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30. 08:30ㆍAustralia 2012
어제밤에 빨아서 머리맡에 널어놓고 잔 양말이 신기하게도 바짝 말랐다
그렇게 건조했나 ?
난 이불도 안 덮고 베개만 끌어안고 잤는데 별로 추운지 모르고 잘 잤다,
현주도, 잠결에 짱이에게 몇대 주먹으로 얻어 맞은거 빼곤 따뜻하고 편안했다고 ...
창밖에 아침비가 내린다.
잠이 덜깬 경재가 비오는 호수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
한국이 그리운건가 ? 아빠로서 판단하건데 ...아무 생각이 없는거다.
8 : 30
우산도 없는데 비가 제법이다
숙박비에 포함된 아침밥을 먹으러 모텔 안마당으로 뛰쳐 나왔다
어제 현주가 '아침 식사장소' 에 대해 직원에게 이렇게 설명을 들었다 한다.
' 맞은편 16호실에 가서 드시라 '
그 말을 전해 들으며 좀 의아하긴 했지만
아침 먹으러 16호실을 찾아가서야 그 궁금증이 풀렸다
' 16호실 맞은편에 가서 드시라 '
역시 16호실 맞은편은 화단이고
그 사이로 계단이 있었고
그 위에 식당 비스꾸무리한게 보였다.
만약 16호실 문을 열고 들어가 아침 달라고 했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 상상하며...식구들이 배꼽을 잡았다.
◎ ◎ ◎
언덕위 1층 식당으로 들어서자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소박하다 못해 투박한 실내가 우릴 반긴다.
오른편 벽을 따라 간단한 아침거리들이 대충 놓여있고
싸구려 식탁과 의자에 앉아 몇 팀의 중하류층 백인들이 위장을 채우고 있고
반대편 벽 TV 화면엔 그저 그런 아침프로가 띄어져 있다,
프랑스나 이태리였음 화려한 식기와 섬세한 장식의 로코코 가구위에 흰 테이블보가 깔려있고
음식맛을 즐기라고 TV 같은건 아예 없애버리고 여러 종류의 치즈가 깔려잇을텐데...
근데 난 이런곳이 더 맘이 편하다는 거.
식빵과 찬 우유와 시리얼만 보며 실망하고있는데, 경재가 흥분 + 황당한 표정으로 달려와
" 아빠 ! Noself 래~ ? " 한다.
물은 Self 란 말은 들어봤어도 Noself 는 뭔가 하고 가보니
유리진열대 안에 베이컨과 수란, 쏘시지에, 콩에....
따뜻하고 먹음직스런 음식들을 잔뜩 쌓아놓고 종이를 떡하니 붙여놓앗다.
" NOSELF SERVICE HOTFOOD "
이거이 뭔 뜻이당가, 좋은건가, 나쁜건가 ?!?!?!?
X 마른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대자 안에서 한 남자가 무표정하게 나와
접시에 음식을 푹푹 담아주며 몇명이냐고 묻는다.
" 다섯명이요 ! 다섯접시주세요 ! "
한접시씩 받아 식구들에게 전달해 주다가 그의 한쪽손을 보고 말았다
ㄴ 자로 접힌 팔꿈치는 굳어 펴지지 않았고, 손목 이하는 축 늘어져 있었다
근육의 마른 정도로 보아 뇌성마비처럼 오래된거 같았다.
덥수룩한 수염에 무뚝뚝한 인상이 별로였다가 갑자기 애정이 막 생겼다.
" 이름이 뭐여 ? "
" 믹 ! "
갑자기 믹 재거 생각이 났다.
수염 안 깎은 믹 재거구만 !
롤링스톤스의 맴버 믹 재거 <인용사진>
맨 뒤에 그릇 정리하는 사람이 믹이다.
베이컨이 좀 짠거빼곤 다 맛있었다.
비오는 아침이지만 따뜻한 음식에 몸과 맘이 다 녹앗다.
시리얼중에 젤 맛없던 거.
차라리 합판 쪼가리를 씹는게 더 낫다.
" 믹 ! 잘 먹었다. 맛있네~ " 했더니
" Thanks you, welcome ! " 얼굴에 수많은 근육중 입술만 얄밉게 움직이며 지나간다.
밥 먹고 나와 엄마의 탁월한 선택을 칭찬하는 가족들.
135 $ 에 잠도 잘 자고 이렇게 맛있는 아침도 먹을수 있다니 ! 가성비 최고 !
그 돈마저 깎으려고 했던 내가 무안할 지경이다
아침밥 먹는 사이
비는 그쳤지만 코지오스코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
쌀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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