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 7. 09:00ㆍItaly 2005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복도나 판넬, 카펫등,,,호텔 규모에 비해 아기자기하게 꾸며놔서 부티크 호텔같은 기분이 난다.
어젯밤 투숙객들이 꽤 많았나보다. 식당이 꽉 찼다. 동양인은 우리밖에 안 보인다.
몇 접시째 갖다 먹고 자리 죽치고 개기는 사람도 역시 우리밖에 안 보인다.
Check out 하고 나와서 폼페이를 찾아간다.
시내를 벗어나 무작정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니 건물과 집들은 계속 이어지는데 길은 점점 좁아지는 만큼 분위기가 점점 달라진다.
딱 차 한대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을, 앞 차만 보며 걷는 것보다 더 느리게 가고 있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가게들이 눈에 들어오기 사작했다,
언덕길을 오르는 배불뚝이 아저씨
가게 문앞에 짝다리 짚고 서서 눈부신듯 얼굴을 찡그리는 청년
토끼굴처럼 어두운 구멍가게안엔 온갖 울긋불긋한 물건들이 쌓여있고
고삐리 티를 막 벗은 기지배의 배꼽티도 보이고
보자기를 둘러쓴 할머니와 딸의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도 들리고
손바닥만한 헷볕을 쪼이려 나온 동네 노인들의 수다도 시끄럽지 않았다
그 모든 별천지의 세상이 바로 손만 내밀면 닿을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들과 우리 사이엔 얇은 차유리만 있을 뿐이다.
골목끝에서 만나는 넓은 광장과 <Basilica di Santa Croce>
도저히 바쁠거 같은 않은 동네 사람들이 뭐가 그리 조급한지 온 동네가 시장바닥처럼 왁자지껄하다
폼페이나 나폴리는 더 이상 우리 안중엔 없다
우연히 들쳐보게 되는 그들의 일상이 더 흥미롭고 신이 난다.
서서히 차가 빠지고, 길이 넓어지고, 사람들이 멀어지는 것이 얼마나 아쉬웠던지...
나폴리 남쪽 Torre del Greco라는 조그만 도시였다.
<클릭하면 확대됨>
▲
다시 차만 다니는 삭막한 길이 이어지고 베수비오 화산을 반 바퀴 빙 돌아 동쪽편 폼페이에 도착했다
정문 입구에서 잠시 갈등을 했다. 지도에 보면 유적지 뒤로 들어가는 문이 또 있었다, 뒷문은 혹시 요금을 안 내고도 들어갈 수 있는 개구멍 같은게 있지 않을까 ? 그런데..왠걸. 똑같은 요금 다 받더라.
저 멀리 언덕위에 가정집에선 로마유적지랑 정말 안 어울리는 무슨 아랍 뽕짝 같은걸 크게 틀어놓고 가족들이 차양 아래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그 상황이 왠치 웃겨서 현주랑 한참을 낄낄거리며 들어갔다,
괜히 돈 아낀다고 뒷문으로 들어갔다가 유적지 한가운데까지 엄청 걸어 들어갔다
유난히 개가 많다.
AD 62년엔 지진으로, 79년엔 화산폭발로 마을이 6 m 깊이로 묻혀서 2000년이 지난 오늘 이렇게 천하에 드러났다
자다 새벽에 그대로 돌이 되어버린 사람, 저 속에 진짜 사람이 있다는 상상을 하니 징그럽다
이탈리아는 겨울에 여행하기가 참 좋다,
유명 관광지도 한적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Via Dell'abbondanza
고대 폼페이를 관통했던 가장 중요한 도로로, 많은 여인숙들이 길가에 즐비했다
걷다보니 돌길위에 바퀴 간격만큼의 골이 깊이 파여 있었다, 그당시 이 도시가 얼마나 번성했는지 설명이 없이도 그대로 느낄수 있었다,
다시 뒷문으로..
날씨가 좋으니 여행하는 동안 몸도 마음도 배로 행복하다
한 겨울에도 이렇게 볕이 좋은 이탈리아가 부럽기 시작했다,
왼쪽편에 폼페이 들어가는 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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