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 17:00ㆍTurkey 2010
한동안 넓은 땅을 가진 나라를 부러워했었다.
바다로, 철책으로 막혀 섬아닌 섬이 되어버린 이 좁은 땅이 답답해서 미칠 정도였다
급기야 생각끝에 캐나다 이민을 신청했고 인터뷰 면제되고 신검만 받으면 OK되는 수순까지 진행했을때가 벌써 10여년이 되었는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결과는 아시는 바일테고 신기하게도 최근엔 답답, 갑갑증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그 동안 국토가 더 펴진것도 아닌데 왜 지금은 만족하고 사는걸까 ?
그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혈기였다.
젊을때는 뜨거운 피때문에 국경을 뛰어넘을 기세-1박2일로 2000 km 운전한 적도 있다-였는데 머리털 빠지고 관절삐걱거리니 장거리운전을 하기가 싫어진다. 지금은 남한땅도 부담스럽다. ...헥헥 !
한 60대 되면 수원도 크다고 시골로 들어가고 죽을땐 묘자리도 따질라나. 인간이 참 간사하다
광활한 터키땅을 달리다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끄적여봤다
우앙~! 이런 길에서
ESP 끄고
뚜껑 열고
알란 파슨스 instrumental CD 꽂고
천천히 타이어 열좀 받게 한 다음
서스 놀라지 말라고 핸들 좌우로 돌려 차 엉덩이 몇번 흐들어 주고
도로 그립감도 좋겠다 속도계바늘 녹도 좀 벗겨주고
코너에서 핸들 꽉 잡고 드리프트하는 상상을 하며 계기판을 보니 -70도 아니구-
69...6...9....69
1970년대 터키는 세계 헤로인 무역의 주요 공급원으로 악명이 높았다
실제로 그 당시 미국으로 밀반입된 헤로인의 80 % 이상이 터키 서부의 아나톨리아 평원에서 재배된 것이었다. 이곳에서 재배된 작물은 마르세유로 밀반입되어 헤로인으로 가공된 뒤 대서양을 가로질러 운반되었다. 마르세유는 터키산 헤로인의 수억만 달러어치 거래를 쥐락펴락하는 코르시카 마피아 갱의 중심지였다, 이것이 이른바 '프렌치 커넥션' 이다.
그나마 간간히 보이던 인가도 사라지고 삭막한 풍경이 양쪽으로 이어진다.
주유불은 벌써부터 깜빡이는데 아무리 달려도 주유소는 커녕 사람의 흔적이 없다,
이런데서 기름 떨어지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과속하면 연비가 안 좋으니 경제속도를 지키고 엑셀도 가급적 아껴 밟았다.
그전까지 신나서 수다떨던 차안 분위기가 급냉해졌다
불안해지니 자연히 셧더마우스하길 10여분...
저 멀리 희미하게 건물이 보인다.
한방울 남은 기름을 줘짜며 간신히 가보니 진짜 주유소다. 이 허허벌판에... 허~허 !
아직도 긴장이 덜 풀린 짱이
순간 내가 날 보고도 주유소직원인줄 착각했다
가득 기름 채우니 177 TL (132,750원) 800km 정도 달리나 보다.
카드 결재해야 되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흙묻은 장화를 신은 남자 넷이 꺼진 소파에 앉아 태연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주유소에서 담배펴도 되나 ?
급 담배가 땡겨서 하나 얻어필까 하다가 뭔 짓인가 싶어 그냥 나왔다.
담배불에 주유소 폭발할까봐, 세차나 음료써비스는 바라지도 않고 얼른 시동을 건다.
터키 면적이 우리나라 몇배 되니까 우리나라 땅 몇개 붙여놓은줄 알았는데 달려보니 호수크기도 몇배, 산 높이도 몇배, 밭떼기도 몇배.
그냥 우리나라 땅 고대로 뻥튀기 해놓은거라서 아기자기한 맛이 없다.
에이르다르(Egirdir)에서 늦은 점심먹고 1시간 40분만에 베이세히르(Beysehir)에 도착한 시간은 5:10분
콘야는 좌회전
앞으로 1시간 이상을 더 달려야 하는데 날이 저물어버렸다.
아래지도에 ㄴ 자로 크게 꺾여진 부분이 베이세히르
<클릭하면 확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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