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Dedaena park 에서 다시 만난 세자르

2019. 9. 13. 21:32Georgia 2019

 

 

 

 

 

올드타운을 한번 더 보고 싶다는 현주에게 구글맵 보는 법을 한참 설명했다, 한사람은 길치고 한 사람은 초행이지만 그래도 둘이라 불안하진 않았다. Corner를 나와, 그녀들은 강을 따라 내려가고 난 공원쪽으로 따로 또 같이 헤어졌다.

 

이하는 현주가 찍은 사진

 

 

 

 

 

 

 

 

 

 

 

 

 

 

 

 

 

 

 

 

 

 

 

 

 

 

석양이 지는 트빌리시가 쿠라강위에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인파로 북적이는 평화의 다리 위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놓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있었다.

 

 

 

 

잠시후 H가 현주를 찾아와 ' 저기 원숭이가 있다 ' 고 데려갔다 

H와 원숭이처럼 털이 덥수룩한 남자가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남자가 H 어깨위에 원숭이를 올려 주었다. 현주는 몇걸음 떨어져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 그 남자가 H에게 돈을 요구했다. H가 당황하며 돈이 없다고 하자 그 남자의 표정이 무섭게 돌변해 현주를 가리키며 ' 사진찍지 않았냐. 그러니 돈을 내라 ' 고 협박했다. 현주가 ' No photo ! ' 라고 항변하며 그 자리를 얼른 피했다.

' 주변에 인적이 드물었거나 돈을 많이 갖고 있었으며 협잡꾼에게 당했을 뻔했다' 고 나중에 현주가 말해줬다,

 

 

 

 

 

 

300원밖에 없어서 그저 걸을뿐

 

 

 

 

 

 

 

 

 

 

 

 

 

 

 

 

 

 

 

 

 

 

 

 

 

 

 

 

 

 

 

 

 

 

 

 

 

 

 

 

 

 

 

 

 

 

 

 

 

 

 

 

 

 

 

 

두 여인은 트빌리시의 마지막 날 오후를 그렇게 보내고...

어두워지기 전에 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같은 시간, 나는 Dedaena 공원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쉬어갈 겸 혹시나 싶은 맘에 광장으로 발길을 돌려 빈 의자에 앉아있으니 어디선가 세자르가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2주만에 만나 서로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교집합이 없어 안타까운 상황.

세자르가 낡은 2G 폰을 꺼내 ' 2020' 이란 숫자를 입력했다. 아~  (내년에도 와라)

내가 알아 듣는거 같았는지 이내 ' 28 ' 이란 숫자를 입력하고 ' 투마로우, 투마로우 ' 를 반복했다 (한달에 28일을 여기 나온다, 내일도, 또 그 다음날도...) 그렇게 나와도 벌이가 신통치 않다고 했다. 사는 곳은 지하철타고 외곽으로 나가야 하고 집에 와이프와 아들 한명 있다고 폰에 저장된 가족사진을 보여 주었다, 가족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느껴졌다.

더 많은 대화는, 담배 하나 나눠 피는 걸로 갈음하고 아쉽게 헤어졌다, 뒤돌아가는 그의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각자의 궤도를 돌던 두 별이 잠시 랑데뷰(Rendez-vous) 한 인연.

 

 

※ 그와 숫자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궁금증 하나가 자연적으로 풀렸다,

    조지아 길거리에서 ' 24/7' 이란 숫자를 자주 보았다. 무슨 브랜드이름인가 했는데 ... ' 24시간, 일주일 내내 영업 ' 이란 의미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

애인과 지나가다 친구를 만나 서로 인사시키는 청년

돈을 벌기 위해 일거리를 찾아 나온 중년

벤치에 할일없이 모여 있는 노인들...     이 공원에 앉아 있으면 조지아인의 삶을 축소판으로 다 볼 수 있다. 

 

 

 

 

6시쯤 되자 상인들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새 먹으라고, 누군가 다리 난간위에 빵을 작게 잘라 얹어 놓았다, 

 

 

 

 

하루 장사를 정리하고 있는 아저씨 옆을 지나가며 힐끗 보니... CD와 카셋트 테이프였다. 

디지털음원시대에 저런 물건들이 팔리는게 신기하다. 

 

 

 

 

모퉁이에 있던 카페.

