경의를 표한다.

 

 

밥먹고 일어서는데

경재가 신발이 없어졌다고 한다. 경재 쓰레빠를 아줌마들이 써빙하며 신고 다닌거였다.

경재는 기분 나빠서 내 신발 아니라고 하고 아줌마는 신발값 물어줘야 할 판인걸 알고 싹싹 빌었다.

이놈 아직도 곤조가 남아있네 !

 

 

식당뒤 넓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끝에 왠 벽돌탑이 덩그런히 서 있어, 가까이 가보려고 했더니 ' 땡뼡에 뭐하냐 ' 는 성화에

차 속에서 힐끗 보는걸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힐끗 볼 것이 아니였다. 

통일신라시대 만들어진 보물 56호 『안동 동부동 오층전탑』이었던 것이다.

<인용사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의 한 구절을 인용해본다

   지난번 답사 때 회원들을 이끌고 주르르 답 쪽으로 몰려가니 무슨 구경이나 난 줄 알고 따라오던 할머니가 한 분 있었다. 그런데 이 탑 1층 탑신부 감실에 또 어느 귀신이 불장난을 했는지 그을음이 가득 엉켜 있었다,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한심해서 넋을 잃고 보고 있는데 따라온 할머니가 나를 보고 묻는다

  " 언제부터 예 이런 굴뚝이 있었니껴 ? "

 

 

그 옆에도 '문화재 발굴중' 이었다.

 

 

오늘 더 둘러볼 유적지가 많은데

식구들은 아침 먹였으니 팥빙수로 입가심을 해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맘모스로 핸들을 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