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발렌스의 현자

2010. 12. 26. 09:00Turkey 2010





한참 일할 시간에 누워자야 하는 호사로 전전반측하는 사이 어김없이 東窓이 밝아온다

 

어제의 화려한 여명쇼는 없었다, 

파도없이 잔잔한 바다위에 이슬비가 내리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어디부터 하늘인지 경계가 사라져 버린 수평선.   

창문을 열며 눈앞에 보이는 비현실적인 공간과 뒤죽박죽된 시간속...촛점이 흐려진다.  

아름답다  !






치즈를 종류별로 담아와 맛을 본다. 반타작


후라이팬이 있고 계란이 광주리에 담겨 있다면 오믈렛이 가능하다는 확실한 증거. 3개 만들어 달라고 조리사를 귀찮게 했다.

나중 온 손님들은 우리가 먹는 이 음식을 어디서 담아왔는지 두리번거리곤 했다





호텔뒤로 나오니 비가 그쳤고 묘한 분위기의 하늘이 펼쳐졌다.

오늘은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  심장이 뛴다. 이스탄불속으로 들어간다.



난 우회전.

아타튀르크 대로로 구시가지를 관통해야 오늘 첫 목적지로 갈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고전건축물중 첫번째를 뽑으라면 수도교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두오모나 개선문, 오벨리스크 보다도 더 좋은 이유 ?

먼저 압도적으로 크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한눈으로 볼수 없을 정도다

둘째로 현대인과 고대인은 보는 방향과 높이가 달랐다. 난 아래에서 정면을 보지만 만들 당시는 높은 곳에서 반대편 언덕을 보고 만든다 

세째로 용도에 비해 아름답고 튼튼하다. 그저 인공물길일 뿐인데도 2단 3단의 아치로 한껏 멋을 내놓고도 견고하다

한마디로 우아 장엄 단순 견고하다.         

            

드디어 발렌스 수도교가 보인다.  로마시대 378년에 완성



어느 사무실앞에 포스터그림







단란해 보이는 가족.


이 대단한 수도교는 다른 관광지처럼 매표소도 안내소도 없다.

꼬불꼬불 동네길을 들어가 끝지점부터 살펴보았다.


다행히 수도교와 나란히 길이 나있다


<첫번째 동네>




이 부분이 물길의 아랫부분이다. 술탄아흐멧의 지하궁전(Yerebatan Sarnici)까지 흘러간다.

제 블로그에 지하궁전의 내용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 !





수도교앞엔 넓은 공원이 있고 그 뒤로 세흐자데 자미(Sehzade Camii)가 살짝 보였다.

약간 불량해 보이는 청년 둘이 큰 개를 훈련시키고 있다.

모든 상황이 영화의 한 장면같다.







짱이는 사진찍기에 푹 빠졌고




현주는 벤치에 앉아 아침 먹은걸 소화시키고 있고 



난 저만치 세워놓은 렌트카 창문을 열어놓은걸 후회하는 그 순간에...


툭 !

구두솔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언제 나타났는지 구두닦이가 우리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 아저씨 ~   아저씨 ? "

구두솔 떨어진줄도 모르고 대여섯걸음 지나친 아저씨를 불렀다,

 

구두솔을 가르키며 떨어졌다고 하니 왼가슴에 손을 대며-진심으로 라는 의미로-연신 감사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갑자기 벤치에 앉아있는 현주앞에 통을 놓고 앉더니 신발을 닦아 주겠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사양했지만 계속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굽신거려 어쩔수 없이 맡겼다


뭐 신발 닦는 솜씨는 영 신통치 않았지만 예기치 않은 에피소드에 우린 즐거워했다.


또 젊은사람이 쓰레기더미를 끌고 지나가는 광경이 보인다.


현주가 미안한지 나에게 묻는다

   - 돈을 좀 줘야하지 않을까 ?

   - 아냐 고맙다고 그냥 해주는건데 뭐...여튼 봐서 !

폴라로이드 사진까지 찍어서 줬다.

 

구두를 다 닦은건지 도구를 정리하고 일어나던 그가 갑자기 현주에게 제스쳐를 취했다

   ' 아직 아침밥을 못 먹었는데 돈을 좀 주시면...'

그러자 현주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다 10 TL 짜리 지폐가 보였나보다.

동전은 1 TL 한닢뿐이라면서 나한테 얼마를 줘야돼 ? 묻는다

난  " 뭐야 ?  뭐야 ? " 하며 벌써 성질이 나기 시작하는데 이 구두닦이가 그 상황에서 현주에게 " Ten lira ! " 를 달라고 했다.

그 순간 확 돌았다 -부끄럽지만 원래 내 성질이 더럽다-

   " 뭐야 이 미친 X낀 ?  "

현주가 말리며 불쌍한 사람에게 그런다고 야단을 친다. 내 동전 2개를 뺏어 3 TL 을 구두닦이에게 주니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가던 길이 아닌... 

 

화도 풀겸 농담으로, 현주에게

   " 내 신발이 아니라 너 신발을 닦아줘서 그랬어 " 하니 짱이가

  " 그럼 엄마랑 바꿔신으면 되겠네 ~ " 한다 

 

평화로운 공원이, 장엄한 수도교가 갑자기 슬럼화된 거지소굴처럼 보였다


처음엔 우연이였을거란 생각을 더 많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교묘히 조작된 연출이었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어수룩한 우리앞에서 고의적으로 구두솔을 떨어트렸다는 것. 약은체 하는 우리를 멋지게 속여버린 아주 영리한 구두닦이.

3 TL 내고 큰 깨닫음을 얻었다. 

   ' 나는 사실 그렇게 멍청하다.  겸손해지자 ! '

 

오늘도 발렌스 아래서 구두솔을 떨어트리고 있을 현자를 위해 !    Bottoms 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