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7. 16:07ㆍGermany 2023
6. 4. 일. 저녁
유럽 금융중심지인 프푸 빌딩군을 조금 벗어나자 거리 느낌이 180도 달라졌다. 문 닫은 공장이나 창고같은 옛 건물들과 삭막한 회색의 인도가 꼭 미국 쇠락한 슬럼가 같아서 으슷스하기까지...
목적지까지 한시간이 찍혀서 열심히 북쪽으로 난 고속도로를 달린다. 현주는 옆에서 슈테델 그림 수다.
프푸시가지가 지평선에서 사라지고도 30분을 넘게 달리는게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이렇게 멀리 숙소를 잡지 않았는데... 제법 큰 휴게소에 차를 빼서 좌표를 다시 입력해보니 한참을 더 벗어난 상태였다. 내가 숫자하나를 잘못 입력했나보다. 출구 나올때까지 마저 더 달려 U턴. 10여분을 시내방향으로 더 달리는 즈음, 폰에 네비 볼룸을 키우려고 한눈 팔다가 출구를 놓처버렸다. 길바닥에 뿌리는 기름에 시간낭비에 피곤함에 짜증까지 가중돼서 이후 아무 말 없이 다시 한참 돌아가 헤어핀 u턴을 또 하고 마침내 고속도로를 내려올 수 있었다. 탑을 연 카브리올레가 신나게 내 옆을 지나간다.
* 크론벡 : 크론베르그의 현지 발음
가는 길에 SAMSUNG 글자가 박힌 건물도 보이고 ASTON MARTIN 전시판매장도 있는걸로 봐서 부촌은 부촌인듯
철도차단기가 한참을 막고 있자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려 역무원에게 뭔 말을 하고 있다.
길가 여느 마을집 차고에 페라리가 모셔져 있고 주인 아저씨가 나와서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호텔을 찾아가는 길. 현주가 기대를 많이 했다,
큰 철문을 지나 양쪽에 골프코스가 있는 정원을 한참 들어가자 숲속에 고색창연한 석조건물이 나타났다. 여기가 오늘 숙소인 Schlosshotel Kronberg
* 독일의 성 분류
부르크(burg) 전투를 위해 지은 방어용 성
슐로스(schloss) 주거용으로 지은 성
레지던츠(residenz) 17~18세기이후 지어진 큰 궁전
프런트 여직원이 우러나는 친절 + 새련된 메너 + 미모 3박자를 두루 갖췄다,
우리 예약정보를 확인하더니 숙박카드를 적어달라고 내미는데 영어와 한글이 같이 적혀 있었다. 2층방을 설명한다며 우리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하고 그녀는 계단을 뛰어서 올라왔다. 물론 엘리베이터가 좁은 것도 이유이긴 하지만 대접받는 느낌
정원뷰
객실내부까지 들어와 설명해주고 레스토랑 안내하는데 목소리 톤이나 발음에서 정중함이 느껴졌다. 가격만 비싼 호텔이 아니라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 수준이 최고였다.
미니바 음료 다 무료
우아한 욕실
수영장, 사우나를 기대하고 온 곳이라 물어보니 외부에 있다고 한다. 택시로 10~15분 걸리는데 호텔측에서 오가는 택시비, 사우나 이용료등 다 내준다고 수건, 큰 타올, 실내화 등도 챙겨 준다고 한다. 부탁하니 잠시후 그 여직원이 가방 2개를 이렇게 챙겨다 주며 언제 갈거냐고 묻는다. 결정되면 언제든지 이야기 하라고...하도 친절해 직원 이름을 물어보니 ' 메라' 라고 알려주었다, 26만원 숙박비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을 본 적이 없다,
TV가 삼성인것도 더 반가움
로비 내려와 야외 카페, 레스토랑등 구경
동양인 여자와 독일 남자가 호텔 주변에서 웨딩찰영을 하고 있다. 찍사와 조명보조 여자대동.
새신부인줄 알았는데 가가이서 보니 나이가 좀 있었다, 리마인드 웨딩인가 ? 현주가 한국인인거 같다고 한다.
설명서를 읽어보니 월요일은 오후 4시 오픈이라 간다면 오늘 저녁밖에 시간이 안됐다. 안 내켜하는 현주를 설득해 프런트가서 6시 30분으로 예약을 했다.
