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 10. 10:20ㆍItaly 2005
1월 추운 겨울 밤
깜깜한 고-속-도-로.
차한대 지나가지 않는다.
텅빈 도로위엔 낙엽들만 쥐떼처럼 이리저리 쏠려다니거나 빙글빙글 회오리를 돌고 있다.
밖엔 아직도 겨울바람이 거센가보다.
옆자리에 탄 아내는 스산한 추위에 얼었는지, 피곤한 여정에 잠든건지 아무 말이 없다.
낯선곳의 불안함과 피로에 기분이 나빠져 온다.
속도를 낸다...이 어둠을 빨리 빠져나가 따뜻한 커피 한잔 하고 싶은 맘뿐이다.
한밤중에 도착한 몬테카시노, 시내가 저만치 보이는데도 길가 처음 보이는 호텔로 차를 틀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을 구르는데 왼편 껌껌한 구석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진녹색 패인트칠한 기관총과 찌그러진 전투모가 희미하게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승강기 문이 열리며 환한 불빛이 쏟아져 나오자 이내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씻고 짐정리할 담력도 안나서 침대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꼭 추워서만 떤건 아닌거 같다.
★
커튼친 창이 환하다.
얼어붙은 동태를, 아니 몸을 침대에서 떼어내 창밖을 내다 보았다.
햇살 비친 쪽은 괜찮은데 응달엔 밤새 내린 서리가 아직 허옇게 덮혀있다.
멀리 산위에 몬테카시노가 보인다
위압적인 돌산에 잔인한 난도질로 칼자국을 남기듯 길이 나 있다.
그 길 끝에 상아빛 성채를 드러낸 몬테카시노가 아침 햇살을 맞으며 당당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제 밤 이름도 모르고 들어간 숙소. 호텔 파보네
서늘한 아침공기의 Cassino 시내.
몬테 카시노보다 낮은 산위에 이름모를 성이 하나 서있다.
구비구비 산길을 올라 산 정상의 몬테카시노에 도착했다.
길위를 쓸고 있던 젊은 문지기가 놀래서 달려와 입장료를 달라고 손을 내민다. 너무 일찍 왔는지 우리밖에 없다.
몬테 카시노 내부
뒷산 양지바른 곳에 거대한 십자가가 있고 시멘트 구조물이 보인다. 전쟁공동묘지와 기념비
성벽아래 포도밭과 부속건물이 보인다.
수도원에서 쓸 포도주를 직접 만들기 위해 재배하는거 같은데
잎이 다 떨어진 Winery에 겨울 햇살만 갈갈이 널려있다.
차가운 하얀 대리석 계단을 오르면 예배당 입구다.
직원인듯한 사람만 보이고 관광객은 한명도 없다.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 수도원 수녀원은 이래야 어울린다.
독일이나 밀라노등의 북쪽 성당들의 외관은 고딕양식의 화려한 장식이 많은데 이탈리아 남부 바실리카타와 칼라브리아 시칠리아 등의 성당들은 장식이 거의 없다.
이런 스타일의 독특한 분위기가 난 좋다. 이 수도원을 처음 세운 베네딕트의 이름이 선명하다.
화려한 성당안.
모자익 대리석 바닥과 파이프 오르간, 금칠한 조각품, 장어 등뼈같은 천정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
고급스럽고 예술적인 내부
성당을 구경하고 내려오니 정원 한쪽에 기념품점이 있어 아이들에게 엽서를 보내려고 들렸다,
귀가 잘 안들리는 표정의 할아버지 수사와 흑인직원만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말로 ' 안녕하세요' ' 감사합니다' 를 알려 달라고 한다. 엽서를 붙이게 풀을 달라고 하니 침으로 붙이라고 ㅋㅋ
귀먹은 할아버지가 우체통에 넣을 필요없이 자기에게 맡기라고 Don't worry 한다. 갈때 " See you again ~" 인사를 남기며 헤어졌다
저 멀리 하얀 눈을 덮어쓴 곳이, 오후에 넘을 예정인 아부르쵸 국립공원.
산아랫 동네로 내려가는 길은 깊은 헤어핀 커브와 거친 바위 낭떠러지 때문에 설설 기어내려올 정도로 무서웠다.
●
몬테카시노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로마(10시방향)에서 나폴리(4시방향)로 가는 고속도로 중간쯤 왼쪽 돌산위에 거대하게 서있는 성이 금방 눈에 띈다. 내가 이곳을 찾게 된 계기도 그렇게 우연하게 시작되었다
아래 지도는 카시노지역을 확대한 것. 녹색삼각형이 호텔 파보네.
Cassino시내 뒷산 위로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면 Monte(산) Cassino다
이 수도원은 베네딕트 수도회의 本産이자 중세 미술의 중심지다.
고대 아크로폴리스의 폐허위에 529년 성 베네딕트가 건설하여 8세기까지 중요한 학교였고, 11세기에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수도원 중에 하나였다.물론 베네딕트회의 신조는 여전히 금욕과 자급자족이였음은 물론이지만...
그런데, 그런데~ ㅋㅋ 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1944년 독일군의 요새가 되어버린다. 당근 연합군의 표적이 되어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교회를 비롯한 많은 부분이 아래 사진처럼 쑥대밭이 되고 성벽만 남게 된다. 어젯밤 호텔 파보나의 로비에 전쟁무기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던 이유를 알거같다
1944년 몬테카시노 폭격후 사진 <인용>
1944년 폭격당한 카시노시내에서 올려다본 산위에 몬테카시노 모습 <인용>
그 이후 17세기의 형태를 다시 복원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성당안이 썰렁한 이유는 천정 벽화부분이 허옇게 비어있기 때문이었다.
2006년 1월 이때만 해도 복원이 다 끝나지 않았음을 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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