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1. 1. 00:03ㆍNew Zealand 1996
1996 8.20 (화)
한밤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하도 방음이 안되는 객실이라 난 처음엔 다른 방을 저렇게 두드리나 했다.
그런데 내 방문이다. 무서워 안 열어주니 이젠 문고리를 비틀고 더 심하게 두드렸다,
할수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문은 못 열고
" Who are you ? " 했더니
저 쪽에서 뭐라고 소리치는데 뭔 말인지... " I don't know " 하고 조용히 기다리니 잠시후 갔는지 잠잠해졌다, 꿈인지 현실인지
아침에 또 누가 문을 두드린다. 창문을 여니 밝은 아침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보고 놀란다고 조심스레 누구냐고 물으니 성철이다.
같이 로비로 내려와 소파에 앉아있는데 흑인청년이 진공청소기로 카펫 청소를 하고 있다.
여긴 청년 실업율이 높아서 대학교 졸업해도 저런 일거리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호주로 두뇌유출이 많고 호주에 똑똑한 애들은 캐나다나 영국으로 간다고 한다.
성철이가 아침을 자기네 집에 가서 먹자고 한다
시내 10여층되는 아파트형 콘도인데 들어가 보니 조그만 거실에 쿠선소파가 놓여있고 어린 애 둘이 있다
아기자기 하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A 9:00 예약해둔 렌트카를 찾으러 시내 Hertz 사무실에 갔다,
문옆 주차장 입구에 빨간색 늘씬한 스포츠카 같은게 아침 햇살에 반찍거리며 세워져 있다.
아 ~ 이 차 빌려줬으면 좋겠다 하며 들어갔는데, 바로 그 차가 내 렌트카였다,
3758 km 밖에 안된 Ford Telstar (intermediate 급)
그 당시 한국이나 뉴질랜드에서 쿠페형 빨간색차량은 확실히 눈에 띄는 수준이었다.
두 말않고 왠떡이냐 싶어 얼른 끌고 나왔다,
10:00 확실히 우핸들 교통규칙이 낯설다.
시내에선 신호등과 차선변경때문에 좀 버벅대고 오클랜드를 벗어나려고 한참 길을 헤매야 했다.
대우자동차 마크가 선명한 정비공장이 보인다.
11:00 고속도로를 간신히 찾아 남쪽으로 내려가다 Coromandel 반도쪽으로 빠졌다,
12:00 공중화장실에 가려고 길옆에 차를 세웠다,
조수석 뒷 창문이 살짝 열려있어서 의아해하며 창문을 닫다가 손가락이 끼었다. 옴메 아픈거
화장실에 한 백인 남자가 소변을 보고 있는데 그 옆에 서서 지퍼를 내리며 Hi ! 하고 인사를 했다,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가는 남자를 보며
그이훈 절대로 화장실같은 곳에서 만나는 사람은 아는 사람이어도 인사를 안한다
P 1:00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Thames 마을을 지나며 FM 주파수를 찾는데 일본말이 들린다.
역시 국력은 세고 볼 일이다
뉴질랜드의 주택은 숲속에 폭 박혀 있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우리나라처럼 집 뒤 절벽을 깍고 평지를 만들어 집을 짓는게 아니라 땅 생긴 모양 그대로 위에 기둥을 세워 집을 올리기 때문이었다.
건축학적으로 뭐가 더 좋을진 모르겟지만 미관은 확실히 하늘과 땅 치이다
길가에 Open house 라고 팻말을 세워 놓은 집들을 보며 한번 들어가보고 싶은 맘도 들었다,
차를 세우고 경치를 감상했다,
또 조수석 창문이 조금 열려있다, 아가 분명히 닫았는데....
2:00 Pottery studio 라고 써 있는 조그만 집이 있어 한번 들어가 봤다.
백인 할머니가 혼자 석고로 여러 작품들을 만들어 전시판매 하고 있었다,
그중에 눈처럼 하얀 털이 몽실몽실한 석고 양을 16 $ 주고 하나 사갖고 나왔다
마을 초입엔 홈데포같은 하드웨어 파는 마트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3:00 코로만델 시내에 도착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반도를 건너가는 309번 지방도를 물어보았다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라고 하며 지도 아레에 볼펜으로 표시를 해주었다.
5:00 Coromandel 반도 동쪽으로 건너가는 지름길인 309번 road 는 강옆으로 놓인 좁고 굽이치는 자갈길이다.
한 45분 정도 걸리는 그 길엔 농장과 관목 소나무숲 원시림등의 볼거리들이 많다고 한다.
주요 지점마다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 종이를 받아들고 떠나며 자연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을 느낄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들어선 그 길은 멋있다는 풍경을 -쥐뿔 !-감상할 여유가 없이 난 코스였다,
인적없는 비포장도로를 저속으로 가야 하는건 두려움과 긴장감만 팽팽했다,
한참을 가다보니 마주오는 차가 있어서 세우고 길을 물어보았다
" Flat road is far ? " 포장길 나올려면 멀었냐고 콩글리시를 했는데도 알아들었는지 계속 가란다.
산을 넘어 들판에 야영하는 젋은이들을 발견하고서야 비로소 맘이 놓였다,
잠시후 차를 아스팔트위에 올릴수 있었다.
6:00 내륙을 달리던 길은 높은 산모퉁이 언덕위에 이르러 동쪽의 망망대해를 보여주었다,
아마도 Pumpkin hill 이지 않을까 싶다.
