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제크와 콩나무

2011. 1. 4. 16:00Turkey 2010





원래 한번 간 길은 다시 안가는 성격인데 현주랑 짱이를 태우고 오전에 다녀온 곳들을 역으로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큰 칼로 기암괴석들을 한번에 잘라버린듯















위르깁에서 다시 본 퇴적단층






무스타파파사의 불도견 (Bulldog 犬)



현주는 이런 구석까지 돌아다녔냐고 놀란 눈치더니 타쉬큰파사 뒤동산에 올라 공동묘지를 휘젖고 다니자 질린 눈치다.

오전에 혼자 와 눈때문에 차를 돌려야 했던 곳에 도착했다. 산위에 또 땅이 있었노라고 유레카를 외쳤더니 가소롭단 눈치다.

...나이가 드니 마누라 눈치가 삶의 지표다

 

오전보다 길이 좀 녹은것 같다. 돌아가자는데 좀 더 가보자고 고집부렸다.  여기까지 왔는데 또 돌아가면 평생 아쉬울거 같았다.


역시 도전의 결과는 달콤했다.

산위로 올라가 보니 하늘위에 또 다른 대지가 지평선끝까지 눈부셨다.

 

지금까지 본 터키땅은 가을이었고 여긴 엄동설한이다

난 제크가 되었고 콩나무를 타고 구름위로 올라간 하늘은 이랬다



 




왼쪽 설산이 Hasan 산 (3262m) 으로 생각되는데... 지금의 카파도키아 지형은 저 산의 화산폭발 덕분이라고 한다. 


꽁꽁 언 하늘길엔 차 한대 안 보이고 우리는 맑은 공기로 맘껏 폐를 씻어냈다





길은 조금씩 아래로 다시 내려가고...





Mazikoy 라고 산밑에 조그만 탄광마을이 나타났다





조금씩 내려가던 길은 이제 완전히 바닥까지 닿아 첫 동네 Kaymakli (카이마크르) 에 도착했다. 

눈과 폐와 가슴이 시원했던 천상은 사라지고 누렇고 질퍽거리고 앙상한 지상이다.


마침 방과후 학생들이 쏟아져나온다.





이 마을을 지나며 뜸금없이 1970년대 박통시절 새마을운동이 떠오른다

원래 새마을운동과 흡사한 정책이 터키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박대통령이 터키를 방문후 따라했다는 설이 있는데 그랬건 말았건,  결과는 이렇게 달라졌다. 한국은 근대화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터키는 경기침체와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허덕였다 

한국의 시골은 정부에서 무상으로 공급한 시멘트와 철근으로 옛것을 다 부수고 무국적 건물을 지어댔고 터키는 흙벽돌한장 안 건들다보니 선조의 문화유산을 계승한 결과로 우리가 돈 싸들고 오는 관광부국이 되었다는 아이러니하고 모순덩어리고 한편으론 사필귀정인 昨今(작금)이 되었다.




Nevsehir (네우세히르) 마을


괴레메 상공에 떠 있는 오후벌룬은 석양을 보려는 목적인듯



아직도 장이 서있었다.

 

현주가 진작부터 과도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내가 안 사줬거든

공항 수화물에 걸리면 골치아픈 일이거나, 버리고 가야 되거든

그랬더니 손 안 씻고 오렌지를 까주는 것으로 항의표시를 하더군

아까보니 과일도 잔뜩 사던데 모른 척 할수가 없잖나. 오렌지는 그런다해도 사과는 어쩔텐가...





큰칼만 보이길래 과일깎는 조그만 칼을 달라고 했더니 손바닥만한걸 꺼내준다. 2 TL (1500원) 

가격도 싸서 조금쓰다 버려도 덜 아까울거 같다.

칼을 가져가 열심히 갈더니 갑자기 자기 엄지손가락을 쓰~윽 긋는다.  허걱 !

아프다는 시늉을 해 장난인줄 알았지 애들보고 따라할까 겁난다.  여튼 쌘스쟁이 ! 

 

지도에 파란색 노선이 오후에 추가로 가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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