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Tsminda sameba 계단을 오르자

2019. 9. 12. 10:00Georgia 2019





호텔가운을 돌돌 말아 대충 묶어 베고 잘 잤다, 

창밖은 큰 도로 삼거리인데도 방음이 잘 되어 차 소리가 거의 안 들리고 춥지도 않았다


아침 먹으러 10시쯤 나왔다. 방에 걸려 있던 paris 그림이 복도에도 연작으로 걸려 있었다. 호텔이 한결 세련되게 느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레스토랑 입구. 직원들이 약간 어색한 미소로 맞이한다.


손님이 거의 없이 횡한 실내에 H 혼자 직원들 시중을 받으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언제 왔어 ?  

20분전에 ...





실내를 한번 둘러보니 저녁시간엔 디너 레스토랑으로, Bar 로 변신하는 거 같다



투숙객도 많고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푸짐하게 수북히 쌓아놨을거라 기대했는데 ... 그래도 필요한 건 다 있고 맛도 괜찮았다.




다른 건 다 셀픈데 커피만은 웨이터가 직접 와서 따라 주었다,


11시쯤 식당을 나와 호텔 프런트에 들렸다. 어제 얄밉게 생긴 아가씨는 퇴근했는지 오늘 아침엔 통통하고 친절한 여자가 응대했다,

여분 키랑 호텔명함 챙긴 후, 자전거 대여를 물어보니-부킹닷컵에서 자전거 빌려 준대서 예약한건데- 금시초문인양 안된다고 한다. 이러면 나가린데...약간 실망하며 방으로 올라왔다.








이 그림을 보며 현주랑 모스크바 근교 골든링에 어느 성당을 떠올렸다.


현주 양치하고 준비하는 동안 묵직한 위장을 침대위에 펼처 놓고 쉬고 있으려니 전화벨이 울린다, 받아보니 프런트 통통이가 약간 호들갑스럽게 ' 자전거를 10분~15분 기다리면 빌릴 수 있다. 대여료는 20 여라리고... ' 고마워서 '10 분후 내려 간다' 며 반갑게 전화를 끊었다,


나갈 채비 꾸려 로비 프런트로 다시 갔는데...


자전거를 빌려 준다는게 아니라 '자전거 빌려주는 곳을 알아놓았다' 는 거 였다.

대여소는 택시 불러타고 10여분 가야 하는데 그나마도 올드타운과 떨어져 있어 자전거를 빌리는 의미가 전혀 없었다. 두번 실망하니 아침부터 맥이 풀렸다. 숙박비는 별이 다섯개 고객과의 약속은 별볼일 없음.


지도만 얻어 나왔다


따로 돌아다닐 거를 대비해 여성분들에게 하나 주고


오늘 일정 설명 

한국에선 매일 대낮에 실내만 있다가 며칠 싸돌아다녔다고 얼굴이 드럽게 탔다






오늘 아침도 차 시동이 잘 안 걸리지만 ' 이제 트빌리시까지 왔는데 뭔 걱정이여 ' 열쇠가 뿌러지게 돌려대니 엔진이 마지못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조지아의 심장, 트빌리시 관광일번지인 쯔민다 사메바(성삼위일체) 성당으로 정했다

쿠라 강을 끼고 달리다 P턴해 강을 건너간다.


아블라바리 (Avlabari) 전철역 로터리엔 무지막지하게 큰 소비에트 시절 아파트가 길게 누워있다. 수원만해도 저런게 수천개나 비석처럼 꽂혀 있지만 작고 아름다운 건물이 많은 트빌리시에 독버섯처럼 퍼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차는 이내 가난한 동네로 접어 들었다. 불규착한 골목 동네사람들 사이로 요래요래 헤처 나오다 보니 



약간 넓은 마을 광장으로 나왔다. 대형버스와 승용차들이 일찍부터 벌떼처럼 모여 드는 거 보니 맞게 찾아온거 같다


공터 끝에서 빈자리 하나 발견, 차를 낑겨넣고 내리자 노틀담 성당지기 콰지모도처럼 생긴 남자가 다가왔다.