전망도 보고 쉬어 갈겸 차에서 내렸는데 또 뒷창문이 열려 있다.
신기한건 비가 차 안으론 한방울도 안 들어왔다는 거다. 차에 귀신이 ?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을뗀 실소를 참을수 없었다, 내가 내릴때 차문을 짚는 지점에 창문버튼이 있어 눌린것이다.
언덕위에 서 있는 내 귀 고막까지 다이렉트로 비가 뚫고 들어온다.
남극쪽에서 막히없이 불어오는 칼바람에 실린 비가 온 얼굴에 꽂힌다.
간신히 담배불을 붙이긴 했는데 반도 못 피우고 젖어버렸다,
7:00 산에서 내려다보니 남쪽 해안가에 꽤 큰 마을이 자리해 있다,
비도 심하고 날도 아두워져 더 이상 운전하고 가겠냐는 자문에 얼른 No 라고 데답하고 언덕길을 내려왔다
저녁을 먹으려고 식당을 두리번 거리며 찾았다. 늦은 시간도 아닌데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거 같았다.
불이 켜 있는 곳에 반갑게 차를 세우고 가보면 불만 켜놓고 퇴근해 버린 가게가 한둘이 아니였다.
나중에 알게 된건 보안을 위해 밤새 불을 켜놓고 전기세도 비싸지 않다고 한다.
낭패다. 차 안에 먹을건 담배밖에 없는데...
8:00 마을을 관통하는 길 끝까지 날 따뜻하게 맞아줄 식당은 없었다,
다리를 건너기전 우측에 Lodge 가 보이는데 좀 비싸보여서 그냥 지나쳤다.
마을이 거의 끝나는 지점인 다리를 건너자마자 길가에 (Beach Villa) Backpacker 팻말이 보였다
Lodge 보단 싸니까 차를 좌측에 대고 마당 안으로 들어가는데 창 너머로 따스한 불빛이 흘러 넘친다.
부부와 아이둘이 한 식탁에 앉아 단란하게 저녁을 먹고 있다.
젊은 애아빠가 날 보고 일어나 나오고 있다, 하루 묵으려고 왔다고 하니
" 아직 오픈을 안해서 죄송하다. 내 형이 하는 숙소가 있으니 알려주겠다 " 고 하는데 아까 지나처온 Lodge 다.
마을 크기로 봐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거 같아서 고맙다고 하고 차를 돌려 나왔다,
다리를 건너 빗속에서 희미한 불빛을 내고 있는 랏지를 향해 간다.
정문 위치를 정확히 모르니 맨 앞에 건물 마당에 차를 대고 프런트를 찾아야 겠다 싶어 길 옆으로 빠졌다
그런데 정말 빠졌다 차가. (아래 지도 빨간 별표)
그런 느낌 있잖은가 달리던 차가 끈적한 진흙속으로 들어가 속도가 팍 떨어지는 느낌,
얼른 후진기어를 넣고 차를 빼려했지만 이미 늦었다,
몇분을 전후진을 반복하며 차를 포장된 길위로 올리려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더 깊이 내 무덤만 파는 꼴이었다,
비는 내리고 날은 어둡고 차는 진흙속에 처 박혔다. 설상가상 배도 고프다.
9:00 아사하긴 아직 젊다.
차 문을 열고 나와보니 표면은 잔디밭이지만 그 바로 밑은 바닷진흙 뻘이고 비까지 섞여 아주 찰졌다
안 미끄러지려고 차체를 짚으며 간신히 빠져나와 Lodge 프런트를 찾아갔다,
콧수염을 기른 하늘색 눈을 가진 백인 아저씨가 별 놀라는 기색도 없이 날 맞는다.
" 동생이 소개시켜줘 여기를 오다 차가 빠졌다. 오늘 여기서 숙박하려고 하니 차좀 빼달라 " 란 말은
짧막하게 Help me 로 대체하고 그를 끌고 차로 갔다.
단지 바로 옆에 사람이 한명 있다는 위안말고는 그도 역시 아무 도움이 안되었다
이리도 저리도 해보고 포기하려는 찰나 !
트렉터를 몰고 기던 동네 할아버지가 랏지주인에게 인사를 한다. 둘이 예기를 나누더니
할아버지가 트렉터를 세우고 안에서 뭘 꺼내 나에게 준다. 우비였다.
그리고 뚝딱둑딱 윈치(Winch)를 연결하더니 순식간에 차가 길로 끌어 올려졌다.
우비를 벗어드리며 감사하다고 몇번을 고개숙였다.
10:00 개별 동으로 나눠진 랏지 안으로 들어가 다 젖어버린 옷을 벗어 빨래를 한다.
변변한 세탁시설이 없으니 샤워부스안으로 들어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물을 맞아가며 두꺼운 옷들을 주물렀다.
물이 안 빠지게 배수구구멍을 엉덩이로 막고 앉아 그러고 있으니 신세가 참 처량했다
Goldair 라는 중국산 쪼그만 온풍기앞에 빨래를 펼쳐놓고 TV를 트니 한국에선 데모하는 뉴스만 나온다
P 11:00 커피포트에 물 올려 따뜻한 차 한잔 타서 창가로 갔다,
바다가 내륙 깊숙이 들어와 동그란 호수처럼 만을 이루고 늘어진 야자나무잎이 밤바람에 살랑 살랑 몸을 흔든다
비구름은 그 바람에 다 흩어져 쌔까만 밤하늘 가득 별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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