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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7. 31. 22:26Germany 2023

 

6.  1.  목

 

전날 늦게 누웠는데 금방 잠이 들었다. 3시에 한번 깨고4시30분 알람에 일어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꿈 많이 꾸고 푹 잔 느낌.

요즘 우리에게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공용욕실에서 물소리가 난다 싶더니 경재가 벌써 씻고 안방으로 찾아왔다. 평소같으면 간신히 일어나 억지로 따라나섰을텐데 정말 대단한 변화다.

집을 나설때 은재가 비몽사몽 밖에까지 배웅을 나왔다.

내가 운전해 송산쪽 고속도로를 타고 6시30분쯤 공항에 예정보다 빨리 도착.  

경재가 기념사진도 잊지 않고 찍어주었다

 

발권직원이 교통약자 스티커를 붙여주며 ' 가까운 보안검색대 게이트가 7시에 열린다' 고 알려줘 남은 시간을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출국수속후 아시아나 라운지로 갔다가 lounge key 서비스가 안된다고 해서 건너편 Hub lounge를 물어 찾아갔다.

7시 오픈인데 그 사이에 손님들이 벌써 많이 둘어와 있다,

 

현주는 짐 내려놓자마자 배아프다고 화장실 다녀와서 모닝커피로 시작.

 

4년 사이에 여기도 원가절감의 티가 났다. 

냉장고에 쟁여놓았던 캔이나 병은 다 치우고 청량음료 디스팬서로, 비싼 음식자리를 튀김이나 싸구려 뷔페용 조각케익으로 깔아놓았다.  그나마 맛은 괜찮음. 

몇몇 손님이 빈접시를 통로 카트위에 갖다 놓길래 이젠 공항 라운지도 셀프인가 걱정했는데 가만보니 아줌마 한명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수거를 하고 있지만 빈그릇 나오는 속도를 감당 못하고 있었다.

라운지를 나와 카트를 끌고 가는데 외국여자가 현주에게 인사를 건내며 지나간다 

현주랑 헤어져 난 열심히 14번 게이트 찾아갔고 현주는 면세점 순회후 무사히 만남.

 

잠시후 '비즈니스 승객, 노약자 먼저 입장하라' 는 인내방송이 나와서 줄을 찾아 갔다. 그런데 즐이 코너돌아 끝을 알수 없을 정도여서 난 입구쪽에 우두커니 서서 끝이 보일때까지 기다렸다.

비즈니스 승객이 저리 많았나 ? 가만보니 어중이떠중이 다 서 있고 아시아나 직원들은 표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육성으로 번호부르면 옆에서 수기로 체크하느라 지체가 가중되었다. 디지털 스캐너가 수십년이 지났는데 이 뭔 아아(아날로그 아시아나)란 말인가 ? 옆 이코노미 줄은 벌써 다 입장이 끝나 버렸다.

 

333 배열, 현주는 창가,난 가운데 좌석에 앉았다. 복도쪽 좌석은 뚱뚱한 청년이 후에 와서 앉는거 같았다.  신경도 안 쓰고 현주랑 내 할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자리 청년이 

"  살갗이 닿으면 열기가 느껴지니 닿지 말아 주세요, 죄송합니다 " 딱 이렇게 말했다. 그 덩치에 누가 밀어댔는지, 누가 열체질인지 !  말하는 폼이 정상인으로 보이지 않아 더 이상 대꾸도 안했다. 나중에 현주가 알려주는데, 그 남자가 스튜어디스에게 빈자리로 옮겨 달라고 요구했고 스튜어디스가 유료라는 핑게로 거절했다고 말해주었다. 옆라인 가족은 우리 앞 빈자리 찾아 발뻗고 잘 자며 가드만.

 

기내식 두번 나왔는데 식판은 점점 작아지고 메인메뉴는 바뀌는데 사이드 음식은 똑같이 나왔다,

 

기내지라도 읽으려고 앞 포켓을 뒤졌는데 두툼한 면세품책만 있다. 스튜어디스에게 물어보니 이제 기내지가 발행안된다고 하길래 신문이나 잡지등 읽을거리좀 달라고 했더니 잠시후 돌아와 쿨하게 '없다'고 했다. 너무 원기절감을 하는것도 문제지만 스튜어디스들의 반응도 예전하곤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미안하다는 기색도 없이 무표정, 무관심으로 그냥 시간만 떼우고 있었다. 금호가 아시아나를 매각하기 위한 수순인지 요즘 항공사들이 다 이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직원 마인드는 개판.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잡지를 찾는 내가 문제인건가 ?

