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전기구이통닭

2011. 1. 2. 15:00Turkey 2010





나에게는

Troy 때문에 Canakkale 를 가고

Pamukkale 때문에 Denizli 를 지나듯이

이 에이르다르야말로 카파도키아를 가는 길위에 지나치는 이름없는 도시였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라는 김춘수님의 시처럼 이 도시에 차를 멈추고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에이르디르도 나에게 다가와 소중한 의미가 되어주었다

 

단체관광과 자유여행은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데 이런 맛으로 자유여행을 자꾸 다니게 된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지만 우연히 만난 에이르디르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이탓에 골다공증이 심한 성벽.


낡았지만 왠지 정겨운 마을




점심을 먹고 가려고 이 바자르주변을 빙빙 돌았다



크지않은 시내 한복판에 로터리처럼 서있는 요 건물이름은 뒨다르베이 신학교(Dundarbey Medresesi) 인데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건축물이라고 한다. 지금도 건물안마당에선 상인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형태로 보아 처음 건축될때는 캬라반사라이-실크로드 대상들의 숙소-용도로 짓지 않았나 싶다.


산아래 호반을 따라 건물이 줄지어 있고 요 길이 메인도로다


코너를 돌자마자 유리창문안에서 통닭들이 일렬로 말뚝박기를 하고 있었다. 뭔 일인가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았다

강한 선탠불빛아래 피부를 노리노릿하게 그을려가며 육수를 뚝뚝 흘리는 모습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 오늘 점심은 통닭 어때 ? "

집에 있음 치킨을 부위별로,요리별로, 브랜드별로 맘껏 먹었을텐데 이나라와서 통닭구경은 첨이다.

식구들도 '오늘 별미좀 먹어보나' 신난 표정이다.

 

차를 세우는데 가게에서 남자들이 나와 웃으며 인사를 한다. 차를 바로 세우려 후진하니 괜찮다고 손짓까지 해줬다.

분위기상 정육점같아, 혹시 안에서 치킨을 먹을수 있냐고 물어보니 가게문을 열어 젖혀 보여준다. 포근한 맛은 없어도 한쪽편에 식탁이 두개나 놓여있다


  - 얼마 ?

젊은 남자가 한 마리에 7 TL 뭐라고 하는데, 무릎까지 내려오는 하얀 가운을 입은 더 나이드신 아저씨가 말을 잘라 8 TL이라고 한다

  - 한마리만 주세요. 먹고 갈께요. 

하고 화장실갔다가 와서 창밖 거리를 내다봤다

* 음식점 화장실로 그 업소의 청결상태를 대략 알수 있는데 여긴 깨끗했다


" 형 !   몇마리 시킨거야 ? "

놀라서 옆을 보니 젊은애가 벌써 두번째 치킨을 가수분해시키고 세번째 희생양을 찾고 있는 듯했다

  - 이기~ 이 미친놈이 있나. 

얼른 ' 됐다' 고 흥분한 젊은이를 뜯어 말렸다.



닭 두마리, 빵과 수북한 밥, 샐러드에 레몬한조각, 소금

풍성한 식탁 !

 

먹으며 가게안을 둘러보니 계란도 팔고 소시지도 팔고 생닭도 파는 정육식품 가게였다. 가격도 7 TL은 포장해가는거구 8 TL은 밥과 샐러드도 포함된 것 아닐까 ? 

콜라 한병 달라고 했더니 갑자기 가게밖으로 뛰쳐나갔다.

내가 좀 심했나 ?

잠시후 헥헥대며 차디차게 시야시된 콜라 한캔을 식탁위에 올려놨다


가족사진 찍어준다고 내 카메라 가져가서 ...


진짜 배불리, 맛있게 먹었다.

 

수시로 손님들이 저녁거리를 사간다. 예닐곱명의 단체가족이 들어와 가운 입은 아저씨랑 껴앉고 입맞추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내 아저씬 따뜻한 짜이를 따라와 그들을 대접했다.

 

보글보글 차이주전자를 보니 파는게 아닌거 같아 용기를 내서

  " 저희도 짜이좀 마실수 있어요 ? "  했더니 흔쾌히 각설탕까지 갖다주셨다.

 

남은 고기 싸달라고 하고 소금 챙기고 프런트위에 사탕까지 한웅큼 집었다. 계산하는데...총 15 TL (11,250원)달라고 한다.

아니 치킨값 만해도 16 TL이 넘고 콜라값도 있는데 !

고맙고,,에이르디르가 참 맘에 든다.

 

우리동네 트럭에 전기구이통닭 ' 만원에 세마리 ' 이런거 여기선 생각하진 말자 !


차안에서 사탕을 까먹는데 이것마저도 맛있다. 다음에 마트가면 이 사탕 사가자고 포장지를 유심히 봐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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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 할 길은 호수둘레를 따라 나있다

저 멀리 예실섬과 시가지가 점점 멀어지는걸 보니 왠지 아쉬워 가슴속이 찌르르해온다.  


'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 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