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7. 16. 15:00ㆍPhilippines 2004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마닐라에서 4시 방향의 팍상한 폭포다
아래 지도의 A 표시 지점.
창밖으로 계속되던 가난한 필리핀 마을들이 끝나가고 울창한 산속으로 들어섰다
팍상한 폭포 (Pagsanjan Falls)로 가는 도로가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업소 (보트+식당) 들이 꽤 보였다.
왼편에 묵직하게 흐르는 강을 따라 상류로 상류로 헉헉대며 올라가던 버스가 마침내 앞마당 넓은 한 가든식당으로 불쑥 들어선다
함석지붕으로 대충 가려놓은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뷔페이긴 한데 좀 어설프고 맛이 별로다.
하긴 조금전 오성급 호텔에서 아침뷔페 먹고 온 놈이 뭔들 맛있겠냐 ?
한국식 반찬도 좀 있고 결정적으로 컵같은 그릇들이 한국에서 보던거랑 똑 같아서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곳이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있다가 배를 타야 되니까 대충 배를 채우고 있는데 두 필리피노가 환영노래를 불러주었다.
최신가요를 불러주면 더 밥맛이 좋았을텐데 좀 묵은 60-70 한국 노래다. 우리가 아직 그 정도 세대는 아닌데... 한국말 발음이, 고추장좀 먹어본 솜씨다.
이천 미란다호텔이나 수원 이비스호텔 1층 라운지에서 봤던 필리핀 젊은 커플 가수들이 생각난다
흥겨운 노래도 그들이 부르면 왠지 애잔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이 남자들에게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턱시도를 빼 입은 백인들이었거나,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쓴 남미가수들이 와서 불렀다면 부담없이 즐겼을거 같다.
식사가 끝나고 잘 정돈된 정원을 지나 옆 동으로 이동했다,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고 구명조끼 하나씩 매고 드디어 강가로 내려온다
좌측에 하류쪽에서도 연신 보트가 올라오고 있었다
폭포까지는 '방카' 라고 부르는 카누랑 비슷한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얼른 물가로 가고 싶은데 또 세워놓고 기념사진이다
손님이 적으면 사공 한명이 끌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방카엔 앞뒤로 사공 두명이 붙었다
앞사공은 백넘버 45번의 R Flores
방카에 탄후에 절대 보트 가장자리를 잡지 말고 안에 쇠막대를 잡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밖으로 껴내놨다간 바위등에 손이 나갈수 있다.
산적인줄 알았다. 산속에서 말을 타고 내려와 뭘 파는것 같던데...
팍상한 폭포까지 저 무동력 보트를 타고 1시간 가량 올라가야 한다.
벌써 내려오는 관광객들과도 마주쳤는데 완전히 맛이 간 표정을 보니 우리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관광객을 위한 보트장이 있고 가격표가 붙어있다.
그늘속에 젊은 뱃사공들이 쉬고 있고 사장같이 보이는 배나온 아저씨와 설겆이하는 아줌마도 보인다.
에버랜드 셋트장이 아니라 실지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가격표 아래 Note. Tips will be strictly voluntary (팁은 엄격히 자율입니다)
보통 ' 팁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라고 쓰는데 여기선 Prohibit 란 단어를 Voluntary 로 살짝 바꾼듯
강 양편이 높은 바위절벽인 협곡으로 들어섰다,
고개를 들어보면 하늘이 손바닥만했는데 늘어진 나무줄기에서 머리위로 물이 톡톡 떨어진다.
어짜피 폭포 맞을 몸인데 이까이꺼 ~
유유하던 유속이 빨라지며 거칠고 큰 바위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상류다.
우리도 내려서 배를 끌고 가야 하나 ? 하는 순간 앞 뒤 사공이 능숙한 솜씨로 바위 사이로 능숙하게 배를 끌고 올라간다.
발로 밀치기도 하고 물속에 들어가 땡기기도 하는데 배에 탄 우리가 미안할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 살이 찌질 않겠군' 에서 시작된 생각은
' 필리핀에서 안 태어난 것이 정말 다행이다' 까지 이르렀다.
우리 사공들은 안 그랬는데 일부 방카사공들은 한국말로 ' 힘들어~ 힘들어~ ' 하며 엄살을 부려 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상류끝에서 더 이상 방카는 못 올라가고 다 내려야 한다.
그 위로 올라가면 엄청난 낙수소리가 들리고 드디어 웅장한 91 m 팍상한 폭포가 나타난다
필리핀사람들은 여자아이를 선호한다
팍상한 폭포를 맞으면 딸을 낳는다는 미신이 있어 현지 사람들도 많이 온다
탯목을 타고 카메라를 비닐에 싸서 품안에 안고 폭포아래로 서서히 들어간디
<인용사진>
카메라고 나발이고 나 살기에도 정신이 없다.
머리통에 떨어지는 폭포수는 고개도 제대로 못 들 정도로 세고 등짝은 손바닥으로 수십대를 한꺼번에 맞은 것처럼 얼얼하다
이 폭포를 맞아야 딸을 낳는다는건 필리핀 여자들에겐 형벌이다. 차라리 독수리 오형제를 낳고 말겠다
<인용사진>
돌아오는 길은 사공도, 우리도 온 몸이 노곤하고 춥고 졸립다.
물에 젖은 카메라가 맛탱이가 가부렸다
드디어 무사히 도착,
또 다른 손님을 기다리는 사공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올라왔다
요즘 EBS 에서 방송하는『극한직업』이란 프로에 방카사공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게 보았다
나이든 아버지와 아들이 한 조가 되어 방카를 타는데 저녁때 아들이 아빠의 다리에 약을 발라주는 광경을 보며 그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구나란 생각이 새삼 들었다
'Philippines 20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7> Ninoy Aquino international airport (0) | 2004.07.17 |
---|---|
6> Hidden Valley springs (0) | 2004.07.16 |
4> Jeepney (0) | 2004.07.16 |
3> Tagaytay (0) | 2004.07.15 |
2> Manila bay (0) | 2004.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