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1. 1. 00:08ㆍNew Zealand 1996
1996 8.23 (금)
A 9:00 아침에 Check-out 하러 프런트로 갔다.
얼굴도 못본 사장이지만 서로 연락을 취해서 날 재워줬으니 고마운 분중에 한명.
건네주는 청구서를 보니 예약은 어제 차량 공업사인 A1 Salvage 으로 되있고 날 일본여행객으로 적어놨다.
습관대로 좀 깎아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잡은 물고기 먹이줄 필요 없는건 나도 안다.
10:00 Hertz 사무실에 들렸다.
경위서 쓰고 다시 다른 차를 렌트하는걸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사고차량에 추가요금이 Charge 된다고 해서 보험을 다 들었는데 왠 추가냐고 따졌다 (뻔뻔하지 ?)
그쪽 답변은, 원래 오클랜드로 반납해야 하는데 여기에 반납한 것이니 편도요금을 내야 한다
반납할때 기름을 가득 채워야 하는데 사고차량은 기름이 거의 떨어져 있다고 한다
뭐 그렇기도 한거같고 아닌거 같기도 한데 더 따지는 것도 치사스러울거 같아 몇만원 더 내는걸로 사인했다
맘속으론 새차 부셔먹은거 물어내란 소리 안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새로 빌려준 차는 파란 TOYOTA carolla 였는데 96,000이나 뛴 헌 차였다,
끌고 나오는데 가만히 보니 연료게이지에 눈금이 하나 줄어 있었다,
아까 그 아줌마직원이 출퇴근으로 끌고 다니는 차 아냐 ? 라는 느낌이 들다가
불연듯 연료게이지가 이상이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까지 미쳤다. 그럼 반환할때 또 문제가 될거 같아
다시 렌트카 사무실로 가서 기름이 적다고 예기했다.
여직원이 미안하다고 나랑 같이 주유소가서 Full 로 채워주었다.
속으로 " 뭐 이런 진상이 다 있어 ! " 하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11:00 사고차 처리도 다 끝났고
항구도시 Napier 의 아침은 너무나 화창했다
멀리까지 시야가 탁 트인 깨끗한 자연속에서 조깅하는 사람들,
아침을 먹으러 East Peer 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주차장엔 우리나라에선 찾기도 힘든 현대의 구형 포니가 세워져 있다.
식당안엔 젊은 남녀직원이 분주히 오픈중비를 하고 있고 내가 첫 손님이다.
혹시 따뜻한 스프가 있냐고 물으니 호박스프란다.
나 호박 싫어한다고 주메뉴만 시키고 앉아있는데...오더니 감자스프를 끓여줄수 있는데 괜찮냐고 해 감격했다
이쪽 사람들은 왜 이리 감동적으로 친절한거야 ?
레스토랑 창밖엔 눈부신 바닷가를 산책하는 귀여운 꼬맹이가 보였다.
한참 맛있게 먹다가 숫가락 떨어트릴뻔했다.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오는 롱코트의 늘씬한 백인미녀(우측 검은옷) ! 내 앞 창가자리에 앉았다.
뒤따라 좌측에 딸내미가 들어와서 앉고...
이건뭐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수가 없다. 바로 내 창가전망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래서 " 보기 좋은데 사진 한장 찍어도 되냐"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하는데 그때부터 내 카메라를 너무 의식한다
" 그냥 편하게 둘이 대화해라, 내가 적당할때 찍을께 " 하고 실컷 감상했다.
한동안 수다 떨던 두 모녀가 식사가 끝났는지 나가려고 일어선다.
아쉬워하는데 검은 옷의 미녀가 나에게 와 손을 내민다.
"여행 잘 하시라 " 고.
벌떡 일어나 무릎이라도 꿇고 손등에 키스를 해야하는데 음식먹다 얼떨결에 앉아서 악수를 했다,
이쪽 Hawks bay 사람들은 다 천사만 사나보다,
P 1:00 이곳 사람들이 네이피어를 미국의 캘리포니아로 부를만 하다
깨끗하고 잘 정돈된 시내 전경과 바닷가쪽 박물관과 돌고래 바다표범 묘기도 구경했다,
기념품을 하나 사려는데 대만거라 놓고 나왔다.
3:00 항구끝지점에 언덕위로 좀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
네이피어를 기점으로 전세계 주요 도시들의 방향과 거리가 표시된 것도 구경하고
네이피어항은 목제 양모 식료품의 수출항이며 외국 여러 나라에 펄프공급 기지로 되어 있기도 하다
Tissue paper 의 상품이름이 이 도시에서 연유된 것이 있는것도 이해가 된다.
