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돌드 브레타뉴 (Dol de Bretagne)

2002. 4. 25. 10:30France 2002

 

  

모두... 늦게까지 일어나질 못했다. 

 

하늘까지 흐려서 마을이 더욱 차분한 느낌이다. 

  

아침을 먹으러 나왔는데 대부분 가계나 식당이 아직도 자고 있는 듯 고요하다. 

 

10:30 

불켜진 빵집이 있어 들어가니 주인 아줌마가 수줍게 나온다. 이른 아침에 동양인가족이 들이닥치니 조금 놀란 표정이다

안 사람이 살구타르트를 샀는데 잔돈 몇십원정도가 모자라다고 하니 깎아주었다.

 

프랑스는 빵이 참 맛있다. 크로와상, 바게트, 케익, 타르트등 무엇하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알프스 넘어 이탈리아만 가도 빵이 보잘것 없이 딱딱해지는데 프랑스는 바게트까지도 짭짤하게 맛있다. 

 

지금이야 출국전에 손발톱을 깎는 Know-How가 생겼지만 이때만 해도 몰랐다.

여행 3주쯤 들어서니 자라난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것 같고 손톱도 지저분해서 은근히 신경쓰인다.

마을 상점들을 구경하는데 마침 손톱깎이가 눈에 띄었다. 

독일제인데 모양도 고급스럽고 우리나라에선  못 보던 가위형태라서 엄청 지름신이 강림했다. 그러나 41-45  넘 비쌌다.

만지작 거리다 결국엔 18 가격의 좀 싼 제품을 샀는데 왠만해선 쇼핑에 흥미가 없는 나에게도 가끔은 그때 못 산 손톱깎이가 눈에 아른거리곤 했다.  

 

11:22

손톱깎이도 있겠다 신경은 쓰이겠다 급한 성격에 마땅한 장소를 찾는데 ...없다. 손톱깎을 명당을 찾아 마을을 돌다보니 언덕에 공터가 보였다, 차를 세우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학생들이 가방을 들고 다니는게 학교같았다  

  

옆에는 수업 땡땡이 친 학생들이 약간 불량스럽게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전형적인 시골 어르신 복장.

  

벤치에 앉아 사람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기를 기다렸다가 ...양말을 훌러덩 벗고 발톱을 깎았다. 바쁜 마음에 뭐 모양도 안 보고 한발가락당 왼쪽 오른쪽 두번의 커팅으로 후다닥 깎고 있는데 뒤에서 망보던 안사람이 

 " 형 !  사람온다 " 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얼른 양말과 함께 발을 숨겼는데 손톱깎이 특유의 탁 ! 탁 ! 소리는 이미 멀리까지 퍼져나갔을꺼구 ㅋㅋ

챙피해서 짐짓 먼 곳을 바라보며 딴 청을 피웠다. 다 깎고 나니 역시 손톱깍이는 국산 쓰리세븐이야 !  생각을 하며 18를 아까워했다

  

저 아래 애들 놀이터가 보였다.

은재 경재한테 놀러갔다 오라니까 신나게 내려갔다

  

陽 체질인 아이들은 통통 뛰고 부산한게 정상이다. 어른처럼 뒷짐지고 느릿느릿 걸으면 그게 비정상인거지.

누가 먼저 오나 달리기 하랬더니 카메라보다 빨리 뛰어왔다. 

  

마을을 둘러보니 큰 성당도 보이고

  

소박한 광장엔 예쁜 튤립이 자라고 있다.

  

집들의 크기가 제각각인걸로 봐서 중세이후에 형성된 마을같았다.

화려한 장식이나 색깔없이 세월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Dol-de-Bretagne 마을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더니 그새 정들어 떠나다가 사진 한장 더 점찍어본다.

 

 

식당에서 이 마을 이름이 '몽돌' 이라고 들은후 지금까지 우리에게 이 곳은  의심의 여지없이 mont dol 이였다.

몇달전 블로그를 만들고 여행기를 정리하다가  Mont st Michel 주변에 Mont dol 을 찾아보았는데..없었다.

지도를 확대해보며 조그만 마을까지 샅샅히 뒤졌는데 몽생미셸 주변에 비슷한 이름이 하나 있긴 했다.

   Moidley.

우리가 Moidley를 Mont dol 로 잘 못 들었을거야 ! 이 철자를 계속 발음하며 억지로 몽돌에 끼워맞췄다.

아내에게 몽돌이 사실은 moidley 였다구 혀까지 꼬아가며...

 

며칠전 지도를 보다가 우연히 mont-dol을 발견했다. 유레카를 외치며 살펴보니 몽생미셸과 몽돌은 지도상으로 많이 떨어져 있었다.

거리감각이 없어 몽생미셸 주변만 찾아본것이다.

" 아 ~ 우리가 그날 저녁 꽤 멀리 운전하고 몽생미셸을 다녀왔구나 "

하며  감격스런 눈으로 지도상의 길들을 더듬어갔다.


그런데 이상하다. 몽돌의 위성사진을 보니 우리가 묵었던 마을보다 더 작았고 Street-view로 살펴봐도 낯선 거리다.

숙소근처에 낡은 기차역이 있었는데 몽돌주변엔 결정적으로 기차길이 없었다.  

 

기찻길만 따라가보니 아랫 큰 마을에 지도상에 기차역같은 공터가 있었다. 혹시 ?

  

예전에 찍은 기차역사진

 

Street-view로 확인하니 기차역이 있긴 한데 비슷한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공터였던 곳엔 주차장이고 역건물도 더 산뜻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시계탑과 창문 갯수와 형태가 똑같았다.  그사이에 깔끔하게 새단장을 한 의심이 들었다.

               <구글 뷰> 

 

확증을 잡기 위해 근처에  우리가 묵었던 호텔을 찾아보았다.  아래 사진의 호텔같은데...

노란 표시는 우리가 묵었던 방으로 생각된다.

                <구글 뷰>

  

2002년 거울에 비친 경재를 찍으며 창밖이 같이 찍혔던 사진이다. 길 건너 건물의 형태가 희미하게 보이는데

  

이번 Street-View 로 확인한 건너편 사진이다. 지붕과 창문 형태가 똑같았다 

 

 

그랬군 ! 

우리가 하룻밤을 보낸 곳은 Mont-dol 이 아니라 Dol-de-Bretagne(돌드브르타뉴)였던 것이다.

집나간 새끼 찾은것처럼 짜릿하다.    Well...Why that guy told us 'Here is Mont-do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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