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오 마이 Tchiatura !

2019. 9. 11. 09:00Georgia 2019





보르조미에서 3일간 푹 쉬었더니 오늘은 8시에 가쁜히 일어났다.



삶은 계란, 빵, 과일, 커피... 배부르게 먹고 주방 깨끗히 정리해주고 10시 30분쯤 출발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우리의 최애 앙증맞은 인스턴트 키피를 두고 온걸 귀국후에 알았다능.


정들었던 Begi 레스토랑 앞을 지나


보르조미를 떠난다.

요며칠중에 가장 화창한 날씨에 현주와 H가 마냥 행복하다.


도로위 자해공갈단.

멀찌기 떨어진 차 트렁크에 두사람이 앉아서 망을 보고 있다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우린 네비의 지시대로 한적한 지방도로 들어섰다.







한국의 옛 시골 느낌나는 마을을 지나자 능선이 부드러운 산속으로 차가 들어갔다. 

인가도 전혀 없고 차량 통행도 없고 공장이나 창고 같은 것도 없고... 오로지 초록의 산과 숲,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 

창문을 열고 달린다.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만 들리는 곳. 자연스럽게 힐링되는 기분.




지도상에는 중간부터 비포장으로 표시되어 있어 언제 이 즐거운 드라이브가 끝나려나 내심 불안했지만 차선 페인트가 그려지지 않은 구간만 조금 있었을뿐 달리는 길 내내 새로깐 도로가 비단처럼 부드럽게 펼쳐졌다, 

왼쪽, 오른쪽, 완만하게 돌아 나가는 길이 계속 이어져 꼭 스키타는 기분이었다. 

앞길을 방해하는 건 느긋한 소들뿐이었다,





산등성이엔 전원별장 같은 집들이 드문드문 자리한 마을이 있었다. 한눈에 봐도 부유해보였다,

지금까지의 조지아와는 전혀 다른 풍광이다







고원지대를 한동안 달리다







앞산이 병풍처럼 나타나고 슬슬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고원을 반쯤 내려왔을때 더 멋진 길이 나타났다


길 양쪽 키 큰 미루나무들이 산들바람에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차를 멈추지 않을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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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이라도 하고 싶은데 갈 길이 멀어 다시 출발.

산 아래 삼거리에서 주도로에 진입했다. 가난하고 약간 너저분한 조지아 풍광이 다시 나타났다,





길은 제법 큰 도시를 지나 다시 건너편 산쪽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발견한 찌아투라 (Tchiatura)

" 어 ? 너가 여기서 왜 나와 ? "


원래 내가 가려고 했던 루트는 아래지도에 분홍색 코스인데 네비가 지멋대로 파란색코스를 안내한 것이었다,

그래서 목적지에 도착도 안했는데 찌아투라가 나타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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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조지아 여행에서 내가 젤 가보고 싶었던 곳이 이 찌아투라를 위시해 주변 쿠타이시(Kutaisi), 트키불리(Tkibuli) 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한물 간 낡고 지저분한 도시들, 

전혀 여자들의 취향이 아니여서 질색을 하겠지만 나의 마이너 감성에 불을 붙인 곳. 그 곳을 지금 들어가고 있다



찌아투라는 강원도의 고한,사북, 태백쯤 되는 곳이다.

한때 검은 황금으로 번성했던 탄광도시였으나 지금은 시꺼멓게 말라가는 도시,


개까지도 검다,


암반 터널을 지날때 스페인의 Setenil 이 갑자기 떠올랐다.

세테닐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




절벽옆에 지어진 거대한 건축물




신나서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댔다





찌아투라의 명물인 고물 케이블카,

내가 봐도 아찔하고 위험해 보이는데 외지인 관광객들이 자꾸 몰리자 시에서 산위 주민들만 이용하게 제도를 바꾸어 버렸다.




밑에 안전망까지 걸쳐 놓았는데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랫도리가 후덜거렸다,

공짜로 타라고 해도 못 탈듯



앞차가 멈춰서서 나도 뒤에 섰는데 한참을 정차하길래 보니,,,마을 버스인거 같았다,





탄광촌을 지나자 번화한 시내에 들어섰다.

고급스런 건물들이 옛 영화를 증명하듯 곳곳에 세워져 있다,





앞에 가던 경찰차는 길한가운데 멈춰서 지 볼일 다 보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



주도로에서 우측 마을길로 빠졌다.

좁은 인도를 따라 장이 섰다, 한국에서는 이제 보기 힘든 지빙도시의 활기를 여기서 보게 되니 신이 났다. 기분같아선 근처에 주차하고 와서 장구경하고 싶었는데...








마을길은 구불구불돌아 언덕위로 올라왔다. 서민들 달동네 느낌이 난다






찌아투라 시 경계를 넘어간다,




길거리를 활보하는 돼지들





길옆에 노랗게 따라오는 도시가스 파이프를 보며 ' 누가 라이터 들고 위협하면 도시하나 날라갈거라 '  ' 가드레일보다 더 무서워 누가 함부로 차로 들이받지도 못할 거라 ' 고 ...농담을 하며 지나간다,





꽤 높이 올라오자 건너편에 고원지대와 그 너머에 고산준봉들이 다 눈에 들어왔다





산모퉁이를 이리저리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