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Central park 의 샘물은 쇳내

2019. 9. 10. 21:00Georgia 2019





원래 오늘은 보로조미 주변을 돌아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네비를 찍어보니 카츠키 수도원 (Katskhi column)까지도 백여 km, 2시간이 더 걸리는 먼 거리였다, 그 정도면 나도 벅찬데 두 여인을 차안에 감금하는 것 같아 일정을 급변경했다. 보르조미의 대표유원지인 Central park를 오늘 돌아보고, 카츠키등은 내일 트빌리시 돌아가는 길에 들르기로...




웃고 떠드는 사이에 케이블카는 벌써 계곡 아래로 내려왔다.

장난삼아 남자에 안겨 석별의 정을 나눴다


나도 옛날엔 한 덩치 했는데, 남자가 하도 장대해 그의 폼에 꼬옥 안겼다


앞서 내려간 여자도 밝게 인사를 했다,


이번엔 H가 날 따라서 그 남자를 포옹했다. 

아래에서 그걸 본 여자가 질투난다는 듯 주먹을 쥐고 흔들어 모두 박장대소했다,


H가 생수 한병 사러 가서 난 현주랑 유원지 정문앞에서 기다렸다



Central park 입장료는 1인당 2라리 (840원)

쪽창에 돈을 밀어 넣었는데... 매표소안엔 나무늘보 두마리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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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기둥마다 보르조미 생수모형이 붙어 있다


애기들을 유혹하는 야외 사진관.

어렸을때 구루마에 앉아 호수별장그림 배경으로 사진 찍은 기억이 불연듯 떠올랐다.












보르조미 광천수를 실컷 마실 수 있는 샘물터,


H가 ' 광천수를 받는다 ' 고 돈주고 산 생수를 바닥에 따라 버렸다

대중목욕탕터 같은 곳에서 한 여자가 사람들의 빈병을 받아 물을 채워 주고 있었다. 직원인가 ? 좀 의아했는데 돌아올때는 아무도 없는걸 보니  그냥 관광객이 호의를 베푼게 아닌가 싶다.


그땐 우리도 당연한듯 병을 내밀고 보르조미 광천수를 한병 받아들었다




후배들은 맛있다고 하는데 난 한모금 마셔보고 바로 뱉어버렸다, 화암약수보다 더 쇠 녹슨 맛이 났다,


현주와 H는 유원지 안으로 더 들어가 본다고 해서 난 벤치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입장료가 있는 공원인데도 동네 할아버지들이 모여 볕을 쬐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맞은편 산중턱에 사슴 두마리 숨어 있는 것도 발견.





아래는 현주 카메라에 담긴 사진





















우리가 탔던 케이블카



유원지 위쪽으로 올라가면 아이들 놀이동산 조금 있고 산책로가 금방 끝나버린다.




















정문옆 오른편에 지은지 오래되어 보이는 석조건물이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어두컴컴한 실내에 흑백사진을 전시해 놓아서 들어가 보았다



단체관람객





비록 낡았지만 비싼 대리석을 많이 사용한 거 보니 당시엔 상당히 공을 들인 건물인듯하다





보로조미가 일찌기 온천휴양지로 유명해서 러시아 귀족의 별장, 광천수 공장등 부유했던 마을의 옛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 나 ' 마리안스케 라즈네 ' 도 같은 온천 휴양지로 출발했지만 이 두 곳은 현재까지도 더 화려해지고 더 유명해지는 반면에 보르조미는 상당기간 철의 장막에 가려 있다보니 사라지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로 쇠락했다.

마리안스케 라즈네 여행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








Central park 를 나오며 입장료 840원도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정문 앞길 500 미터 남짓 거리엔 고급호텔들과 기념품점, 레스토랑들이 성업중이다,














담배꽁초를 소품삼아 연출샷 












목도리등을 파는 노점앞 빈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는데 근처에 있던 주인할머니가 돌아왔다.

H가 놀라서 일어나자 오히려 의자를 내주며 맘껏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상인들이 여유가 있다



야외 마당 테이블에 손님도 많고 분위기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에 커피 한잔 하러 들어갔다.





오후가 되자 점점 추워진다. 9월이지만 산바람이 벌써 서늘하다.