복도에 여자 초상화가 자기를 노려보는거 같아 무섭다고 해서 현주랑 같이 객실 올라가 짐 챙겨 내려옴
로비에서 기다리면 택시 도착할때 불러준다고 한다, 제 시간되니 밖에 택시 한대가 들어오는게 보여 먼저 밖으로 나갔다.
기사가 우릴 태우더니 잠시 프런트로 들어가 지실를 전달받고 출발한다.
차 안에 아랍음악이 틀어져 있어서 물어보니 터키 파묵칼레 출신으로 4년전 독일에 왔다고. 우리에게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우리 터키 여행한거 이야기 나누다 보니 수영장 도착. 영어를 잘 못하는데 8시 30분에 데리러 오리고 약속했다.
막상 도착해 보니 Konigstein 이라는 작은 수영장 놀이시설이었다. 고급 호텔식 수영장 사우나가 아니라 실망.
실내로 들어가서 청년들에게 수영장 물어보니 2층 올라가라고
2층 가서 부스에 앉아 있는 아줌마에게 표 내니 뭔 토큰 같은거 주며 대충 설명해줌.
안으로 들어왔는데 도통 모르겠음, 어리둥절해 통로에 서 있자 머리 말리던 초딩여자애가 안돼보였는지 뭐라고 가르처주는데 독일어라 전혀 못 알아들음.
마침 가족이 나오길래 물어보니 아저씨가 친절히 설명해줌, 사물하에 1 e 동전넣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안쪽 엘리베이터 타라고. 사물함 탈의실이 남자는 여기 여자는 저기... 1e 동전 있냐 ? 주려고 하길래 됐다며 감사인사.
현주가 나가서 동전으로 바꿔 오고
그사이 혼성 3팀 정도가 들어와 갈아입고 가는거 대충 눈대중으로 보고 우리도 어설픈 가리개 뒤에서 옷 갈아입고 수건 챙겨 엘베타고 올라감.
맨위 올라가보니 옥상. 다시 한칸 내려와 서 있는 남자 둘에게 수영장 물어보니 뒤로 가라고, 그냥 가려니 샤워하고 가라고 알려줌. 그들에게 사우나 들어갈때 코인 쓰는 법 배우고 현주는 사우나실로 난 샤워 대충하고 수영장으로 감.
수영장은 실내 실외 두개. 꽤 넓고 레인도 길고 안쪽은 깊었다.
실외에선 아이들과 가족들이 신나게 소리지르며 놀고 실내는 몇명 안됐는데 히잡쓴 여자도 있고 주로 이민자들 서민들로 보였다, 수영하며 짐 지키랴, 현주 오나 보랴 하니 별 재미가 없다,
사우나나 하려고 짐 챙겨 복도로 나옴. 빨간 코인 넣고 문 열고 들어가니 양쪽으로 복도. 오른쪽은 보건실같고 가운데는 맛사지라고 써 있길래 왼쪽으로 가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천정에서 자연광이 들어오게 해 놓고 샤워장도 보이고 족욕시설도 있고 약간 어수선하다. 한 남자가 나오길래 " Man ? " 물으니 그렇다고 해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오른편 문 안으로 편백나무 사우나실이 보였다. 무거운 문 열고 들어가니 어두은 실내 한두계단 나무 위에 중년남녀가 앉아 있는게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쩍 벌린 다리사이에 덩어리가 덜렁덜렁 거리고 그 옆 여자는 옆으로 살짝 몸을 돌려 앉아 있는데 엉덩이부분이 고스란히 맨살이다. 놀라서 얼른 다시 나오다 그것도 이상할 거 같아 다시 들어가 얼른 뒤돌아 앉으며 " for the first time ! " 이라고 했더니 남자가 괜찮다며 영어로 뭐라고 더 말을 했다, 그렇게 멋쩍게 앉아 있는데 아까 만난 남자가 지나가다 안에 나를 보고 짐 갖다놓고 옷 벗고 들어오라고 했다. 그제서야 날 보니 수영복을 입은채 한손엔 수경, 수모 한손엔 호텔에서 준 수건가방까지 끌어안고 사우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현주가 걱정이 됐다. 8시에 탈의실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은 거의 다 되어가고 얼른 짐 챙겨 나와 사물함을 보니 여기도 동전을 넣어야 잠기는 구조. 사우나 포기하고 샤워장에 가서 물을 틀자 찬물만 나왔다. 몸 식히는 용도였음. 대충 씻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데 또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짐챙겨 얼른 엘베틀 타고 처음 옷 벗어놓은 탈의실로 내려왔더니 현주 사물힘이 열려 있고 쪽창으로 통로에서 현주가 폰을 하는 게 보였다. 현주는 샤워시설보고 황당해 그냥 나왔다고 했다. 남녀혼용 사우나에서 뭔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자행이다 싶었다.