 

땅콩이라도 얻어 먹으려고 억지로 맥주하나 주문했다.

 

11시간이면 갈 곳을, 우크라이나 전쟁때문에 조지아쪽 항로로 우회하느라 2시간 더 추가

 

옆 청년 1분마다 코 훌쩍거리는 소리를 듣다보니 어느새 독일 땅이 내려다 보인다. 

 

앞자리 한국아줌마는 막판에 옆 독일 남자랑 말문이 트여 한국지명, 음식 대며 신이 났다.

 

비행기에서 내려 현주는 인파에 휩쓸려 벌써 사라지고 난 혼자 열심히 걸어간다.  가도가도 끝없는 통로.

관리용 전동카트는 태워줄 맘이 전혀 없고 중간에 휠체어 모아둔 곳은 문을 잠궈 놓았다. 각오는 하고 왔지만 프푸공항 정말 무지막지하게 넓고 승객 배려는 전혀 없다. 드디어 입국심사장. 꼬볼꼬불 선 줄속에서 현주가 손을 흔든다. 닌 패스트 트랙을 통해 바로 입국심사를 하게 되었는데 부스안에 젊은 남2 여1명이 제복을 입고 앉아 내 여권을 뒤적거리며 먹잇감 갖고 놀듯 ' 어느 도시 갸냐 ? 얼마나 여행하냐 ? ' 느릿느릿 묻고 마지못해 해준다는 듯이 스탬프를 찍는다. 하긴 나이든 장애인놈이 오랫동안 혼자 쏘다닌다니 불법체류라도 할 거로 보였겠지. 

저런 좋은 자리는 독일애들이 앉아 있고 공항내 잡일이나 호텔청소는 아랍, 인도계가 대부분이다

나와서 현주를 기다린다. 안쪽에 한국인줄은 거의 줄어드는데 왜 안 나오지 ? 혹시 입국거절됐나 ? 같이 있을껄. 나랑 연락이 안될텐데 어떡하지 ? 별별 걱정이 드는데 다행히 무사히 나타났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인줄 알고 별 질문없이 보내주더라능. 이후 또 짐 찾는다고 먼저 가버리고 난 또 하염없이 출구를 찾아 걷는다. 슬슬 짜증이 날때쯤 에스컬레이터 아래에서 현주가 날 기다리고 있는게 보인다. 우리 짐은 21,22번에서 나온다고 그리 오라고 알려주며 또 먼저 감. 그 번호도 또 맨 끝이라 죽어라죽어라 걸어가는데 중간에 카트배열장이 보였다. 이용료가 1e 라고 들어서 그 돈이 아까워 한국에서 외국동전을 뒤져 비슷한 무게와 사이즈를 골라 이렇게 준비해 왔지롱.

 

가방을 뒤져 준비해간 동전을 투입하려는데... 신용카드만 되는 걸로 바뀌어 있었다. 뛰는놈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멋쩍게 신용카드로 카트 하나 빼서 끌고 가보니 현주가 다행히 우리짐을 벌써 다 찾아 끌고 오고 있다.  짐 카트위에 바리바리 싣고 관문을 다 통과해 드디어 공항 로비로 나왔다.  이제 렌터카만 찾으면 된다. 사람들에게 물어 왔던 길 되돌아 가고 엘리베이터 찾아 내려가고 SAMSUNG도 맥도날드도 지나고  카페도 지나고 청사 끝까지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무거운 카트를 끌고 찾아갔다. 드디어 도착

 

렌터카 회사들이 모여 있는 로비에 서서 주변을 둘러 보는데 내가 예약한 OK렌터카가 안 보인다. 아까 회사들 마크중에도 없어서 이상하다 싶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한산한 부스에 가서 바우처를 보여주며 물어보았는데...