내가 개처럼 떠는 걸 보고 현주가 목도리를 내줬다. 사양할 수가 없었다,






구석자리에 아랍커플이 먹는 피자가 맛있어 보여서 커피에서 급변경. 두툼한 것이 밀라노피자 같아서 주문했는데 ...


막상 나온건 우리가 기대한 게 아니였다. 여기서 첫번째 실망,


샐러드는 고수(코리앤더) 에 방앗잎까지 향신료 범벅. 두번째 실망


나중에 시킨 Cutlet with potata garnish ... 란 음식은, 돈가스가 아니고 고기완자 같은건데 많이 짜다. 세번째 실망.


그나마 커피는 성공.

여기도, 아침 레스토랑도 ... 오늘은 메뉴선택이 영 꽝이다.






레스토랑을 나와 차 세워놓은 정문으로 돌아왔다, 수동으로 문을 열었더니 시동이 한두번만에 걸렸다

나는 차타고 숙소로 가고 현주와 H는 빵집을 들려 걸어오기로 했다


현주가 찍은 사진






어제 세워놓은 공터에 주차후 민박집으로 들어왔다.

마침 할아버지가 있길래 숙박비를 내려고 하자 집안에 할머니를 불러왔다, 할머니가 치부책을 펼치더니 333 이라고 쓴 숫자를 짚었다.

' 내방 167  H방 165 합 332라리 (139,440원) 으로 알고 있다' 고 했더니 그러라고 한다. 현찰을 내주자 할머니 얼굴에 첨으로 미소가 생겼다. 


시그나기 민박집은 뭐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는데 보르조미는 야박할 정도로 인정미가 안 느껴진다, 여기는 오래전부터 관광지화 됐고 전세계에서 손님들이 밀려드는 반면, 시그나기는 최근 뜨는 곳이고 그 민박집도 오픈한지 4년 되었다는게 이유일까 ?

조지아 숙소들을 예약하며 여기 보르조미를 가장 기대 안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는 만족스럽다. 거실있고 주방에서 뭐 해 먹을 수 있어서 두 여인이 더 맘에 들어한다. 이런 곳에서 몇달 살기도 가능하겠다 싶다,


스바루 SUV 한대가 골목길을 후진으로 내려와 대문안으로 들어오더니 마당 비탈면에 환상적으로 주차를 했다, 윗층 천정과 차지붕 사이를 한 뼘도 안 되게 바짝 붙이는거 보면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대머리 남자와 부인, 딸이 내리는데 인사를 나눠보니 첫날 통화한 이 집의 아들내외였다, 흑해로 휴가를 갔다가 바투미에서 6시간 운전해 도착했다며 거긴 비오고 춥고 피곤하고... 집이 더 편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할아버지보다 아들이 더 잘 생겼다.


저녁은 Bergi 레스토랑가서 조지안 전통 치킨요리인 시크메룰리 (Shkmeruli)를 먹으려고 했었는데 두 여인이 오면서 산 빵과 꿀커피로 배가 차 버렸다, 마을 산책에 맛들린 두 여인은 콩빵을 사러 다시 나간대서...


나도 주차된 차 확인도 할겸 마을 산책을 나섰다



동네 가로등이 유난히 따스하게 보인다.


고양이가 애처롭게 울길래 나도 고양이소리로 호응을 해줬더니 더 울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차 번호판이 특이해서...






나뭇가지처럼 복잡하게 퍼진 골목길을 천천히 거닐어본다

   할머니들이 모여앉아 낯선 이방인을 힐끗거리고

   저녁먹고 나온 사내녀석들은 축구공 들고 뛰어가고

   포근한 집안이 골목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는 정겨운 동네

길냥이같이 귀여운 어린 여자애들이 골목으로 나오다 날 보고 수줍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내가 ' 안녕 ' 하니 '은뇽, 은뇽 ' 따라하며 하얀 손바닥을 흔들며 뛰어가고...


민박집 대문앞에서, 콩빵을 사들고 골목길을 올라오는 현주와 H를 조우했다


마당에 앉아 보석같이 반짝거리는 밤동네를 하염없이 감상하다 담배냄새가 신경쓰여 나 먼저 들어와 샤워하고 면도.


두 여인은 9시 넘어서까지 밖에서 이야기하다, 꽁꽁 언 현주가 뛰어들어와 라지에터에 등을 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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