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교통사고는 천우신조

2001. 1. 1. 00:07New Zealand 1996

 

 

1996 8.22 (목)

 

 

언덕위에서 파노라마로 찍은 타우포 호수와 시가지 전경.

타우포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크다.

 

 

 

 

 

 

 

 

카오디오에선 연신 경쾌하게 씨부렁대는 영어가 흘러 나오는데 남섬에서 한국 관광객이 실족사했다는 겁나는 뉴스도 들린다.

 

 

썰렁한 Huka Village

 

 

 

 

     11:00    Huka Fall 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리를 건너 전망대로 올라갔다,    

 

 

 

낙차가 크진 않지만 수량이 많아 폭포소리가 엄청나다.

폭포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남자가 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카메라를 달라고 한다.

Backpacker 에서 날 봤다고 ...영국사람인테 6개월째 여행중이라 해서 엄청 부러웠다.

 

 

 

강물이 흘러가는 쪽에 번지점프대가 있었다.

한참 번지점프가 유행을 하던 시기였다.

 

 

 

 

P 1:00    어렵게 찾은 Cherry island

개 한마리가 길바닥에 널부러져 선탠을 즐기고 있다가 내가 입구로 다가가니 슬그머니 일어난다

 

 

개주제에 왠 口眼臥斜.  입이 옆으로 돌아갔다

먹을걸 달라고 졸졸 따라다녀서 나올때 짜서 안 먹는 과자를 다 털어주고 왔다,

 

입장료 7.20 $

조그만 섬에 방목해 놓은 동물농장이다.

 

 

체리 아일렌드 주차장 언덕위에 멋진 집

 

 

 

 

 

   3:00    Turangi 근방을 지날쯤에 누가 히치하이킹을 해달라고 손을 흔든다

나도 며칠전 오클랜드에서 도움을 받은 터라 태워줬다.

이스라엘에서 온 24살 경영학 공부하는 청년인데 3주째 여행중이라고 한다

 

 

한참을 내려가니 눈이 내린다

만년설을 뒤집어 쓴 북섬의 최고봉 루아페후산이 장엄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스라엘에도 눈이 내린다는 사실을 첨 듣고 기념으로 차 위에 카메라 놓고 사진을 찍었다

 

 

   4:00    원래는 북섬을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동해안쪽으로 돌 예정이다.  

             Taihape 쯤 내려가다가 지도를 보니 Napier(지도 우측 해안가) 쪽으로 조그만 지름길이 있다.

             현재의 인터넷 지도에도 그 샛길을 찾기 쉽지 않은데 그때 내가 가지고 다녔던 지도는 고배율이었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니 누가 말릴 사람도 없고 까짓거 남들이 안가는 길을 한번 가볼까 ?

             막연한 모험심으로 차를 다시 돌려 샛길을 찾았다

 

             조금 더 가니 도로 입구에 표시판이 무시무시하다.  

               " 도로 길이 150km,  주유소없음. 겨울엔 길 폐쇄함" 

             거기다가 지도엔 80% 이상 구간이 비포장이다.  저절로 침이 꼴깍 삼켜진다 

 

 

눈발까지 날린다

도로위에 소가 길을 막고 비켜줄 생각을 안 하는거 보니 워낙 차들의 통행이 적은가 보다,

내 차를 받을까봐 빵빵 클락션을 울리자 그제서야 꾸물꾸물 길을 터준다.

 

길 한복판에 까마귀 무리들이 종종 보인다

Road kill 당한 동물들을 먹고 있느라 내가 가까이 가서 클락션을 울려야 잠깐 날랐다가 다시 돌아왔다.

 

 한참을 가는데 맞은편에서 차가 온다. 이 길에서 첨 보는 차다.

 불안한 맘에 차를 세우고 얼마나 더 가야 비포장길이냐고 주먹위에 표시하며 물어보았다.

 좀 더 가라고 한다. 길이 있긴 한가보다.

            

 

    4:30    계기판을 보니 기름은 1/4 밖에 안 남았다.

             이러다 한밤중에 중간에 기름이라도 떨어지면... 그래서 속도를 좀 냈다. 한적하고 운전하기 재밌는 시골길...

             커브길을 들어서니 포장도로가 끝나고 차선이 지워지며 20여미터 가면 비포장이 시작되는 순간 !  

             길위에 조그만 자갈과 모래가 있는 곳에서 뒷바퀴가 밖으로 밀렸다.

             순간적으로 핸들을 반대로 꺾으며 차가 제동력을 잃어버렷다

 

 

              옆 목장의 하얀 팬스를 범퍼카처럼 여지없이 들이박고 저 푸른 초원위로 로데오처럼 날뛰었다.

              잠시후 차는 멈추고 제정신이 돌아온다

                ' 새차를 다 부숴버렸으니 차 값 다 물어줘야 하는거 아냐 ? ' 하는 걱정부터 공포감까지...

              차를 꺼내려고 후진기어를 넣는데 딱 걸린다. 동전이 기어봉밑에 끼어버렸다.

              위급상황에선 별게 다 속썩인다. 간신히 후벼 파내고 후진 !

               한 1m 정도 잘 가더니 뒤에 뭐가 푹 박히는 소리가 났다. 차문을 여니 온통 미끈거리는 진흙이다.

              차체에 의지하여 뒤로 갔다. 부러진 팬스가 뒷 범퍼를 보기좋게 X침을 놓고 있었다.

