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반디르마의 오점

2010. 12. 30. 10:30Turkey 2010





자고 일어났지만 분노는 식지 않았다.

 

먼저 경찰서에 신고를 하기로 했다. 부둣가 로터리 근처에 경찰들이 몇명 모여있다. 그렇담 경찰서도 근처에 있다는건데... 

먼저 눈에 띈건 Tourist Information 이었다. 옆길은 공사중이라 지게차 옆에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두칸자리 조그만 사무실인데 왼쪽은 소장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책상뒤에 앉아있고 오른쪽 칸엔 젊은 아가씨-이름 살피히-가 서서 인사를 한다.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 어제 반디르마에서,7시쯤에 숙박을 ..대머리가 반짝... Cancel도 모르고, 3시간을 꼬박 운전...헥헥. 밤늦게 차낙칼레에 ..억울해서 ... 

영수증등을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했다

 

갑자기 경찰이 들어와 내 차를 빼라고 한다. 소통에 방해 안되게 주차했는데...

소장 아줌마가 나가서 경찰에게 예기해도 저 쪽에 대라고 손짓만 할 뿐이다.

   - 내가 니네들(경찰) 먼저 안 만난게 정말 다행이다. C8 !!!

50 m 정도에 차를 대고 한참 뛰어와 마저 설명했다.

살피히는 중간 중간 이해 안되는 부분은 확인차 물어보며 끝까지 내 말을 들어주었다.

왼쪽 아가씨가 살피히라는 대학교 2학년생.  전공이라지만 영어가 아주 능통헸다.


살피히가 소장 아줌마에게 상황을 터키말로 빠르게 그러나 한참동안 설명했다. 내 사연이 그렇게 길었나 ? 

그러더니 여기선 전화를 할수 없으니 자기랑 어디좀 가자고 아가씨가 말했다. 일이 점점 커지는거 아냐 ?  

소장아줌마에게 인사하고


내 차를 같이 타고 시내를 돌아 간 곳은 어제 밤 우리가 묵었던 호텔 근처의 관공서였다.

주차할 곳이 없어 좀 먼 곳에 세워놓고 걸어가는데 살피히는 춥다고 오슬오슬 떤다. 난 열받아서 겉옷도 벗어놓고 씩씩대고 간다. 

 

좀 걸어 들어간 곳은 아마 관광청이나 시청정도 되는거 같은 전형적인 관공서 건물이다 .

책상위에 책한권 메모지하나 없이 컴퓨터만 달랑 있고 벽에는 아타튀르크 초상화가 걸려있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나이와 덩치가 좀 있는 여인이 창가쪽에 앉아있는데 관공서 이미지만큼 무미건조해보인다

거 있잖은가 ? 왠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인상. 그쪽도 내 인상이 쌤샘인듯 서로 굳은 얼굴로 목례만 했다

살피히가 또 장황하게 상황설명을 한다. 근데 ...눈치를 보니 여자의 반응이 귀찮은둣, 부정적인 듯한 감이 왔다 

 

TV에서 몇번 본 터키 뉴스 진행하는 여 아나운서가 갑자기 생각났다. 북한 노동방송의 그 신랄한 여자보단 덜 하지만 자매라고 생각하면 될듯

분위기 전환용으로 아부를 좀 했다.

   " TV 에 여성 앵커랑 닮았네요 "

   "  (반색을 하며) 그래요 ? "

   " 금발에, 빨간 머플러에, 얼굴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비슷해요 "

난 그 이미지가 좋다곤 안했는데 여튼 듣는 사람은 좋았나보다.  다 같이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1분쯤 후에 ...

다른 여자가 쟁반에 이 커피한잔과 물과, 먹고 남은 커피잔을 들고 와서 나에게 커피 마실거냐고 묻는다.

생각지도 못한 호의에 " 나 먹으라고요 ? " 놀라서 되물으니 그렇단다, 아부 한마디에 대접이 달라진다

 

   " 터키커피는 첨 먹어본다. 한국에서 터키커피에 대해서 많이 들었지만 정작 며칠간 짜이만 실컷 마셨다 "  고 했더니

   " 먹고 싶으면 음식점에서 달라고 해라. 아무데나 다 있다 "

   " 밑에 가라앉은건 먹지말고 나중에 Fortune teller 처럼 운세를 볼수 있다.

   " 물로 입을 행궈라 "

   " 자긴 커피를 엄청 좋아해서 공부할때마다 마시면 머리가 맑아진다 "

는둥 살피히와 중년여자 수다가 풍년이다

 

30분 정도를 여기저기 통화하며 기다리고...

드디어 이제 호텔과 직접 통화한다고 수화기를 막고 살피히가 나에게 귀뜀했다.


통화가 끝난후... 표정이 안 좋더니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 호텔 주인은 자러 가서 3시간 이후에나 통화할수 있다.

   젊은 사람이랑 통화했는데 자기넨 손님이 30분이라도 객실에 있었으니 돈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 "

난 황당했고 그 말을 전하는 살피히도 당황한 표정이다.

오히려 살피히가 미안한 표정으로

  " 당신의 잘못이 아니며 터키에도 나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다 좋은 사람들이다 "  라며 날 위로한다

  

그러나 나는 이미 화가 풀렸다.

미인계에 넘어간거 아니냐구 ?   내 말을 다 들어주고 날 이해해주는 것만으로 이미 해결되었다

말이 안통하는 나라에서 답답한 심정을 속시원히 다 말해버리자 나도 모르게 풀려 버렸다. 

살피히와 오는 길은 갈때랑은 완전히 다르게 화기애애해졌다.

졸업후 사촌이 살고 있는 영국이나 이집트, 한국에 가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해서 잘 되길 바란다고 기원해줬다 

 

다시 인포메이션 센터에 내려주고 -여기 주차 할수 없으니- 소장님에게 대신 인사 전해 달라고 하고 가려는데 소장님과 살피히가 얼른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한다. 국민체조 하는것처럼 몇번이나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했다.

 

갑자기 남은 여행길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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