남자 직원들이 피아노와 현판위에 먼지까지 열심히 청소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 한 블럭을 지났을뿐인데 더 큰 공원을 만났다. 대도시안에 공원이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공원을 가로질러 바쁜 걸음으로 퇴근하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있는 노인들, 큰 개랑 산책하는 청년, 이유없이 신난 아이, 정장을 입은 아이스크림 행상 아줌마, 유모차에 애기를 태우고 나온 새댁 ...

나는 그들을 구경하고, 그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쌀쌀해지는 저녁, 숲속벤치에 앉아 있으니 따뜻한 커피가 그립다

정교하고 화려한 에소프레소 머신이 만든 커피 말고, 투박한 사모바르 주전자에서 흘러나오는 커피가 ... 

 

 

 

6시 30분이 되자 공원옆 세련된 건물에서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하는덴데 이렇게 근무환경이 좋은가 보니 은행이었다.

 

 

여기도 은행

 

 

혼자 인도를 걸어가며 보이는 풍경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무실에 두 선남선녀가 모니터 앞에서 열심히 근무중.

   작은 정원 너머에 클라식하고 엘레강스한 대리석 건물, 

   골목 안엔 독특한 구조의 건물이 리모델링 중.

   길 건너에선 새 건물을 짓기 위해 크레인이 세워져 있고...

트빌리시가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어제처럼 호텔앞에 앉아 있으려다 매연이 심해 그냥 들어왔다.

금붕어 수족관을 들여다 보다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일어나는 순간 막 도착한 현주와 H가 뒤에서 나를 부른다.

몇시간만에 봤다고 덜 반가운건 아니다.

 

 

자기방으로 갔던 H가 금방 놀러오는 바람에 잠시 욕실에 갇혔다.

 

 

최종 짐을 꾸려보니 가방이 홀쭉하다.별로 산게 없다.

 

 

' 동기사랑 '을 외치며 오늘도 루프탑으로 !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분위기 있는 트빌리시의 밤거리 

 

 

직원이 요술을 부렸다. 머리위 지붕이 오픈카처럼 열리더니 밤하늘에 별이 쏟아졌다.

 

 

 

 

 

 

 

 

금상첨화로 오늘은 라이브 공연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딱 우리만을 위한 맞춤, 성공적인 조지아 여행을 축하하는 무대 같았다

 

 

 

 

 

 

오늘 같은 날 Eric Clapton의 Wonderful tonight 이 어울리겠다 싶어 서빙아가씨에게 신청곡을 부탁했다

 

 

 

 

 

 

아가씨가 연주자에게 갔다오더니... "  Own list 만 부른답니다 " 라고 전해주었다.

보기좋게 퇴짜를 맞았지만 조지아가 영어권나라가 아니다보니 ' 익숙하지 않은 팝송은 무리겠구나 ' 라고 스스로 변명을 했다.

 

 

오늘의 베스트 초이스는 H가 주문한 카레밥

 

 

현주는 따뜻한 스프

 

 

난 러시아의 샤슬릭이 생각나 돼지고기 므츠바디 (Mtsvadi)를 주문했는데 기름기가 없어 퍽퍽했다, 샤슬릭 승 !

 

 

어제보단 손님이 적었지만 그래도 트빌리시의 핫한 아가씨들을 눈요기 할 수 있었다

 

 

 

 

 

 

싱어 목소리가 미성이고 멀리서 봤을땐 꽃미남인줄 알았는데 휴식시간에 가까이 왔을때 보니 딱 동네 백수건달같이 생겨서 좀 깼다

 

 

후식으로 애플파이에, 아이스크림에 카후치노까지 푸짐하게 깔았더니 H 후배에게 ' 잘 먹었다 '고 인사를 받았다

 

 

 

 

 

 

커피가 안나오길래 서빙아가씨를 불러 물어보니 주문이 누락되었다

놀란 바리스타 바텐더가 더 정성껏 만들어 주었다

 

 

 

 

전망좋은 루프탑에서 라이브 공연을 들으며 맛있는 음식 맘껏 즐기고도 고작 85 라리 (35,700원)

오늘도 11시까지 놀다 나왔다,

 

 

 

 

 

 

조지아의 마지막 밤을 자는 걸로 보낼 수 없다는 듯 현주가 또 커피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