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상낙원 Tairua

2001. 1. 1. 00:05New Zealand 1996

 

1996 8.21 (수)

 

 

A   8:00    눈부시게 찬란한 아침이다.

               해변으로 나가는 발코니창을 열고 처음으로 뉴질랜드의 아름다움을 맘껏 누렸다.

               갈매기들이 갑자기 몰려들었다,

               먹다남은 딱딱한 빵을 한장 가져다 조금씩 뜯어 던져주었더니 수십마리로 불어났다,

               힘센 놈에게 밀려 못 받아먹는 뒤애들이 불쌍해 신경써서 챙겨주었더니 금방 빵이 거덜났다,

 

 

 

 

 

    9:00    프런트에 와서 어제 밤에 방에서 쓴 국제전화 돈 내고

              한국에서 준비해간 기념품 하나주며 어젯밤 고마움을 다시 표했다. 

 

 

사모님이 주인 아저씨랑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10:00    근처에 아침 먹을 식당을 물어보았더니 약도를 그려주었다,

               이 블럭을 돌아서 100m 정도 거리였다.

 

 

 

 

우측에 식당전경.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인용사진>

 

차로 타이루아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바다 한가운데로 섬처럼 돌출된 얕은 산위엔 아름다운 집들이 점점히 박혀있다.

아담하지만 있을거 다 있는 조용한 휴양도시.  노년에 와서 살고 싶은 맘이 처음으로 들은 동네다.

 

식당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크거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아닌 주민들이 간단히 와 서서 빵과 커피 한잔하고 가는 부담없는 곳이었다

따뜻한 스프가 있었다.   온몸의 피로가 다 플리는 느낌이다.

열린 문으로 참새가 들어와 식탁아래 빵 부스러기를 쪼아 먹고 있다.

참새가 들어왔다고 놀라는 사람도 없고, 옆에 사람이 지나가도 참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참새가 단골인 마을 빵집.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천국이었다,

 

 

어제 차가 빠졌던 진흙구덩이

 

빨간 저 차가 Ford telstar

 

마을 옆 공원,

 

 

 

 

섬처럼 돌출된 조그만 산위에 마을

 

 

아름답게 조경된 Tairua 마을 모습,

 

 

    11:00    Tairua 를 떠나 해안가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아름다운 뉴질랜드 자연의 모습에 수시로 차를 세우지 않을수가 없었다,.

               줄지어 가로수를 심고 초지를 개척하고 길을 내고 유지보수하는 그들의 노고를 잊을수가 없을거 같다.

 

풍광에 넋을 놓고 천천히 가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내 뒤를 따라오는 차가 백미러로 보였기 때문이다.

미안해서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얼른 깜빡이를 켜는걸로 추월해가란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더 황당한건...

내가 무슨 비상사태가 있는건가 걱정이 들었는지 한동안 따라오다 마지못해 추월해가며 내 차쪽을 유심히 보는거였다.

여기 살면 저 정도로 여유스러워지는건가 ?

 

 

 

 

 

 

Tauranga 가는 길에 학교 운동장

 

 

길옆 농가에 소가 날 구경하고 있다

 

 

 

P   2:00   로터루아는 상당히 큰 도시였다.

              입구에 큰 마트가 보이길래 어제 밤에 식당 일찍 닫아 배 곪던 생각이 나서 미리 대비하려고 얼른 들어갔다

              과자인지 우유인지 사탕인지 대충 보면 알겠는데 식품코너에 도무지 뭔지 알수 없는 제품이 있어서 집어 들었다

              나중에 띁어보니 어렸을때 먹던 불량식품중 얇은 테이프 기억나는지...

              입안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고 남은건 한꺼번에 껌처럼 씹곤 하던 계피향 나던 바로 그거 였다,               

 

술을 따로 파는 시스템이라 종이 봉투에 술을 사가는 사람들이 더 누추해 보인다.

주유소 들려 기름 넣고 시내를 둘러본다

 

    3:00    예쁜 백인 여자가 지나가길래 말도 붙일겸 마오리 빌리지를 물어보았다,

              Ohinemutu Maori village 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문화와 음식을 접할수 있는 곳이다.

              번화한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호숫가에 있고 겨울이라 더 썰렁해서 빈민촌같은 느낌이었다,

              바로 옆에 St Faith's Anglican church 가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 갔는데 아무도 없이 경건한 분위기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 앉아 기도를 했다, 세례를 두번이나 받았지만 난 아직도 무신론잔데 이런곳에

              혼자 여행오니 더 감상적이 되는거 같다. 소원도 잠깐 빌긴 햇지만 그 분위기가 좋아서 한동안 앉아있었다,

              갑자기 뒤쪽에 들이닥친 단체관광객들의 소란스러움이 정적을 깨기 전까지...

