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3-3 국경없는 마을

2012. 5. 20. 14:00국내여행

 

 

 

네비가 안내한 원곡동

뒷차 없을때 속도를 줄여 길거리를 둘러보아도 연식이 좀 된 중산층 아파트로밖엔 안 보였다,

이러면 원곡동 주민들은 좀 억울하겠는걸 ?

 

씨리얼박스같은 아파트 단지가 끝나자 성냥갑같은 주택단지가 나타났다

외국인주민센터라고 쓴 곳을 지나고는 간간히 외국인들이 보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곳은 아니였다.

손수레를 끌고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할머니에게 물어보았다

  " 할머니, 여기 외국 식당 많은 곳 어디예요 ? "

  " 내가 그걸 알간 ?  "

  " 여기 어디가 외국 사람 많아요 ? "

묶인 쓰레기 봉투속에서 막 패트병 하나를 꺼내든 할머니가 횡재한 듯한 표정으로 귀찮다는둣이 한마디 한다.

  " 0 0 은행 앞으로 가봐 "

 

은행은 모르겠고 손짓한 곳을 따라 골목길로 들어섰다

차 한대 지나다닐 만한 길에 정말로 외국인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인, 아랍인 등...

한 바퀴 빙 돌아 동네 분위기를 파악한다

주차된 차들은 꽉 찼는데 돌아다니는 차들은 거의 없는걸로 봐서 외국인이 차 끌고 다닐 상황이 아닌게 분명했다.

 

 

떡진 머리에

세수안한 얼굴

구겨진 티에 면바지

그리고 절뚝걸음으로 완전무장하고 손 안쪽에 카메라를 쥐고 인파속으로 들어간다

 

 

 

블럭 안쪽에 이런 별천지가 있었다니 !

어디라고 들어가 정신부터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층 식당 이름은 카트만두. 첨 듣는 만두집이네 ?

인도음식점인데 수저안주고 오른손으로 먹으랄까봐 Pass

 

 

낯설고 복잡한 거리에서 피신하듯이 건물 어두컴컴한 복도로 몸을 들여놓았다

3,4층에 태국음식점 안내판이 보여 엘리베이터를 탔다,

한 동남아인이 자전거를 끌고 오길래 문을 잡아주었더니 먼저 올라가라고 미소를 짓는다.

고집을 피워 좁은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끼워넣고 같이 올라가며 한담을 나눴다,

  " 어디가요 ? "  묻길래

  " 먹으러요 " 하며 3층을 누르자

기건 이빨 고치는 곳이라고 해서 4층으로 같이 올라간다

이번엔 내가 밥 먹는 시늉을 하며 " 먹으러 가요 ? " 물었다.

  " 채식짱예요 "

? 채식짱 ?  퍼뜩 드는 생각이 채식주의자란 말인가 보다 싶어.

  " 아~ 예 " 아는척 넘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4테이블에 20명쯤 되는 사람들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꽂혔다

나도 여기 껴도 되냐는 애처로운 눈길을 보내자, 일제히 그릇에 머리를 박음으로서 무언의 승낙이 떨어졌다, 

 

이두박근에 문신은 한 라면머리 동남아인이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고 있다,

살아있네 ! 살아있어 !

 

 

백인 한명, 한국인은 3,4명, 나머진 동남아

 

 

인원파악 끝 !

메뉴파악 시작 !

 

가격이 싸진 않다,

배가 고파 이것저것 시키고 싶지만 기본인 쌀국수 하나만 시켜봤다

꿔띠아우 느아  5,000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남자가 한쪽 구석에서 수저정리를 하는게 눈에 들어왔다

아 !

아까 " 채식짱예요 " 란 말이 " 제 식당예요 " 란 뜻이구나 !

 

 

드디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내 쌀국수가 나왔다

양념통을 챙겨주는 이 남자사장에게 식당 이름 "수왈" 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 패-미-리예요. 가족이요 ~! "

평소 알던 쌀국수는 국물이 맑았는데 이건 코코아를 넣은건지 선지를 넣은건지 ?  

휘저어보니 빵빵해진 송편같은 이름모를 덩어리가 들어있다. 

어디서 먹어본 기억이 나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맛은 어묵같다

* 방콕 호텔 조식뷔페 쌀국수에 이와 똑같은게 들어있었던 걸 며칠만에 기억해냈다. 

면발은 너무 삶았는지 끈기없이 툭툭 끊어진다.

맛은 기대 이하.   건더기만 건져먹고 나왔다,

 

 

다시 사장통으로 나왔는데 

매콤한 자극에 걷는 내내 계속 기침이 난다.

 

 

아리따운 반라여인이 날 처다보는 느낌을 받아 걸음을 멈췄다,

책을 집어들 용기는 안 나고 소심하게 한 손으로 주르륵 펼쳐 보았다

누런 용지에 단색 활자와 조잡한 삽화

중학교때 많이 보았던 '선데이서울' ' 주간경향' 등 3류 도색잡지의 중국어판이랄까 ?

국산은 그래도 all-color 비키니 사진이 있는 Spread page 가 있었는데

이건 뭐 다 mono-chrome 이라 전혀 혈액이 집중되지 않는다....실망이다

 

 

한국에선 숨기려고 하는 개고기문화

여기엔 사철탕도 영양탕도 아닌 ' 보신탕 ' 이라고 크게 쓴 식당들이 있고

정육점 진열장엔 빨간 고깃덩이 위에 '개고기' 라는 푯말이 당당히 붙어있다

 

우와 곤계란을 여기서 보네 !   오리알이다..

발룻(Balut)은  부화직전의 오리알을 삶은 것.

필리핀 중국 베트남등에서 고단백식품으로 정력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 거리 식당들은 나라별로 세분화 되어있다

네팔,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그리고 중국식 밥집.

 

 

시장통 사람들을 대충 보면 70 % 가 동남아인인데 그렇다고 나머지 30 %가 한국사람이란건 아니다.

가까이서 말소리를 들어보면 중국인.

여기서만큼은 한국인이 소수민족이다. 

 

 

또 다른 인도네시아 식당을 지나가다

접시에 밥과 닭다리 하나 올려놓고 맛있게 먹는 모습에 끌려 문 안쪽을 기웃거려봤다.

탁자들이 일렬로 쪼르륵 붙어있고 다 동남아인데 빈 자리 한두개에 도저히 비집고 않을 용기가 안난다.

 

 

 

국경없는 마을은 안산역앞 원곡동에 미로같은 빌라촌을 끼고 형성되어 있다

파란 점선부분에 주로 상가들이 밀집되어 있다

 

 

무서운 외국인들을 경계하며 골목골목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내 모습이

꼭 Pac man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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