내 사물함까지 잘 안 열려 현주가 들어와 침착하게 해보더니 어렵게 열 수 있었다. 옷을 다 입고 나오자 현주가
' 내가 시우를 닮았다, 자긴 경험이 있어 딱보니 알겠더라, 어제 H+ 호텔 사우나도 혼탕같아서 안 갔다'는 둥 나를 긁었다.
난 지금 상황들이 당혹스럽고 맨발로 이곳저곳 다니는게 힘들어 죽겠는데 ...
문닫을 시간인지 사람들이 다 빠져 나갔다
밖으로 나와 택시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약속시간을 10분 이상 넘기고도 차가 안 온다.
슬슬 추워지고 불안하고 성질나고 어떻게 호텔로 돌아가나 걱정만 하고 있는데 택시가 아닌 렉서스 suv한대가 들어오는게 보였다.
첨보는 남자가 창문을 열고 " Lee ? " 라고 물었다. 짜증난채로 현주랑 뒷자리에 탔는데 출발하려는 순간 앉아 있던 벤치에 내 안경집이 그대로 놓여 있는게 아닌가. 놀래서 차 세우고 현주에게 내려서 가져오게 했다.
오는 차안 분위가가 싸했다.
아무말 없이 호텔 도착. 현주는 토할거 같아 저녁을 안 먹겠다고 해서 객실문앞까지 바래다주고 난 혼자 저녁을 먹으러 차를 끌고 나왔다,
오다가 본 Mc을 가려고 네비없이 동네 들어갔다 헤맴. 차 세우고 네비 찍고 찾아감
키오스크에서 영어선택해 잘 주문, 결재하려니 갑자기 독일어로 뭐라 나오며 진행이 안 됨. 옆 독일 젊은 커플에게 화면 보여주며 물어보니 독일어로 뭐라고 설명. ' 잉글리쉬 ' 로 해달라고 부탁하니 둘 다 영어를 전혀 못함
포기하고 프런트가서 여저직원에게 주문하는데 어려운지 메니저 불러 토스해줌,
BBQ 버거, 샐러드로 교체. 시저 드레싱, 음료는 0.25 했다가 너무 작아 0.5로 업글. 총 10.4 e (14,800원)
여긴 아직도 Mc cafe가 있다.
테이블서비스 해준대서 잠시 안아 있으니 바로 나옴
가격은 비싸지만 내용물이 한국과 비교불가. 이건 뭐 수제버거보다 더 낫고 야채 실컷 먹음
다 먹고 쟁반 그대로 놓고 나왔다. 차안에서 그대로 투기할 수 있는 쓰레기통도 있고 서비스가 좋다
옆 건물에 Cheil 이란 글자도 보임
어두운 밤거리로 나와보니 내 차가 상향등이 켜저 있어서 끄고 더워서 에어컨 틀고 오다가 에스턴마틴 매장 구경하려고 들어갔는데 주차장쪽을 잠가놔 차 돌려 그냥 나옴,
찻길로 들어섰는데 어느새 뒷차가 바짝 붙어 느리게 간다고 상항등 번쩍임, 비상등 켜주고 미안하다고 신호해줌.
호텔 방에 와 노크하니 현주가 문을 안 열어준다. 계속 노크하니 샤워하다말고 나옴. 문을 안 잠궜다는데 내가 열줄을 몰랐다. 폰 중전선 찾길래 1층 내려와 차에 가서 가져다 줬다.
현주는 아까보다 더 냉랭해져서 먼저 잔다고 침대 들어감.
난 번쩍거리는 수전, 독일인 체형에 맞춘 거대한 욕조에서 샤워 면도 하고 육중한 헤어 드라이기 써보고 일기 정리하니 1시 넘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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