전망대 아래 양지바른 잔디밭에 왠 백돼지같은 놈이 아리따운 아가씨를 능욕하고 있는게 눈에 띄었다
뜯어말리려고 얼른 내려갔더니
아예 포개져버렸다,
아 싱숭생숭해 ~
4:00 남쪽으로 더 내려갈까 하다가 출국날도 며칠 안남아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래 지도에 네이피어와 기스본을 표시해 놓았다
교외로 빠져나오니 뉴질랜드의 깨끗한 자연이 펼처진다.
나도 모르게 자주 심호흡을 하게 된다.
지리산을 찾아간들 이런 공기는 들이마시기 힘들거란 생각에 자꾸 폐 꽈리속까지 채워간다.
뉴잘랜드는 드라이브하기 정말 좋은 나라다
통행하는 차량도 별로 없고,
아래 노란 표지판처럼 커브길에 미리 정확한 속도표시를 해놓아서 그 속도로만 가면 부드럽게 커브를 빠져 나간다
그 이상 속도로 진입하면 여실히 차가 휘청거린다.
아래 차가 새로 렌트한 토요타.
길가에 반짝거리는 팔랑개비도 보이고 화려한 꽃 장식도 있어서 차를 세워보니 공동묘지다.
귀여운 도자기인형들로 장식해놨다. 하나 가져올래다 밤에 서양귀신을 보고 싶진 않아 포기했다.
워낙 날씨가 화창하니 공동묘지도 별로 무섭지는 않다
5:00 길을 가다보면 전망좋은 곳은 쉬어가라고 공터들이 드문드문 있다.
한곳에 차를 대는데 마침 백인남자 한명이 뭘 먹으며 멀리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넓은 곳이 아니니 그 남자 옆에 차를 대고 내리는데 날 보는 표정이 영 떨떠름하다.
한마디로 ' 재수없다 ! ' 그 표정. 뭐 나라도 혼자 경치감상하는데 옆에 짱깨오면 싫지. 이해한다
영 어색한 분위기다.
그 남차 차를 보니 Jaguar 다. 영국 브랜드. 나이든 Kiwi는 아직도 영국을 그리워 하나 ?
" 제규어 ? " 내가 먼저 침묵을 깼다.
" 옛스 " 대꾸가 짧다. 그래서 '좋은 차다' 칭찬을 한마디 했더니 이내 경계를 푼 표정으로
" 너차도 좋은 차네 "
" 내차도 아니구 뭐 렌트칸데 ...난 여행중이다"
" 이름이 뭐냐 "
" 완호다 "
" 와노, 와누..." 열심히 안되는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불러보려고 노력한다.
George 라는 그 남자와 급격히 친해져서 노닥거리다가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니 " Gisborne " 이란다.
악수하고 떠나는데 나도 뭐 딱히 정해놓은 곳도 없어서 그 남자 차를 계속 쫒아가다가 놓쳐버렸다.
그남자랑 같이 보던 경치
6:00 조그만 마을에 Fish & Chip 가게.
저녁때라 동네사람들이 피쉬앤 칩스를 담은 누런 봉투를 하나씩 들고 간다
맛있을거 같아 나도 하나 사먹으며 백인 할아버지랑 예기를 나누게 되었다, 직업이 선생님이라던데...
하룻밤 신세좀 지자고 했더니 갑자기 못 알아듣는 것처럼 말이 안통해 그냥 헤어졌다
한적한 시골길,
갈림길도 별로 없는 외길을 라디오를 들으며 가는데 백인여자 노래가 그날따라 정겹게 들린다.
직접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7:00 인연에도 없이 기스본까지 와버렸다. 가져간 여행책을 펼쳐봐도 한 줄 설명이 없는 낯선 동네.
로컬 라디오에선 기스본에 있던 조그만 가공공장이 호주로 이전한다고 지역경제가 걱정이란 소리나 들리고
미국서부영화에 나오는 2,3층 건물들이 쪼르르 있는 반경 1km 정도의 조그만 마을이다.
저녁시간도 다 되어 가고 여기서 자고가야겠다 하고 차를 세웠는데 그 앞에 Guiness 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봉고차 같은 택시들이 간간히 사람들을 거기다 내려주고 간다. 도서관인가 ?
그 문안에서 마오리족 아가씨가 비틀거리면서 나와서 왼쪽길로 벽을 짚으며 간다. 음 sexy 하군.
뭐하는 곳이지 ? 오늘 재밌는 일이 또 생기겠는걸 ? 입맛을 다시며 차를 잠그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두은 복도를 따라 들어가니 옆으로 홀이 보이며 사람들이 삼삼오오 술을 먹고 있다. 아 ! 술집이구나
한쪽 벽 Bar에서 맥주를 한잔 사서 빈 자리에 앉거나 서서 술을 먹는 분위기다.
