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동물과 인간의 지상낙원, Mtskheta

2019. 9. 11. 22:00Georgia 2019





동쪽으로 40~50분 달려 므츠헤타에 도착했다. 언덕위에 즈바리수도원이 압핀 대가리처럼 꼬옥 박혀 있었다,

지난번 눈물과 빗물로 범먹이된 얼굴을 훔치며 떠났던 이 곳. 복수하는 심정으로 거침없이 차를 샛길로 뺐다.


' 그 말들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네 ' 는 이야기를 나누며 산등성이를 탔다.

수도원과 좀 떨어진 길옆 풀숲에서 흰말을 보자 구면인 사람 만난듯 반가웠다. 오늘은 수도원 결혼식 알바가 없나 ?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다가 머릴 들어 우릴 힐끗 처다봤다



몇십미터 떨어진 곳에서 검은 말도 볼 수 있었다,

차를 멈추고 카메라를 창밖으로 꺼내 앵글속의 수도원을 맞춰 보고 있는데...


갑자기 거대하고 육중한 뭔가가 쑤욱 밀고 들어왔다,

흠찟 놀라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보니 어느새 검은 말이 곁으로 와서 차 안으로 대가리를 들이미는 것이 아닌가.




능청맞게 차 안을 두리번거리길래 옆에 초코볼을 얼른 집어 말 주둥이에 대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툼한 혀가 쑤욱 나와 초코볼을 쓸어갔다.

그러더니 그 콩만한게 맛이 있었는지 ' 더 없나 ? ' 하며 내 사타구니에 주둥이를 박고 뒤지는 것이 아닌가.

무섭기도 하고 두 여인 앞에서 봉변 당하겠다 싶어 초코볼 몇개를 더 꺼내 말 입에 대주었다, 길게 튀어나온 주둥이에 가려져 내 손바닥이 안 보이자 손 주위를 혀로 다 햝아댔다. 이러다 내 손까지 말이빨에 씹히는 거 아닌가 공포감을 느끼며 얼른 입안으로 초코볼을 밀어 넣어주었다,  


손바닥과 손등이 말의 침과 풀로 범벅이 되었다,

더 있다간 말을 성추행으로 고소해야 할 거 같아 말 면상을 밀며 얼른 차를 출발시켰다 


검은 말이 따라오지 않을 정도로 멀찌기 떨어진 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오십평생 첨 겪어 보았다. 추행과 강탈을 당했지만... 왠지 기분이 나쁘진 않네 ... 음~



오늘은 평일이라 지난 일요일보다 사람들이 적고 주차장도 넉넉했다,   



개와 당나귀가 한가로이 놀고 있다


























































지난번엔 내가 안 따라와서 사진을 못 찍었는데 오늘은 소원 푸는 현주










오늘은 신랑신부 대신 관광객들




황금노을 속에 므츠헤타




















































해가 서쪽 산사이로 저물자 시소타듯 반대편에서 달이 두둥실 떠오른다.

흰 바득알을 보며 수도원을 내려왔다 



아까 본 당나귀와 개가 아직도 놀고 있다.




당나귀는 덩치가 크지만 아직 애기고 개도 강아지 딱지 뗀지 얼마 안되어 보였다

개가 아주 당나귀를 갖고 놀았다. 덤비고 물고 도망가고 숨고 ... 둘 재롱떠는 모습에 사람들이 홀딱 반해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요 녀석들이 주차장까지 내려와서 놀고 있다,




뉴질랜드 타이루아, 동네 커피숍에 들어온 참새손님과 아침 숙소 발코니 창을 열면 모여드는 갈매기들이 생각난다. 캐나다 카필라노 계곡에선 다람쥐들이 사람들 주변을 서성이곤 했지만 개,소,고양이,돼지,말,당나귀 등... 모든 동물들이 조지아처럼 천진난만 행복하게 사는 곳을 본 적이 없다. 옆 나라 아르메니아 아라라트산에 정박한 노아의 방주에서 방금 뛰쳐 나온 애들 같다. 천국에선 사자와 양과 사람이 평화롭게 함께 산다던데 여기가 그 천국이 아닐까 ?

많은 사람들이 조지아의 관광지 사진에 매혹당해 오지만 이 나라의 숨겨진 진짜 매력은 인간과 동물간의 무한한 믿음과 사랑이었다


즈바리와 회포 다 풀고 홀가분하게 산을 내려왔다.


트빌리시에 들어왔을땐 까만 하늘위에 떠 있는 눈부신 네온사인과 휘황찬란한 광고판에 완전히 미혹되었고 옥죄는 도로위 차들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두 여인도 오랜만에 눈앞에 터지는 대도시의 혼잡함에 턱이 빠져 조용했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인

Riverside hotel    GPS  41.702226, 44.799880 에 도착했다

호텔이 메인도로 삼거리에 위치해 있어 찾기는 쉬웠다, 호텔 옆 인도에 주차하자 직원이 바로 나와 자리를 봐 주었다. 별도 주차장이 있냐고 물었더니 이 곳은 호텔에서 관리하는 전용구역이니 안심하라고... 


프런트에 다소 앳된 아가씨가 체크인을 봐주는데 이쁜 얼굴이 아깝게 표정과 말투가 무뚝뚝해서 나도 인상이 굳어졌다.

씨티카드 선결재 한거 취소하고 나머지는 국민카드로 결재. 총 숙박비 1730라리 (726,600원)  

One room one night 에 12만원이 넘으니 나도 부담스럽고 조지아에선 아주 비싼 호텔이다. 그간 어땟건 끝이 좋으면 다 용서된다.


트렁크 끌고 가는 도어맨 뒤를 따라 좁은 복도를 지나 우리 방에 와 보니 너무 고급졌다



붉은 부겐베리아가 핀 Paris 그림도 멋지고


고급 이탈리안 벽지, 조지아산 최고급 나무로 만든 가구, 천장등 실내 수공 마감, 호텔건물이 조지아 건축의 걸작이라는 등... 좋은 말도 많이 써서 붙여 놨고






최신 오디오 FM에선 신나는 음악이 빵빵 터지고


고급스럽게 포장된 추루첼라



욕실 거울에 조명버튼까지 있다



욕실 라지에타가 차디차서 룸서비스 불러 틀어달라고 했더니

와서 보고 어딘가 전화 해보더니 ' 아직 기온이 낮지 않아서 안된다 ' 고 해서 고건 실망.,


오른편 녹색이 우리 객실




원래 슈페리어로 예약했는데 탁자위에 브로슈어를 보니 이 방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딜럭스였음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맘이 안 생길 정도로 방이 맘에 든다.

현주는 11시가 넘었는데도 감탄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