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6-4 월영교, 국내최장 나무다리라며 ?

2012. 5. 27. 14:36국내여행

 

 

 

맘모스 제과점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니 테이블이 몇개 놓여 있는 뒷 마당이다.

오늘 각오하라는 듯 내리 꽂히는 태양볕이 겁나 파라솔 밑에 경재랑 몸을 숨기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선 젊은 커플 두팀이 오늘 돌아볼 여정을 짜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꼬맹이가 한명 껴 있는데 아빠랑

  " 가위 바위 보, 하나빼기... 

    가위 바위 보, 하나빼기...  가위 바위 보, 하나빼기...가위 바위 보, 하나빼기...

    가위 바위 보, 하나빼기...  

    가위 바위 보, 하나빼기...  가위 바위 보, 하나빼기...

    가위 바위 보, 하나빼기...

    ... "

무한 반복되는 소리에 최면이 걸려 나도 손을 넣다 뺄거 같은 찰나에 현주가 안에 들어가서 먹자고 부른다

 

 

방금먹은 고등어가 위산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데도  

앞에 빵이 보이니

뇌는 이성적으로 먹으면 안된다고 부정하고

주둥이는 침샘을 쥐어 짜 입맛을 쩝쩝 다시게 하고

본능적인 욕심에 손이 먼저 나가 빵 하나를 냉큼 집어든다. 

 

 

 

짱이 마카롱도 반 뺏어먹고.

 

팥빙수 얼음이 유난히 곱게 갈렸다는 핑게로 입안에 계속 퍼 넣고 있는데

 

 

뒷자리에 꼬맹이가 꽥꽥 소리를 질러댄다.

난 요만한 나이대의 아이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통제안되게 미친 모습을 보면 극도로 싫어진다.

미국의 한 레스토랑에서 꼬맹이 동반금지를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강한 항의가 빗발칠줄 알았는데 예약 전화가 쇄도 하더라는... 

나같은 인간들이 의외로 많았다는데 놀랐고 우리 애들이 저때를 넘긴게 다행이었다,

 

 

 

 

 

아침에 갓 구운 빵들을 조금 사가지고 나왔다,

풍기도너츠앞을 지나가며 조금 사갈까 하니 모두 입안에 단내를 풍기며 '그냥 가자' 고 외친다.

 

 

 

♣    ♣    ♣

 

 

고만고만한 집들이 바짝바짝 붙어있는 동네가 끝나자

울창한 숲 사이로 폭 400 m 의 큰 강이 흐른다.  

 

 

여름숲에서 베어나온 진녹색의 강물을 바라보며 10 여분 더 올라가자 강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얇은 다리가 나타난다.

 

 

월영교다

 

 

 

 

강 상류에는 자연과 인간의 힘겨루기가 팽팽하고

 

건너편으론 민속촌이 조성되어 있다

 

 

강하류로는 보조댐이 버티고 있어 안동이 수몰되는 일은 없을듯...

 

 

굳이 월영교를 찾아온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라는 설명때문이었다.

근데...낚였다

시멘트교각위에 강철파이프로 구조 다 올리고 상판만 나무로 깔았다.

 

 

이 정도는 기대도 안했다, 그래도 저렇게 대놓고 허풍을 떨줄은 몰랐다.

스위스의 오래된 목조다리 카펠교 

<인용사진>

 

 

다리 중간, 강 한가운데에 정자가 운치있게 서 있다.

계단끝에 낙서금지란 경고판이 붙어있을 정도로 과연 정자 곳곳에 낙서들이 많이 보이긴 했다.

이 정자가 이래뵈도 아주 어리다. 열살이 채 안된다.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낙서보다 낙서금지란 노란 경고판이 진정한 낙서로 보였다.

 

 

 

정자에서 맞는 강바람이 훨씬 시원해서

쉬어가는 사람마다 긴 의자에 누워 절로 무사태평을 노래하고 있었다. 경상도 사투리로...

  " 억~시로 시원허네.  니나노 ~ "

 

 

 

 

 

현주랑 짱이가 강건너 가본다고 떠나고

 

 

남자들은 얼굴탄다고 그늘에서 기다리자니

 

 

금방 돌아왔다,

 

 

단체나 개인으로 자전거 하이킹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고등학교때 사이클부 자전거를 빌려 타본적이 있었다,

한 손으로 들만큼 가벼웠는데 그 무게까지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도 한쪽만 달아놓았다.

영업용이나 선수들에게 자전거무게는 큰 부담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10만원정도면 쓸만한 자전거를 살수 있었다.

지금은 몇백 몇천하는 자전거를 끌고가야 자전거동호회에서 무시 안당한다

그 가격은 자전거 무게를 줄이기 위해 평균 1kg 당 백만원을 투자한 것이다.

   무거운 역기는 들지언정 턴테이블 바늘도 무거워 자동으로 만들고

   헬스믈럽에 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사람들

   그린에서 캐디에게 골프채 맡기고 카트타고 다니는 -미국의 경우를 말함-

   건강을 위해 타는 자전거 무게를 줄이기 위해 직장에서 뼈빠지게 일하는 사람들

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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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가 다리 입구에 서 있는데 지나가던 아줌마가

  " 음료수 얼마예요 ? "

아무말 없이 야려줬더니(째려보다의 은어) 당황해서 그냥 가더라고 경재가 투덜댄다.

이번 여행이 경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것이 틀림없다, 

  발을 밟히고, 신발도 남이 신고, 트럭상인으로 오해도 받았으니...

 

 

멀리 안동댐 옆에 누각이 보여서 한번 올라가봤다.

월영교는 사람이 많았는데 여긴 전망이 좋은데도 우리뿐이여서 호젓했다

 

 

 

 

 

 

 

 

 

 

 

 

댐을 내려오는 길에 월영교 분수쑈를 구경했다 

 

 

 

 

 

안동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두량짜리 알록달록한 기차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지금 다니는 철도 노선은 중앙선이다.

안동은 일제시대 이미 경북선이 운행중이었다.

그런데 태평양전쟁때 무기 만든다고 뜯어가 버리고 지금은 폐허의 교각만 남아

그 시절의 수탈이 얼마나 악날했음을 묵묵히 고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