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풍선은 빗물과 눈물에 젖어...

2011. 1. 4. 06:00Turkey 2010




밤새 눈감으면 꿈, 눈뜨면 시계보기를 셀수 없이 하다 새벽 5: 42 에 벌떡 일어났다, 

짱이 깨우고 고양이세수하고 장갑에 모자까지 완전무장하고 나온 시간이 정각 6 :00

 

그런데...그런데....비가 온다

평상에 앉아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짱이는 내 어깨에 기대 졸다가 현주랑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새벽 6시에 벌룬투어 버스가 오기로 되어있어 쌩쑈를 한 것이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예정대로 진행되는건지... 후회와 걱정과 기대를 번갈아 20분쯤 하고 있으니 차 엔진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얼른 현주랑 짱이를 불러 미니버스를 탔다. 버스기사가 반갑긴 첨이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5 m 쯤 가더니 바로 아랫집 팬션앞에서 차를 세운다.

여기도 우리랑 같은 풍선을 타는군... 2~3분 기다리던 운전수가 팬션안으로 깨우러 들어간다.

무심하게도 비는 계속 차창에 맺히고.

 

15분 기다렸다,  서양인 3명이 눈을 비비며 팬션을 나오는 모습에

' 뭐 이런 X 같은 경우가 있어 ! '

올라 타는 남녀를 째려보니

" Sorry ! "  하는데 어쩌겠는가 " 유아 웰컴 "  해야지


버스는 괴레메 동네 끝에 벌룬사무실로 우리를 내려주고 다른 사람들을 태우러 이내 떠났다

직원들이 사무실뒤로 안내했다

주방을 겸한 의자가 몇개 있는 방에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직원들이 들락달락하고 그 사이 모아온 벌룬예약자는 10여명으로 늘었다,

직원이 이름과 신상을 쓰라고 리스트를 돌렸는데 면면을 보니 이탈리아 슬로베니아등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약간 더 백인에 가까운 남자가 우리를 주목시키더니 설명한다.

" 내가 오늘 벌룬 파일럿이다....쏼라쏼라.

  비가 지금 오고 있어서 다른 회사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앞으로 비가 그칠건지, 보고 올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쏼라솰라... "


창밖을 보니 빗방울이 약해진거 같아 안심이 된다

뒤에 이태리 커플은 또 다른 이탈리안을 만나 반가운지 쉴새없이 떠들어대고...

하얀 수영빤쓰처럼 생긴걸 뒤집어쓴 짱딸막한 남자와 약간 드세게 생긴 화장진한 여자도 들어올때부터 눈에 띄었다.


사람구경 창밖구경 하며 1시간을 기다리니 백인 파일럿이 들어와 또 설명을 한다

  " ...  오늘 풍선을 띄울순 있다. 타기 싫은 사람은 내일로 미루던지 환불해준다. 탈 사람 손들어 봐 "

해서 번쩍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얀빤쓰커플과 중년남자 한명과 우리뿐이었다.


파일럿이 운전하는 LANDROVER 를 타고 괴레메를 벗어나 10여분을 산길로 꼬불꼬불 들어갔다

가는 길에 공터엔 또다른 회사의 벌룬들이 보였다.

한참 바람을 넣고 있는 풍선도 있고. 바구니에 담겨 올라갈 채비를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맘이 설렌다

 

수영빤스커플 여자에게 어디서 왔나고 물어보니 태국이라고 한다.

전혀 태국스럽지않고 어디 중동 사우디나 요르단사람들 같았는데..

우리도 태국에 가봤다고 했더니 어디가 좋았냐고 묻는데 그 순간 기억이 하나도 안나서 서로 황당황했다 ㅋㅋ

  

차안에 헬륨가스를 채운 검은 풍선이 둥둥 떠다닌다.

풍선열기구 회사니까 차안에 이렇게 장식했구나

분위기있네 !


험한 오프로드를 달린후 내린 곳은 이 벌룬회사의 전용 이륙장이었다.

괴레메 시내에선 비가 좀 그치는거 같았는데 산위로 올라오니 비가 장난 아니다.

파일럿이 검은 풍선 하나를 꺼내와 하늘로 날려본다.

풍선이 곧게 올라가는걸 보니 바람이 심하진 않았다. 아 ! 풍선이 그 용도였군



그러나 비나 바람이 중요한게 아니다. 정작 중요한건 시야다

올라가본들 이런 운무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파일럿에게 다가가

"  나 낼 탈래 "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

아쉽지만 차를 돌려 내려오려는데 벌룬기구를 메단 트레일러가 쭐레쭐레 올라오고 있다.


오는길에 보니 또 다른 회사의 벌룬들은 이미 하늘로 날라가고 있었다.

불쌍한데 왜 웃음이 나지 ㅋㅋ

사실 저 벌룬회사가 나쁜 놈들이다.

비 다 맞고 올라가서 하얀 안개속만 헤매다 내려올게 뻔한데...환불 안해줄려고 무리한 운행을 하는거 아닌가.


하필 빗길에 LANDROVER 윈도우 브러쉬마저 빠져버려 허공에 팔만 내젓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래저래 웃긴 아침이다.

  

내일 아침엔 날씨가 괜찮을까 걱정스레 물어보니 백인 파일럿이 한마디로 정리한다

" 인샬라 "  -신의 뜻대로

" 씨유 투머로우 ~"   우리를 팬션에 내려주고 차는 떠났다. 8 :20


벌벌떨며 우리가 들어오자 메멧도 난로에 PET병 하나를 던져 넣고-파묵칼레에서 처럼- 불을 지폈다.

이제 나도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타이어를 쑤셔넣고 불질러도 안 놀랄거 같다.



식당지붕위로 비를 홀딱 맞은 풍선이 지나간다



넘 일찍 일어나...넘 졸려서...





새벽부터 헛탕치고 기다림의 연속이었는데 메멧의 아침밥도 기다리는 처지다


잠시후 메멧이 직접 요리한 아침이 써빙되었다

토스트도 잘 만들고 제법인데 ?

괴즐레메처럼 납작하게 부쳐온 것은 양젖치즈를 넣은건지 냄새가 꼬리꼬리했다. 




오늘 아침에 젤 행복한 사람.

컵라면 먹는 장이 !

 

두번째로 행복한 사람.

국물 얻어먹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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