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26. 16:36ㆍ국내여행
오랜만에 찾아오는 일,월요일 연휴,
토요일 오후에 경재와 짱이를 태우고 밀리는 경기도를 벗어나 경북 안동으로 향한다
강원도나 남해안은 진즉부터 예약이 다 차버려서 머리 짜낸것이 내륙 깊숙한 이 곳이었다.
안동소주, 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 안동식혜, 건진국시, 헛제사밥...
그리고 안동의 양반문화, 고택들
안동 시내 언덕길
파란신호를 머리 위에 두고도 내 앞 차들만 그대로 서 버렸다
텅 빈 옆차선으로 빠지며 힐끗 보니 검은 중형세단에서 한 남자가 부리나케 내려
좌회전 차선에 서 있는 흰차 운전석쪽으로 달려들었다,
언덕길을 내려오며 백미러로 계속 그 광경을 힐끗거렸다.
흰차 운전자도 거침없이 나와 다짜꼬짜 서로 멱살을 잡고 반대 차선까지 밀려가 싸움이 났다,
잠시후 뒷자리에 타고있던 할머니가 나와 뜯어말리고 ... 화끈한데 !
안동의 첫 인상은 손님 불러놓고 부부싸움 하는 꼴
안동 특산품인 벙어리 찰떡집을 지나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 도산서원 방향으로 시내를 지나간다
기다리기 싫어 직진차선에서 좌회전는 차
좌회전차선 끝에서 더 직진하다가 좌회전하는 택시
차량 흐름을 방해하며 어리버리한 앞차
구시장 4거리에서 머리 삐쭉 내밀고 걸리적거리게 서 있는 차
시내 들어온지 채 10분도 안되서 내 입에서 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향산고택을 지나 시내를 벗어날 무렵 육교같이 생긴 큰 구조물위에
"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 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슬로건과 이미지가 이렇게 다른 도시도 첨이다.
안동 들어올때 차들이 급작스럽게 속도를 줄이고 차선을 변경하게 만든건
뒤에 일가족을 태우고 위험하게 달리던 경운기였다. 내륙 시골이니 그러려니 했다.
안동을 벗어나는 국도에서도 꼬리를 문 자동차들의 선두엔 역시 딸딸이가 있었고
거대한 바퀴와 엔진 튜닝을 한 트렉터들이 과속을 일삼고 있었다.
오늘 숙소인 군자마을 주소는 ' 안동시 와룡면 오천 1리 산 28-1 군자마을' 홈페이지에서 적어왔다,
무작정 네비를 따라간다
간선도로에서 산모퉁이 길로 빠지자
예닐곱호 정도되는 조그만 마을로 안내하더니 차 한대 간신히 들어갈 논뚝길로 가라고 다그친다.
고개 들어보니 인가 없는 산속으로 우리를 끌고갈 심산이다
간신히 후진해서 옆 동네로 가 보았다,
정겹다
들일하고 돌아오는 아줌씨에게 군자마을을 물어보았다
" 여긴 나소린디, 오천리는 저 산 너먼디..."
큰 길로 나와 쓰벌쓰벌하며 전화를 때렸다
관장님이 ' 멍청한 놈 또 하나 낚았군' 하는 말투로
" 기리가면 안되고 기냥 오천유척지라고 찍고 오시이소~ "
몇 km 다시 돌아나와 또 몇 km 더 북쪽으로 올라가니 드디어 산 비탈에 깔끔한 기와집 마을이 보였다
비싼 방값받고도 홈피주소를 안 바꾸는건
외지인들 뺑뺑이 돌려 기 죽일 생각이던지,
욕 많이 묵어 오래 살 생각이던지
아님 둘 다 던지
엇그제 숙소문의할때 고택체험은 다 찼고 일반집 하나 남았는데 5만원이라고 해서 예약을 했다
막상 가보니
욕실도 따로 없는 조그만 방 한칸짜리 민박집이었다,
4명이 누우면 졸지에 윷가락되어 밤새 도개걸윷~모 ! 나 만들 판이다
방이 작다고 하자 옆방도 비었으니 쓸수 있다는 말에 홀깃햇다가 5만원 더 내라고 해서 좋다 말았다.
할머니가 바가지를 들고 머리위에 씌울 기세다
서울에서 코베어간다고 하지만 요즘 시골은 코만 남기고 다 베어가는거 같다.
실망한 가족들 표정을 살피며 둘러댔다
" 자던 그대로 먹던 그대로 편안하면 여행이냐 ? 불편하더라도 색다른 체험을 해야 진정한 여행이지 "
얼른 5만원짜리 한장을 꺼내 주인할머니 손에 쥐어 줬다.
우리방 시커먼 아궁이를 한심스럽게 처다보고 있는 경재,
후회막급이라고 ? 아빠도 그렇단다 TT
천리향
빳빳한 5만원권을 몸빼주머니에 쑤셔넣은 할머니가
그제서야 우리방 부뚜막에 쭈구리고 앉아 군불을 떼기 시작했다,
멀리서보니 이 동네에서 이 집이 젤 연식이 오래된 고택이란걸 눈치챘다.
붉은 노을속에 서서히 잠기는 군자마을을 둘러보았다
이 마을은 오리지널이 아니라
안동땜시 수몰위기에 처하자 이 장소로 마을을 뜯어 옮긴 것이다.
현주는 저걸보고 우물이라 하고
짱이는 뒷간이라 하며 몸소 시범을 보였다,
내가 볼땐 맨홀.
경복궁 경회루 연못도 사각형
호암미술관 전통정원 연못도 사각형
이 마을 연못도 사각형
7시반에 열리는 작은음악회를 볼까 고민하다가
그토록 유명한 안동 음식들을 맛보러 시내로 다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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