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돛대담배 뺏어피기

2010. 12. 28. 13:00Turkey 2010





이즈닉 호수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이런 마을도 있고


길가에 요런 빵집도 ... 창문에 보이는 긴 에크맥 빵이 현지인들에겐 엄청 싸다. 하나에 300원에서 500원 정도.

다른 물가는 비싸도 기본 밥에 해당하는 빵은 그나마 서민들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다


드디어 이즈닉에 도착했다.

B.C 316년에 알렉산더 대왕의 부하에게 정복당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어 지금은 이스탄불 사람들의 휴양지 역활을 한다


시내가 아담해서 맘에 든다.

짱이가 속이 비면 또 멀미를 하니 식당부터 찾았다. 간판이 깔끔한 이 식당 asina요 ? 

뒤쪽에 보이는 자미는 Mahmut Celebi Camii


우리나라 읍내 전경처럼 마을 어르신들이 지나다니고 학교 파한 학생들이 몰려가는 정겨운 모습이 창밖으로 보였다



지방으로 내려오니 빵 인심이 후하다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에크맥을 한 덩어리 내왔다



속이 안 좋은 짱이에겐 스프,


이렇게 기름기많고 푹 삶아버린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TT



주방장이 또 사진을 찍어준다고 카메라를 달라고 한다



짜이 한잔으로 따뜻한 식사를 끝내니 급격히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나이드신 주인아저씨도 친절했다.

부르사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니 빨리 달리면 1시간 반정도 걸린다며 손바닥을 칼로 반 자르는 시늉을 한다.


조그만 동네지만 주차단속이 엄청났다

경찰차가 돌아다니며 스피커로 차빼라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차 댈곳이 마땅치 않아 한 바퀴 돌다 골목입구에 빈자리를 발견했다.

앞 인도에 전화부스만한 초소가 있어 좀 찜찜했지만 아야소피아만 금방 둘러보고 올 심산으로 차를 댄다



누군가 다소곳하게 내려놓은 짜이 빈잔 


슈싼보이(Shoes-Shine-boy)의 번쩍거리는 황금색 구두통이 신기했다.





Ayasofya Muzesi (아야소피아 박물관)가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차분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번잡한 시내 한가운데 있지만 주변이 깔끔하고 조용한 공원이어서 금방 역사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조그만 벽돌집은 원래 4세기에 세워진 비잔틴교회로 787년에는 제 7회 종교회의가 열릴 정도로 유명하다.

오스만 왕조시대인 1331년에는 자미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박물관이다.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나 카리에박물관이 다 그랬듯...



공원에 큰 개들이 몰려다녀 좀 무서웠지만 다행히 순하다  


아야소피아 정면은 도로보다 한 키정도 낮았다. 주변지역이 다 높은데 왜 이렇게 낮은 곳에 건물을 지었을까...



현주랑 짱이가 안에 들어가 보려고 문쪽으로 다가서자 한 남자가 서류가방을 들고 부리나케 달려왔다.

문을 열어주며 입장료를 달라고 한다. 안을 들여다보니 불을 꺼놔서 시커먼 어둠속에 무너진 들보와 벽만 음산하게 보였다.

차라리 Muzesi 라고 이름을 붙이질 말던지...외부만 들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즈닉의 제일 번화한(?) 로타리를 지나 차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동안 수많은 동네사람들의 시선이 꽂힘을 느낀다


안사람은 앞 수퍼에 갔고 차 옆에서 기다리는데 청년이 담배를 꼬나물고 나에게 온다.

   " 여긴 차 대면 안되요 "

   " 왜 ? "

   " 택시 대는 곳이예요 "

   " 알았어, 금방 뺄께.     근데, 담배 하나 줘봐 ? "

양복 안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는 순간 우리는 웃지 않을수 없었다. 담배가 딱 하나 남아 있었다.

남자들 세계에서는 돛대는 부자지간에도 안 준다는 불문율이 있다. 0.5 초 동안 고뇌하는 그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 불도 줘야지 ~"   그의 불붙은 담배를 뺏어 대고 빨았다.

돛대 뺐어 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모른다.  한 모금의 연기까지 너무 맛있어 대마초인줄 알고 상표를 보니 윈스턴이다.

미국담밴데 자긴 이게 젤 맞다나 ?  묻지않은 말까지 한다.

 

정복을 입은 주차요원 두명이 안쪽길에서 어슬렁거리며 나와 내 차를 단속하려고 하자 그가 나서서 뭐라고 예기하니 그냥 봐줬다

택시 운전수 스무살 미룩- 성은 까먹었다-   오늘도 안전운전 하길 !



* 한개피 남은 담배를 부를때 돛대, 돗대, 독대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모두 속어이므로 맘대로 취사선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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