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슈투트가르트-1 Stuttgart

2023. 8. 14. 21:47Germany 2023

6. 9. 금. 오후

 

원래 오늘도 숙소를 낭만가도위에 잡았었는데 변화를 주고 싶어 현대적안 느낌의 대도시인 슈투트가르트(Stuttgart) 로 변경했다. 대신 서쪽으로 한참 탈선을 해야 한다. 네비로 찍어보니 한시간반이상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 갈길이 멀어 서둘러 피크닉을 정리해 차에 싣고 출발.

현주에게 장거리라고 미리 알려주었더니 바로 졸립다고 한다. 딩킬스뵐을 벗어나자 현주 안자고 옆에서 수다.

 

국도-고속도-지방도-시내길 등 다양하게 타보는데 역시 관광지가 아니다보니 주변 풍경아 삭막하다,

 

차가 수시로 막힌다. 앞에 LG 차량이 반가워 가까이 가보니

 

그 LG가 아니여서 현주에게 놀림당함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했는데 변두리시가지를 한참 달린다. 역시 크긴 큰 도시다.  호텔이 점점 가까워오는데 어느순간 전철이 우리랑 나란히 달린다 싶다. 현주가 " 기찻길옆 아녀 ? " 라는데 왜 갑자기 불안해지는지.

 

역시 현주의 예지력은 적중했다.  네바가 호텔에 다 왔다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그냥 주택가고 경찰서 뒤일뿐. 상업용 간판하나 없다. 호텔 이름으로 찾아도, GPS좌표를 다시 찍어도 별 도움이 안됐다. 눈앞이 깜깜.

일단 큰길로 나와 기찻길을 따라 내려갔다가 U턴해서 다시 반대편길로 올라와봤다. 그러니 큰길에서 호텔 상호를 발견. 일단 다행이긴 한데 기찻길이 가로막고 있어서 맘대로 건너갈 수도 없고 하필 호텔엎 블럭이 공사로 완전 막아놓은 상태였다.

건너갈 길을 찾아 계속 윗쪽으로 달리는데 거리에 흑인이나 불량감자들이 보여 현주도 불안해했다. 어찌어찌 이길저길 돌아 처음 네비가 안내한 지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작은 골목안으로 들어가보니 막힌 길인데 오른쪽에 시커먼 주차장입구가 보였다, 이곳이 호텔 뒷골목이었던 것이다. 일단 주차장으로 들어가며 라이트를 켜자 더 가관이다. 타일벽이 여러겹으로 있고 각 칸마다 차 한두대를 댈 수 있게 해놨는데 십여대 정도 댈 수 있는 좁은 공간에 빈자리도 별로 없었다. 특이하고 구닥다리 건물에 더 실망.

엘리베이터에선 걸레 썩는내가 나고 로비로 나와 프런트 벨을 치니 왠 히피같은 장발의 남자가 나오는데 인사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키만 내주고 별 설명없이 안으로 사라졌다. 재수없음 물론 피차일반이겠지만

방에 와보니 더 가관이다. 

70년대 구닥다리 인테리어, 소파나 응접세트, 침대등 다 이상하다. 이런 형태를 본 적이 없다. 사진으론 전혀 이 느낌이 전달이 안된다. 그냥 나무로 싼 작은 마루를 천으로 뒤집어 씌워놓고 그 위에 의자와 침대등을 올려놓았다.  전화기며 화장실 휴지걸이까지 모든게 다 2000년 이전 유물. 뭔 민속박물관 전시실에 감금된 느낌. 

 

그냥 벙어리가 된 현주.. 나는 그저 헛웃음만...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난 눈감고 낮잠을 청하고 현주는 옷 갈아입고 폰만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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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쯤 깨서 독일의 국민음식이 된 케밥을 먹으려고 주변 터키음식점 검색. 무념무상인 현주를 데리고 다시 외출채비

지도상 캐밥집아ㅣ 차령접근아 안되는 곳이라 근처 주차할 곳을 찾는데 뒷차가 광장안으로 쑥 들어가길래 우리도 따라갔다.  애들 뛰어 놀고 동네사람 산책하는 조용한 도심지내 공원같은 곳. 

 

교회 구석에 얌전히 주차해 놓고 케밥집을 찾는데 안 보임

 

광장 바깥쪽을 둘러보고 온 현주가 케밥집은 없는데 음식점은 많다고 해서 골목길로 나가보니 

 

보행자전용 상가거리였고 왼편 길건너에 우리가 찾는 케밥집 발견

 

가게 안은 세련되고 깔끔하게 해놓았다

 

약간 이민자 느낌이 나는 두 남자가 주문을 받는데 영어는 안 통하지만 활기차고 친절했다. 물 포함 18 e 주문

 

양은 푸짐힌데 짜다.

 

이 물병에도 보증금이 붙어 있어서 남은 물병을 챙겨 나왔다.