"  OK렌터카는 terminal 2 에 있다" 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가는 방법을 듣고 있자니 주저앉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날 좀 거기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려는데 다른 손님을 응대하느라 날 처다도 안 봤다.

 

아까 헤맨건 이후랑 비교하면 애교수준, terminal 2 사인을 따라 왔던길 다시 가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만남. 지나가는 경찰들에게 엘리베이터 물어 다시 또 돌아가고 못 찾아 또 돌아오고 T 자 구석에 엘리베이터 간신히 찾아 올라와 보니 처음 도착한 2층 로비. 청사 밖으로 나와보니 시내 들어가는 버스와 택시들뿐, 셔틀버스는 안 보이고 주변에 담배 피는 놈들만 있어서 다시 청사 안으로 들어와 지하로 또 내려오고. 카트 버리고 짐만 들고 현주가 에스컬레이터로 짐 하나
씩 옮기며 내려올땐 계단으로 오길래 힘들게 하는거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현주는 짐 누가 들고 갈까봐 걱정에 그렇게 했다 하고. 지상으로 올라와 공사팬스지나 버스줄에 서서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 줄은 시내버스고 셔틀버스는 아랫정류장일거라고 해서 그리로 가서 확인해보니 Terminal 2 가는 셔틀버스타는 곳 맞음. 표를 사야 되는가 싶어 주변 인도인들에게 물어보니 무료라고 한다. 잠시후 버스 도착.

현주 혼자 무거운 짐들 이고 들고 올리느라 개고생. 

 

셔틀안에서 한국인 조종사들 몇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난 독일 한번 들어오는게 이렇게 힘든데 저들은 밥먹듯이 쉬운게 그리 부러울 지경이다. 

 

넓은 청사안에서 지나가는 남자에게 렌터카 사무실 묻고, 현주가 앞서가서 보고 온 덕분에 비교적 쉽게 도착.  

 

OK가 반가워 직원에게 terminal 1에서 헤매다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 일상다반사' 라는 반응,

 

기름종류 물어보니 super10 넣으라고, 장애인구역 주차 물어보니 주차가능하다고 해서 반가우면서도 선뜻 수긍은 안됐다.

차를 내주며 '히브리 히브리' 하는데 뭔 말인가 했더니 HYBRID 차량을 준다는 말이었음

 

서류수속 끝나고 직원따라 지하주차장으로 이동. 다른 직원에게 인계해줌 

 

리모컨을 눌러가며 차를 찾아가니 소형 suv스타일의 토요타 차량이 깜빡거린다.

아저씨가 좁은 통로에서 차를 직접 빼 주었다. 뒷범퍼 살짝 긁힌거 발견해 말하니 다른 여자가 와서 확인후 사인해줌

 

대충 세팅하고 짐 싣고 미리 알아둔대로 주차표 빼고 빌딩 나오며 다시 넣고 무사히 프푸공항을 나왔다, 

근처 한적한 곳을 찾다보니 외곽고속도로에서 나와 시내 주택가까지 수km를 떠밀려 왔다. 차에서 내려 꼼꼼히 차 내외부를 살펴본다.

 

네비가 있길래 오늘 숙소 GPS 좌표를 입력해봤다. 여러개가 뜨는게 이상하긴 했지만 그중 프랑크푸르트로 주소가 되있는 곳을 선택하니 약 7분 거리에 우리 숙소가 있다고 표시됐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폰을 굳이 안 꺼내고 차량네비로만 다닐 수 있겠다 싶어 기분이 좋아졌다.

 

안내에 따라 골목길을 이리저리 빠져나와 큰 도로에 합류하려고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데... 한 사이클이 지나도 내 신호를 안 주는 것이다. 눈치보며 비보호 좌회전을 하려니 맞은편 차들과 다른 신호받고 오는 차량에 갇혀 위험할 뻔했다. 독일 도로교통에 익숙해질려면 시간 좀 걸리겠는걸...

 

그래도 나에겐 네비가 있으니 한결 느긋한 상태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운전했다. 숲으로 들어간 차가 잠시후 목적지에 도착했다는데...

