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1. 1. 00:02ㆍNew Zealand 1996
1996 8.19 (월)
A 5:00 불편한 자리에서 꾸겨져 자는 잠이라 일찍 깨버렸다,
창문을 살짝 올리니 하얗게 밝아오는 하늘위로 비행기는 계속 날고 있다,
6:00 연장자 스튜어디스가 오더니 기장님이 좀 뵙자고 조용히 날 부른다,
비즈니스석을 통과해 비행기의 맨 앞인 조종석으로 안내되었다
지영이 아버님 친구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부기장님도 인사시켜 주셨다,
이 비행기가 MD (맥도널드 더글러스) 기종이고 자동항법장치로 운항되기에 특별히 핸들처럼 잡고 갈
필요는 없다는 설명과 부기장과 기장의 식사는 다른걸로 먹어서 만약의 배탈나는 사태를 대비한다는
재미난 예기도 해주셨더,
아까 날 불렀던 스튜어디스가 다시 오더니 " 마침 자리가 남으니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옮겨드린다 "
고 하고 내 짐을 가지러 나가자 기장님이 " 사실 난 권한이 없는데 저렇게 알아서 눈치껏 해주니 사무장도 되는 거다 "
라고 칭찬을 하신다. 사무장 스튜어디스가 기념품까지 챙겨 주었는데 열어보니 넥타이다
7:00 처음으로 비즈니스석을 타보는데 여기 타는 사람은 이코노미는 사람으로 안 보일듯
자리가 널쩍하고 양 팔에 두툼한 팔걸이에 좌석은 뒤로 완전히 젖혀졌다
아침 식사가 써빙되는데 플라스틱 식판이 아닌 도자기에 전채요리, 주메뉴, 후식 순서로 풀코스다
8:00 느긋하게 화장실도 구경할겸 양치도 하고
9:00 오클렌드 공항에 도착해서도 비즈니스석부터 먼저 내릴수 있게 해주었다,
입국심사중 영어로 가방이 몇개인지 물어보는데 못 알아들었다.
11:00 공항 주차장쪽으로 가다가 Lexus 차를 첨 봤다,
한국에 있을때 좋은 차란 예기를 많이 들었고 외국 자동차 잡지에 난 광고만 보며 침을 젤젤 흘렸다,
난 언제 저런차 타보나 ~ 부러워만 했는데 직접 눈앞에 실물을 보니 감계무량이다,
공기 자체가 틀리다. 공기가 이렇게 맛있을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맘껏 심호흡을 했다
12:00 공항에 마중 나온 성철이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
예쁜 서양식 가정집들이 줄 지은 동네를 지나는데 Clinic 이란 간판을 보았다
여긴 주택안에서 진료도 할수 있나보다,
P 2:00 성철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은 G 로, 2층이 1층으로 되어있다,
동양계 직원이 몇명 근무중이여서 나 혼자 시내 구경좀 다니다 다시 오기로 하고 나왔다.
박물관에 들려 구경후 계단위에 서서 내려 보이던 풍경
3:00 택시를 잡아타고 Kelly Tarlton's 수족관을 가자고 했다, 운전수는 백발의 노인,
가는 길가에 봉분같은 모양이 있어서 창밖을 가르치며 Tomb ? 냐고 물어보니 못 알아듣는다.
혹시 내가 잘못 말했나 싶어 Comb ! 비슷한 단어를 다 끄집어 내도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된다.
3:39 입장료 18 $ 내고 설레임을 갖고 들어갔다
천정까지 투명터널로 만들어 바닷속 느낌이 든다. 이 터널은 Moving walk 여서 편하다
직접 물고기를 만져볼수 있게 해 놓은 곳도 있었다.
6:00 구경 다 마치고 지상으로 올라와 택시를 잡으려고 거리에 서 있었다,
택시가 거의 없고 안 잡힌다. 낭패다, 이 나라에선 혹시 택시를 불러야 되는 건가 ? 걱정하다가
히치하이킹이라도 하려고 지나가는 차에게 손가락을 들여 보였다,
몇대 그냥 스쳐가더니 한 대가 날 지나 10 여 m 거리에 차를 세웠다.
고마워 얼른 뛰어가 성철이네 사무실 거리 이름을 대니 백인여인이 흔쾌히 타라고 한다.
오는길에 자세히 보니 30대 중반정도의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인이다
...영어라도 잘 하면 이럴때 썸씽이라도 만드는 건데 아쉬워 하며 거의 초보적인 대화만 했다.
시내에 도착해 고맙다고 인사하고 성철이네 사무실에 다시 들어갔다,
7:00 성철이는 호텔을 잡아주고 집으로 가버렸다. 내일 아침에 온다며...
객실에 들어와 샤워하고 나오니 춥다. 방에 전열기구라곤 라디오만한 조그만 팬히터 딸랑 하나.
콘센트를 꽂고 가장 세게 틀어도 달달달 소리만 내며 따뜻한 바람은 죽은놈 콧김정도다,
서랍을 여니 성경책 한권-한글이었음 그 책이라도 읽을려고 했을듯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바로 옆 건물의 널적한 철판 지붕만이 눈앞에 꽉 찼다. 그 위로 겨을비가 음침하게 내린다
얼른 창문을 닫고 썰렁한 침대속으로 기어들어가 새우처럼 몸을 구부렸다
하루도 안됐는데 여행을 포기하고 집에 가고 싶다..
9:00 얼마나 잤을까 ? 많이 잔거 같은데, 다음날 아침인가 ? 시계를 보니 1시간 잠들고 추워서 깼다.
외롭다 !
그러고보니 오늘 먹은게 별로 없었네... 따뜻한 밥이라도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
호텔밖으로 나오니 이미 하늘은 깜깜하고 거리에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왼편 내리막길로 조금 가니 아직 불을 켜 놓은 식당이 보였다.
손님이 딱 한명있는 두칸짜리 작은 식당, 분위기상 내가 마지막 손님인거 같다
메뉴를 자세히 보고 고르기도 미안해 스테이크를 웰던으로 주문했다
잠시후 써빙된 스테이크 한 접시, 우리나라처럼 따뜻한 스프라도 코스로 나올줄 알았는데
바싹 타버린 고기 한 덩어리를 앞에 두고 눈물이 날 정도로 침울해진다.
짜다.
10:00 오로지 위장을 채우기 위해 꾸역꾸역 다 먹고 쫒겨나듯 어두운 거리로 나왔다
호텔로 올라오는 길. 마주오는 남자가 깽패나 강도처럼 보인다,
겨울 찬바람에 사람들이 모두 숨어버린 남반구의 도시 밤거리는 절대 낭만적이지 않았다.
다시 추운 방으로 들어와 새우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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