어눌한 말투로 2라리 (840원)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목에 걸린 지시봉을 보면 그지는 아닌거 같다. 조지아의 공식 주차비가 이미 학습된터라 별 불만 없이 5라리 지패를 꺼내주었더니


기다리라며 광장너머 가게로 갔다.

현주에게 받아 오라고 하고 난 성당 입구를 찾아 가는데 어디선가 싸우는 듯한 큰 목소리가 들려 왔다. 돌아보니 콰지모도가 가게 주인아줌마에게 잔돈 바꿔 달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성벽을 따라 가자 큰 철문앞에 경찰 한명이 서 있다, 주치비는 있지만 입장료는 없다. 경찰은 있지만 검문은 없다.

그 문으로 들어오면 어두컴컴한 성곽 터널 끝에 황금 왕관을 씌운 쓰민다 사메바 성당이 눈부신 자태를 드러낸다



성구판매소에서 제일 싼 0.2라리 (84원) 짜리 초 5개를 샀다.,



H에게 가족(남편과 두 아이)위해 기도하라고 초 3개를 주고, 나머진 현주에게 건냈더니 '구두쇠가 왠일이래 ? ' 하는 표정으로 처다보며 물었다. " 난 왜 두개야 ? "

" 어 ? 엉... 너랑 나 "



성당이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크고 웅장하다. 깊이감을 주려고 퍼사드를 저렇게 꾸민거 같은데 오히려 종교시설의 권위를 훼손할 정도로 난잡하다.

진입로와 계단으로 한참 걸어 들어갔다


국민성금으로 지었다는데, 돌 조각 수준으로 봐선 사탕 사먹는데 많은 돈을 쓴 듯.


포도송이 후벼 팔 힘으로 성직자들 옷주름이나 좀 잡아 주지.












성당 바로 앞 계단은 높아서 3단으로 나눠 놓을 정돈데 정작 엉성헌 난간하나 없어서 노약자에겐 고난구간이었다,




한계단 한계단 버겁게 올라가고 있자니 뒤에서 단체 관광객들이 우르르 지니간다.

중간 턱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데 덩치큰 남자가 도와주겠다고 나타났다. 그의 팔을 붙잡고 올리가며 " Are you georgian ? " 하니 묵묵부답

" Where are you ? " 물어도 묵묵부답 



계단을 다 올라오고 나서야 그 남자가 " Russian " 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 Thank you very much " 한 다음 다행히 바로 러시아 말이 떠올라 " 쓰빠씨바 " 를 추가했다.


















정오가 되자 하늘이 장엄하게 높고 맑아졌다





























외부에 비해 내부는 의외로 너무 수수해서 ' 아직 완공이 다 안 됐나 ? ' 싶을 정도다

순금에 명화에 진귀한 보석과 대리석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두른 서유럽의 성당들보다 더 경건한 분위기  

























오래 있으니...양초와 향유 태우는 냄새 때문에 지끈지끈 두통이 생겼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입장하고 있다.




대부분이 관광객이지만 조지아 시민들도 개별적으로 많이 방문하고 있었다. 

연세드신 분들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우락부락한 남자들이나 어린애까지 성화에 입맞추고 이마를 대고 기도하는 모습은 나를 살짝 감동시켰다     


현주와 H는 2층으로 올라갔다가 성당 밖으로 나오게 되어 나를 찾아 다시 들어와야했다





들이닥치는 중국인 단체를 피해 얼른 밖으로 나왔다,








입구에 동냥 할머니도 점심 먹으러 퇴근중 



벽면 조각들은 성당 뒷편이 더 예술이다,

















영종도 어느 호텔 로비 바닥에 쓰여 있던 글귀

We do not remember days, we remember moments


성당 정원 나무아래,

벤치기둥에 시간을 매어 놓고 이 순간을 향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