 

왠 체육공원 구석에 우릴 데려다 놓았다. 당연히 주변을 둘러봐도 호텔 같은 건 없었다. 자전거 탄 사람들이 가끔 지나다닐뿐 인적조차 별로 없는 곳.

GPS 숫자를 차량 네비가 번지수로 착각한 것으로 추측됐다.  폰을 꺼내 위치를 켜고 구글맵을 작동시켜 본다.

안된다. 또 하나를 켜서 시도해봤지만 한국에서 연습했던 그 단계로 넘어가질 않았다. 막막한 심정으로 두 손을 내려놓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늘 정말 힘들다.

궁여지책으로 지도를 열고 대충 호텔 위치를 가늠해 목적지로 찍어 보았다, 안내 멘트가 나오고 화면에 직진, 죄회전등의 글자와 거리 숫자가 표시되는데 정작 지도위에는 노선이 그려지지 않고 내 위치만 고정되어 나타났다. 역시 목적지까지 서쪽으로 20 Km.

현주에게 폰을 보는 법을 알려주며 나에게 거리가 줄아들면 안내 표시를 알려 달라고 했다, 현주가 왼손으로 폰을 들어 보이고 난 일단 그 숲을 빠져 나왔다,

 

바로 고속화 도로에 진입. 빠른 주변차량과 무용지물인 도로표지판과 낯선 도시속에서 필사의 운전을 시작했다.

몇차례 진입과 진출후 '당분간 계속 직진'이라는 폰안내와 왼편에 프푸공항을 지나치며 슬슬 안정을 찾아갔다. 이제 고속도로 JC에서 우회전해서 조금만 가면 된다는 루트도 머리속에 그려졌다. 빨리 가고 싶은 맘에 1차선을 달리게 되었는데 이내 도로공사현장이 나타나며 옆차선사이에 허리 높이 정도의 콘크리트 장벽이 세워졌다. 

JC는 점점 다가오고 우린 좌측으로 빠져 66번 고속도로를 타야 되는데, 당연히 사라져야 할 장벽은 중앙분리대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2,3,차선을 탔어야 했다. 오른편으로 스쳐가는 66번 고속도로를 허망하게 바라보며 우린 더 서쪽으로 하염없이 달리고 있다. 피곤과 짜증과 불안감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그렇게 비스바덴쪽으로 14km를 더 달려 나비날개 모양의 턴을 해가며 고속도로에 재진입. 이젠 실수 안하려고 맨 바깥 차선 트레일러들 사이에 끼어 꾸역꾸역 다시 JC를 찾아간다. 기분 같아선 그대로 공항가서 한국으로 바로 돌아가고 싶은 맘뿐이다. 

들판위에 호텔 사진을 떠올리며 길을 더듬어 가까스로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8시가 다 되었다, 식당은 못 갈거 같고 저녁거리를 사러 봐둔 마트를 찾아갔다.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마트에서 직원들이 나오며 문을 잠그는 모습이 보였다. 아주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만. 동네 안쪽 일방통행 길을 돌아 다시 호텔을 찾아왔다.

 차에서 배낭을 꺼내 등에 매는데 끈하나가 탁 풀어졌다., 현주가 불끈 들어 한쪽 어깨에 매고 들어갔다.

호텔 입구에서 한 놈이 담배를 푹푹 펴대고 있다. 그 옆을 지나 호텔 안으로 들어갔더니 저가호텔 분위기의 로비, 프런트엔 문신녀가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좁아터진 엘리베이터 타고 긴 복도 지나 방에 와 보니 사진보고 완전히 낚였다. 내부는 후지고 전망은 북쪽 건물 뷰

 

현주는 밥 생각 없다고 씻고 바로 기절하듯 잠들고 

난 폰 켜자마자 로밍됐는지 문자가 정신없이 들어오고, 주식은 떨어지고 젤리먹으며 일기쓰다가 입안쪽 깨물어 피멍울 생기고... 하루동안에 이 많은 스트레스를 헤치고 이 자리까지 앉아 있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한국일본빼고 해외에선 폰카찍을때 소리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여기 와 첨 알았다

 

폰에 네비 다른거 깔고, 땀에 절은 메리야스 빨고 ...10시가 되어서야 창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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