나도 한잔 사서 빈 자리에 앉았다.
예쁜 백인 아가씨가 친구들하고 내 옆자리에 앉는다. 음 여기가 파라다이스군 !
작업을 걸어도 이건 뭐 1:2 정도면 어찌 해보겠는데 1:3이라서 사진한장 남긴걸로 만족해야했다.
죽일노무 후레쉬 ! auto mode
한편엔 연식이 좀 되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있어서 예기를 하는데 저 아줌마가 내 직업을 물어본다
" 닥터 " 라고 했더니 못 알아듣는다. 몇번을 악센트도 바꿔서 발음해봐도 다 표정이 '뭔 소리여 ? '
그러더니 ' 독타 ? ' 비로소 알겠다고 표정이 밝아진다.
아무리 영국식 발음이라지만 너무 못 알아듣는거 아녀 ? 카셋트도 '커젯' 뭐 이런 식이라서 쩝 !
그런데 사람들은 참 밝다.
8:00 한 30분 지났나 ? 밴드들이 들어와 무대위에 악기를 설치하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들어오는 사람들은 팔뚝에 "참 잘했어요" 같은 스탬프를 다 찍었다. 아마 공연 추가요금을 받나보다 ?
아까 밴드랑 같이 들어온 늘씬한 백인여자가 계속 내 앞에 저렇게 서있다. 아마 Singer 인가보다
그렇지않아도 백인여자 노래부르는걸 듣고 싶었는데 하늘이 감동하셨군 ㅋㅋ 할렐루야 ~!
조율이 끝나고
" Naked Gun ? " 뭔 뜻이여 ?
신나는 음악에 모든 사람들이 나와서 흥겹게 몸을 흔든다.
내 사진 후레쉬가 터지면 사람들은 더 환호하고 하루의 피로를 저렇게 다 풀고 있었다
아쉽게도 내 앞에 백인여자는 가수가 아니였다.
외투 벗고 몸을 흔드는 걸 뒤에서 보는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내 옆자리에 남자들이 와서 앉는다
오른쪽 마오리 쳥년의 입은 말끝마나 Fucking 을 달고 산다
앞에 뚱뚱한 남자가 오른쪽 청년의 아빠. 가운데는 Kiwi 인거 같은데 오른쪽 애 친구.
신나게 놀다보니 저 키 큰 애가 나한테 종이에 싼 담배를 준다.
뭐냐니까 기분 좋아지는 거란다. 아 ~그거 ? 감 잡았다,
" 난 지금 이거 없어도 엄청 신나. 너나 펴라 " 하고 사양했다.
내가 술을 한잔씩 샀더니 아주 좋아 죽는다 죽어. 그래봤자 500 cc 3잔인데...
나한테 뭐라도 주고싶은지 자기가 매고 있던 저 ivory 목걸이를 빼서 나를 준다. 그건 감사히 받았다.
12:00 12시쯤 되서 친구들이 더 늘었다. 2차 가잔다. 나포함 6명이 비틀거리며 나왔다.
길건너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는데 얼마나 되는지 몰라 난 차를 끌고 천천히 그네들을 따라갔다.
한 100 미터 와서 다 왔다고 해서 차를 세우고 두 녀석이 골목으로 들어가길래 나도 가서 소변을...
마침 사람이 나오는거 같아 소변을 못 보고 2차 장소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이녀석들이 다 자기술값만 계산하고 잔들고 들어가는거다. Dutch Pay .
나도 한잔 사가지고 들어가보니 예전 은행으로 쓰였던 내부 천정이 높은 나이트클럽같은 곳이다.
백인녀석이 나한테 하는 말
" 아까 너 술집 나왔을때 경찰이 널 따라왔다 " 는 것이다.
허걱 ! 놀라서 물어보니 음주운전 걸리면 외국인이니 감옥에 가진 않지만 몇천불 벌금을 낼거란다.
음주운전에 만약 노상방뇨 마약흡연까지 했으면 아마 지금도 거기 감옥에 있지 않았을까...
몇년후
새 천년이 시작되는 1999년 12월 31일 전세계가 축제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나도 TV를 틀어놓고 그 감격을 같이 느끼고 있었는데
2000년이 처음 시작되는 곳이라고 전세계의 TV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모두 한 방향을 보고 있었던 곳 !
기스본이었다
아 ! 그곳이 그런 곳이였구나. 내 친구들은 모두 잘 있겠지 ?
나는 또 다른 감흥에 젖어 한없이 TV속에 비춰진 기스본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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