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 9. 15:50ㆍItaly 2005
평화롭고 풍요로운 남부 지역
1월이지만 지중해의 온화한 바람과 높고 푸른 하늘, 기름진 들판은 축복받은 지역임에 틀림없다.
시골하면 으레 떠오르는 하우스용 검은 비닐과 너저분한 농가는 안 보이고 잘 가꿔진 정원처럼 아름다웠다
그 들판 한가운데에 Matera 가 자리 잡고 있다.
가이드북에 보이는 Matera는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린 개미집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내 눈엔 그 어느 도시 못잖게 현대적인 건물과 때깔좋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활기찬 발걸움이었다.
시내를 빙빙 돌며 동굴구역(Sassi)을 찾는 중에 길가에 서있던 남자와 살짝 눈이 마주쳤다
가슴에 Sassi 사진을 매단 그는 우리에게 " tourist ? " 냐고 묻고는 자기를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더니 오토바이를 타고 앞장선다
우리가 무슨 국빈차량이나 되는것처럼 사람들을 막고 우리차가 먼저 갈수 있게 에스코트까지 해주었다
한 백미터쯤 가서 공터에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우리를 데리고 조그만 골목길로 들어갔다.
골목길을 넘자 눈앞에 너른 평야가 보이고 그 아래 깊게 패인 계곡이 아찔하다
돌언덕위에는 사진으로 본 Matera 가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을씨년스럽게 모습을 나타냈다.
그 남자, 이내 자기가 가이드를 해준다고 자청한다. 당연히 고맙지만 괜찮다고 했더니
' 이곳은 무료입장인데 자기가 아이가 둘 있어 호구지책으로 가이드를 하고 있으니 10 유로를 내놓으면 20분간 가이드를 해주겠다 '
고 돈을 요구하는 거다. 안줬더니 몇번 사정하다 툴툴거리며 돌아갔다.
' 돈 줘버릇 하면 버릇돼 '
8세기부터 13세기에 걸쳐 이 지역 동굴들은 비잔틴 제국에서 온 수도승들의 은신처로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바위를 둥굴게 파내어 만든 예배당은 15세기 들어 농부들에게 넘어갔다. 그 결과 동굴거주 형태가 사라졌다,
18세기에 들어서자 동굴앞에 세워진 몇몇 건물은 대저택과 수도원으로 바뀌었다
1950~60년대에 들어 오물과 가난문제가 심각해지자 Sassi의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집을 옮기게 되었고 지금은 이렇게 텅 비어있다.
이 지역은 문학작품에서 단테의 지옥편에 비유되기도 했을 정도로 삶이 비참하다
가파른 비탈길을 몇 백미터쯤 내려와 계곡에서 물을 길어 오는 상상을 하니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여러모로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싶다.
둥굴안엔 방들이 계속 깊숙히 이어졌지만 조명이 없어 깊이 들어가기가 두려워지고 서늘하다못해 한기가 들어 몸이 오싹해지는데 밖에서 못 들어오고 떨고 있는 현주가 얼른 나오라고 때맞춰 불러주었다.
일찌감치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유물지구로 선정되었는데도 우리가 갔을땐 찾는 사람도 없고 동네 개들만 배고픈지 우리를 따라다녔다
이 Sassi 지역으로 인도하는 도로표지판도, 안내판도 없고 매표소도 없고 관리인도 없고 흔한 동네 애들도 안 보인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렇게 방치될 곳은 절대 아닌거같은데... 터키의 카파도키아보다 더 밀집된 거주형태고, 로마의 카타콤보다 더 만들기 힘든 지형이였다.
븐홍색 지역이 Sassi
<클릭하면 학대됨>
다시 골목길을 넘어오면 다른 세상같은 Matera 신시가지다.
왼쪽 축대너머가 Sassi 지역이니 아무리 시내를 찾아다녀도 Sassi 지역을 못 찾는게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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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차들이 있다,
디자인이 맘에 안드는게 주 요인이지만 이름이 싫거나 성능이 떨어지거나 그도저도 아니면 그냥...
그 중에 하나가 포텐쟈다. 기아에서 나왔던...평소 밥주걱같이 생긴 디자인도 맘에 안 들었지만 어느날 옆 집 아저씨가 차 샀다고 마당에 세워놓고 가오잡던 표정을 본 순간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
오후늦게 Matera를 출발해 로마쪽으로 올라오다 큰 도시를 만났다. Potenza.
저녁도 먹고 숙소도 찾을겸 시내로 들어갔는데 과장없이 1시간은 빙빙 돈거같다. 한참 돌다보면 다시 또 똑같은 장소. 길이라도 좋다면 모를까 언덕길과 골목길의 연속. 나중엔 이름까지 재수없다고 욕을 해대며 이 미로와 챗바퀴를 빠져나가려는 몸부림으로 공황장애가 올 때쯤 외곽 로터리를 만났다
너무 피곤하고 반갑고 화가나고 배가 고파-아침먹고 지금까지 빈속- 눈물이 날 정도다
로터리 옆에 조그만 핏제리아 집이 보인다
따뜻한 요리는 포기하고 피자로라도 배를 채우자는 심정으로 가게 안에 들어갔다. 가게 안에선 두 아줌마가 열심히 밝은 목소리로 주문을 받고 바쁘게 장사를 하고 있다
현주랑 허기를 채운 후에 ...뚱뚱하면서도 새댁같은(뒤에 하얀 모자쓴) 여자가 현주를 보고 웃으며 ' 중국인 ? ' 냐고 묻는다
뭐가 그리 또 궁금한지 두손을 모아 머리에 대고 자고 갈거냐고 묻는다,
아줌마한테 화장실을 물어봤더니 뒤로 돌아가라고 알려주었다. 가게 안쪽엔 빵을 만들고 피자를 굽는 주방이었다, 할아버지를 위시해서 온 가족들이 정겹게 일을 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수 있었다. 그들의 친절한 눈빛과 고소한 빵 냄새에 내 맘이 확 풀려버렸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모두 환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Potenza 가 갑자기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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