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30. 09:00ㆍTurkey 2010
악몽같은 밤이 지나고 아침은 고요한 평화로 시작한다
아침 먹으러 식당층으로 내려왔다
바다건너 언덕위에 아침햇살이 따뜻하게 비춘다
바쁜 걸음으로 해안가를 지나가는 사람들
출근하는건지, 옷을 여민 모습에 나까지 추워진다
어제 밤에 겪었던 불쾌한 기분때문인지 밥맛이 없다.
깨작깨작...빵에 계란으로 장난치면서 쥬스만 연거푸 들이킨다.
현주는 여기서 먹은 시미츠가 고소하다고 하는데 가위바위보에서 계속 져서 물 심부름 시미츠 심부름을 도맡았다.
식당엔 거의 양복 입은 남자들이다
비수기엔 Business Hotel 로 많이 이용되고 관광철엔 우리같은 가족들이 또 많아지겠지 ?
테이블위에 트로이목마 모형이 멋있게 서 있다. 새로운 해가 밝았으니 남은 여행 무탈하기를 바라며
" 오늘을 부탁해 ! "
방에 돌아와 창문을 열고 호텔 뒤쪽을 바라본다.
터키하면 떠오르는 냄새가 있다. 알싸하면서 약간 머리까지 아프기때문에 향기보단 냄새라고 쓰고싶다.
이제 그 냄새의 정체를 알거 같다. 건너편 건물 굴뚝에서 나오는 석탄타는 냄새. 고등학교때 난로속에 쏟아붓던 조개탄 냄새였구나. 한동안 잊고 살았던...
어제 밤 일을 해결해야겠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호텔을 나온다
어제 밤에 도착해서, 이 앞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는데 눈 앞에 푸른 하늘과 그보다 더 진하고 잔잔한 바닷물이 가득하다.
멀리 언덕옆에 주택가 지역이 어제 밤 호텔을 찾아 헤맸던 곳이다.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지면 바로 옆에 두고도 못 본다더니 ...
이럴땐 정말 네비게이션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든든했을까 ? 그러나 이 나라는 아직 그 수준의 IT 는 아니였다.
우와 ~ 왼편에 그게 있다,
Troy 유적지만 보려면 굳이 Canakkale를 들릴 필요없이 곧바로 가면 된다. 어느날 사진속에서 차낙칼레 부둣가에 서 있는 트로이목마를 봤다. 트로이유적지는 못 봐도 이 목마는 꼭 보고 싶었다. 그 목마가 뒷 모습을 보이며 저기 서있다.
트로이유적지 목마와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유적지에 목마는 레고로 만든 것처럼 각지고 투박한데 이 목마는 살아있는 듯한 기세에 내가 눌릴 정도다. 거기다 검게 그을린 나무색깔이 고스란히 역사의 향기까지 풀풀 풍긴다.
2800여년전, 이땅에서 트로이 전쟁이 있었고 목마가 있었다는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소설책 내용이다. 그걸 재연한다는건 하느님의 모습을 봤다는거랑 뭐가 다른가. 이건 재연이라기보다 창작이다.
트로이목마에 얽힌 전설은 너무 유명하지만 사실 정확히 몰라서 찾아보았다
- 기원전, 트로이의 왕자 필리스가 스파르타 왕의 부인인 헬레네를 뺏어오면서 시작된다. 마누라뺏긴 스파트타가 가만히 있겠는가. 형 아가멤논을 대장으로 그리스군을 편성하여 토로이를 공격한다. 그러나 10년을 끄는 전쟁동안 도무지 트로이를 점령할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아킬레스는 필리스의 화살에 발뒤꿈치가 끊어져 죽음을 당한다. 그리스군의 오디세우스는 묘책을 생각한 끝에 전쟁을 포기하는척 트로이에게 목마를 바치고 배타고 가버린다. 트로이 병사들은 승전의 기쁨으로 목마를 성안에 끌어다 놓고 축제를 벌인후 곪아 떨어진다. 한밤중 목마에 비밀문이 열리고 숨어있던 그리스병사들은 성에 불을 지르며 전세를 역전시킨다. 헬레네는 다시 그리스왕의 품으로 돌아가며 전쟁이 끝난다.
빙 돌러보고 아래에서 샅샅히 찾아봤지만 비밀의 문을 찾을수가 없었다. 못 잡아도 30명은 족히 숨어있을거 같은데...
골목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니 역시나 한쪽에 오래된 성벽이 보인다. Pamukkale (파묵칼레), Canakkale (차낙칼레) 처럼 터키어로 Kale 는 성을 뜻한다. Cimenlik Kalesi (치멘리크 성채) 로 보이는데 뭐 용도야 전쟁용 요새일게 뻔하구.
* 도시 이름중 독일 -Burg (부르그) 영국 -Borough (버러) 프랑스 -Boug (부르) 인도 -Pur (푸르)가 붙으면 다 고대에 성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낡은 성벽에 적군의 시체대신 옷가지만 널려있다.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빨래들이 지금은 태평성대임을 말없이 보여준다.
큰길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낡은 집들이다
들어가는 거리에 비례하여 사람들의 삶은 더 고달파 보였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고양이 두마리가 정답게 놀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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