 

대충 허기만 떼우고 나와 나는 왼편거리

 

현주는 오른편 거리로 각자 헤처 모여

 

큰나무아래 벤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아줌마 옆애 앉았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저녁 거리. 석양이 그림자를 길게 그린다. 

아랍인들이 많이 보이고 공장이 많아서 그런지 육체노동자들, 개성있게 생긴 사람들 속에 앉아 있으니 나도 여행자가 아닌 이 동네사람이 된 기분이다.

 

자전거 핸들에 큰 비닐가방을 걸친 남자가 쓰레기통마다 기웃거리고 다닌다. 여기도 Pfond 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있다

 

뭐하는 가겐가 보니 여기도 내일샵이었다. 역시 여직원 남직원 다 동양인이었다.

 

시간가는줄모르고 이 시공간에 빠져 있는데 현주가 무사히 돌아오고 있다. 바로 앞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사줄랬더니 싫다고 한다

 

독일다운 분수조형물

 

주차된 광장으로 돌아와 나란히 앉아 쉬고 있는데 현주가 어깨동무하며 " 친구 !" 라고 한다.

지구반대편애 와서 친구를 사귀었다.

 

숙소에 들어가기가 싫어 ' CNN선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7대 도서관' ' 독일 올해의 도서관' 에 뽑힌 건물을 찾아간다.

 

차로 10여분을 가자 갑자기 도로가 넓어지고 주변 건물이 세련된 현대식 고충건물로 바뀌었다. 넓은 공터엔 대형공사중인 곳도 꽤 보였다. 도시가 탈바꿈되고 있는 느낌

 

도서관에 도착했는데 주차할 곳이 없다  현주만 카메라 들고 내려서 사진 찍어오라고 하고 난 주변 눈치보며 차안에서 대기

현주는 도서관쪽으로 가보나 분수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고 근처에 쇼핑센터와 도서관이 있어서 활기차 보이더라고.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도시의 모습과 휴식공간이 있는 모범적인 City life 를 보고온 느낌

 

독일어로 도서관이란 글자가 찍힌 벽

 

원래는 이 사진을 보고싶었다, 한글로 도서관이라고 찍힌 건물을...

재독 건축사 이은영(남)교수님이 설계한 이 건물엔 도서관이란 글자가 독일어, 영어, 아랍어, 한글로 4면에 각각 쓰여있다,

<인용사진-네이버>

 

현주 오자마자 태우고 바로 출발

 

이번에 찾아간 건물은 벤츠 박물관이다. 근방에 도착하자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벤츠 아레나였다. 그냥 슈투트가라트는 벤츠의 도시란 느낌이 확 들었다. 삼각별이 여기저기에 다 보인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주변이 한적하다

 

미리 준비해간 벤츠박물관 사진자료

 

아레나를 조금 지나자 오른편에 눈에 익은 건물이 나타났다. 벤츠박물관 (Mercedes-Benz Museum)

바로앞에 실물을 직접 대하니 온라인상으로 본 것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건물이 아니라 금속 헬멧 ? 단단한 우주선 ? 

 

내가 연신 사진을 찍어대자 현주가 정작 박물관 안에 내용물은 안 보고 겉만 찍는다고 ' 이해를 못하겠다 " 고 한다. 예전처럼 자동차를 좋아했을땐 분명 들어가 봤을테지만 나이가 드니 자동차에 대한 흥미를 거의 잃었다. 그러나 특별한 건축물에 대한 갈망은 다행스럽게 변함이 없다.

중곡인인지 한국인인지 한 남자도 나처럼 이 시간에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차로 건물주변을 360도 돌아본다. 옆 라인도 예술이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려고 공사중인 길로 들어가려하자 현주가 말려서 다른 길로 가다보니 외지고 무섭고 먼길로 한참을 달려야했다.

어찌어찌 호텔에 돌아왔다. 

발코니라고 나가보니 녹슨 난간에 왼편은 공사판과 전철길, 오른편은 삭막한 주택가, 정면은 시멘트 옥상이 내려다 보인다

 

현주가 유난히 덥고 힘들어 한다. 그 좋아하는 미술관도 내일 안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그런 현주를 보며 이 호텔 욕이 더 나왔다,

' 하룻밤 수십만원씩 받아처먹으면서 방에 에어컨, 냉장고는커녕 볼펜하나 휴지하나 없냐. 미친놈들. 사탕은 왜 갖다놔 ? '

TV는 듣보잡 ORION. 때가 덕지덕지 끈적거리는 리모컨을 눌러보지만 코드가 빠졌는지 먹통이다. 리모컨을 구석에 던져 버렸다

 

난 과일 씻어 먹고 샤워, 면도까지하고나니 좀 살만하다. 10시 40분. 오늘도 무사히 살아남았군

늦은 시간까지 1층 레스토랑에서 사람들 떠드는 소리, 슬슬 올라오는 담배냄새 ...

역시 슈투트가르트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관광객은 관광지에나 가야지 이런 공업도시엔 여행오면 안된다는 것을 아주 징하게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