              손으로 뺄 정도가 아니여서 차에 다시 타고 전후진을 반복하다 강한 힘으로 후진했다

              뒤에서 우지근 소리가 나도 눈 딱감고 계속 후진을 했다

              헛도는 차를 가까스로 길 위로 끄집어냈다.

 

              처참했다 !

 

 

          이 상태로 napier는 도저히 못 가겠다싶어 오던길을 되돌아 가고있는데 앞에 차 한대가 온다.

          도움을 청하려고 가까이 가는데 갑자기 옆차선으로 도망가려는 것이다. 얼른 창문을 열고 도움을 청했다.

          랜트카 계약서를 건내주며 난 비로소 담배 한대를 깊이 빨아들였다.

          서류를 찬찬히 살펴보던 그 사람은 

             " 5시에 랜트카 회사가 문을 닫으니 그 전에 빨리 큰 시내로 가서 전화해라 " 고 한다

          가면서 나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차선좀 지키라고....(사고후 정신이 없어서 한국차선처럼 운전한거다)

            

          세게 달리면 본네트가 제껴져 앞 창을 때리는 수가 있다.

          그래서 속도도 못내고 가는데 시간은 5시를 넘어버렸다

          아무집 앞마당에 불쑥 차를 밀어넣었다.

          집안 창문에 사람흔적이 살짝 비추더니 나올 생각을 안 한다. 겁먹었다 그분이.

          노크하고 들어가 사정을 예기하니 그제서야 반갑게 맞아주었다.

 

 

 

 

 

 

집안으로 안내되어 들어가려는데 신발을 신은채 그냥 들어오라고 한다.

내 신발은 이미 진흙이 묻어있고 그 옆엔 스티브가 벗어놓은 흙묻은 장화도 벗겨져 있었다.

그래서 나도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집주인 steve.  원래 자메이카 출신이고 이 근처 농장에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영국에서 온 안주인 Ann.

돼지처럼 살찐 고양이와 함께 조용한 삶을 즐기며 살고있다

스티브는 렌트카 사무실에 전화해주고 렉카차 부르고

앤은 따뜻한 커피도 타주고 가족예기 사슴예기등으로 내 긴장된 맘을 풀어주었다.  오디오가 GS

 

 

   7:15    드디어 렉카차가 도착했다. 우측은 렉카차 운전수

             친절한 스티브가 날씨가 추우니 들어와 식사하고 가라고 앉혀 놓았다

             그땐 몰랐는데 둘이 상의하더니 Napier 에 내 숙소까지 전화로 예약해 놓았다

 

             서랍에서 뭔가 부스럭거리고 찾더니 젓가락을 꺼내 나한테 주는 Ann

             나도 준비해간 기념품 인형을 두개 다 주고 왔다.

             (그 인연으로 편지를 주고 받고  다음해에 steve 부부를 만나러 와이프를 데리고 다시 뉴질랜드를 방문한다)

 

 

   7:40    스티브네 집에서 차 한잔 하고 몸을 녹인후 드디어 렉카차가 움직인다

             난 렉카차 옆에 타고 -엄마랑 둘이만 산다는-젊은 운전수랑 이런 저런 예기를 하며 산길을 넘어간다

             몇 시간 전까지 내 차로 가려고 했던 이 길을 렉카차에 실려 가니 기분이 묘하다

             몇 시간을 달려도 불빛 하나 없는 비포장길,

             가끔 단추같은 두눈을 휘둥그레 뜨고 길한가운데서 얼어버린 산짐승들을 그냥 치고 달린다.

             안 치려고 브레이크 잡는게 더 위험하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오히려 내가 사고난 것이 천우신조가 아니였을까 생각이 든다.

             이런 길을 혼자 가다 기름도 떨어지고 사고라도 났다면 난 더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것이다. 

 

 

A   0:30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겼고 렉카차 운전수와 네이피어쪽 숙소주인과의 통화내용은 우리가 너무 늦어

               자기는 먼저 문 닫고 퇴근할거구 방키는 신발털이개 밑에 두었다는 것이다.

               산 하나를 넘자 드디어 멀리 도시의 불빛이 보인다.

               운전수가 좌측 불빛과 우측 불빛을 가르키며 네이피어와 헤이스팅스라고 설명한다.

               내가 다시 물어보자 갑자기 후진을 해서 불빛이 잘 보이는 위치에서 다시 설명해 준다.

               허걱 !  아무리 친절한건 좋지만 사고차를 메달고 후진해도 되는거야 ?

 

   공업사에 도착했다.

   공장에 있던 백인남자가 귀찮은 일 생겼다는 듯 날 무뚝뚝한 얼굴로 흘깃 처다본다.

   기분이 상했지만 같이 인상쓸 이유도 없어 그냥 Hi ! 하고 말았다.

 

 

   렌트카를 내린후 날 다시 태우고 시내로 들어가며 아까 물어보았던 속도감시 카메라도 보여주고

   East peer 과 호텔들 거리. 그리고 내일 들를 Hertz 사무실 위치를 다 보여주고 자기네끼리 예약해둔

   모텔까지 태워다 주었다.

   당연히 모텔 주인은 안 보이고 껌껌한 마당으로 들어가 키를 찾아 나에게 건네주고 그는 갔다.

   너무나 고마운 청년이다.

     1:00    비록 큰 일을 겪었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으니 놀란 가슴이 많이 진정되었다.

               Spar pool 욕조에서 언 몸을 녹이고 Goldstar TV를 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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