              가이드가 오더니

              '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계속 기도 하시라 '고 하는데 울고 싶은 놈 빰 때린 격이다 싶어 얼른 일어나 나왔다

              호수쪽에 하얀 재단이 있고 그 위에 예쁜 꽃 한다발이 헌화되어 있었다

              갑자기 눈믈이 났다. 그이후로 혼자 여행은 정말 안 좋구나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타우포 호숫가에 Black swan 과 갈매기와 이름모를 새들이 평화롭게 놀고 있었다

 

 

 

 

갑자기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에서 연속으로 클락션 소리가 울리며 안에 탄 남자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수많은 새들이 그 차를 애워싸고 먹을걸 달라고 조르나보다. 성질급한 갈매기 몇 놈은 아예 차 위로 올라가 땡깡이다..

 

 

드디어 새들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오신 단체관광객들이 새모이를 살포하고 가셨다.

 

 

흐린 하늘이 갑자기 눈부시게 빛나며 로터루아 호수위로 선명한 무지개가 떴다

 

 

 

    4:00     로터루아 옆에 농고타하(Ngongotaha) 산이 있다.  그 산위로 Skyline 이라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눈 아래 펼쳐지는 시내와 호숫가를 실껏 감상하고

               1km 되는 내리막길을 Luge 라는 미니 썰매를 타고  스피드를 즐기며 내려왔다,

 

 

 

 

 

 

시내로 나오는 길

큰길에 접어들려고 기다리다 불연듯 돌아가고 싶어 후진기어를 넣고 엑셀을 밣다가 십년감수했다,

바로 뒤에 차가 있었던 거다. 다행히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여성운전수의 놀란 표정에 너무 미안하고 쪽팔려서 얼른 도망쳐왔다,

왜 넋놓고 운전을 하는지....

 

타우포가는 길은 상당히 멀었다,

 

   8:00    드디어 Taupo 에 도착했다,  로토루아에서 버스로 1시간 반이상이 걸리는 거리다

             가이드북 숙소편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Rainbow lodge bacjpackers hostel

             시내를 둘러보다 가장 먼저 눈에 띌 정도로 좁은 동네다.

             프런트에 여직원에게 숙박비를 물었다,  도미토리 14 달러에 이불 2 달러 그리고 10달러를 추가로 내란다

             뭔 돈인지 묻고 설명하다 내가 "아 ~ 디파짓 ? " 하니 엄청 즐거워한다.

 

             근처 식당 쿠폰을 몇장 쥐어줘서 위치를 물어보았더니 지도에 이렇게 표시해줬다.

 

 

 

 

 

     9:00    차를 끌고 마르게리타를 찾아갔다, 잘 정돈된 조용한 주택가 골목같은 곳에 식당이 있다.

               문앞에 서니 곧바로 가파른 계단이 2층까지 이어진다.

               올라가 ? 말어 ?  고민하는 순간에 계단끝에서 백인아가씨가 올라오라고 손짓하며

               " Korean ? "  이러는게 아닌가.

               그 말 듣고 그냥 돌아갈 남자가 어디있겠어.  낑낑대고 2층에 올라가 음식을 주문하며

               어떻게 내가 한국인인줄 알았냐고 물었다. 혹시 백페커에서 전화를 해놨나 ?

               대답은 " 척 보면 안다 " 곤 하는데 진실은 저 멀리에 ~        

               어두운 조명아래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웃고 떠들며 음악을 즐기고 있는 이곳이 천국이다. 

 

 

 

    10:00    도미토리 주방엔 각국에서 온 베낭여행객들이 음식을 해서 나눠먹느라 떠들썩하다.

               거실에선 한무리의 독일 애들이 당구치고 구석에선 껴앉고 애무하고...

 

               책 몇권이 굴러 다닌다. 여행자끼리 서로 읽고 놓고간 책들인거 같은데 일본책들도 꽤 있다.

               그냥 방으로 들어왔는데 건축을 전공한 28살의 일본청년이 먼저 와있어 인사를 나눴다

               그와 제3국의 언어를 써서 대화를 나눴는데

               자긴 " 왜 다른 나라사람들이 일본에 여행오고 싶어하는지 "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 기억난다.

   

 

오늘 이동한 거리

 

 

 

한밤중 자다 깼는데 옆 침대에 영국여자애가 널부러져 자고 있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양반입장에선 참 상스런 문화라서 적응이 힘들다

차라리 눈을 질끈 감고 남은 잠을 청할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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