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0. 10:52ㆍGeorgia 2019
꿈은 달콤해 연속극으로 꾸고 싶어도 자꾸 눈이 떠진다. '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 는 말을 끄집어내며 억지로 일어난 시간은 10시반.
현주는 벌써 일어나 돌아다니고 있고, 옆방의 H는 8시에 깼는데도 그냥 이불속에서 안 나오고 싶어서 조용하다.
어제 간 Bergi 에서 늦은 아침을 먹기로 했지만 일단 뇌부터 Georgian Honey coffee 에 흠뻑 담궈 놓지 않으면 하루를 시작하지 못할 정도로 중독이 되어 버렸다. 뜨거운 물에 데친 소시지와 커피를 허겁지겁 삼킨후 설겆이까지 깔끔하게 마치고 숙소를 나섰다,
먼저 골목을 내려오다 계단에서 넘어질거 같아 철재난간에 살짝 등을 기댔는데...
난간이 스르르 뒤로 젖혀지며 쎄멘 턱에 털썩 엉덩방아를 찧었다. 넘어진 것도 아니고 앉은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 챙피해 일단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아무도 없어서 툭툭 털고 일어났다
직후에 두 청솔후배가 골목으로 나왔다,
골목끝 어우운 터널같은 곳을 나오면 바로 큰길이다. Bergi 레스토랑은 바로 좌측.
식당안으로 들어서자 한번 봤다고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
그런데 할머니, 아줌마, 서빙하는 아가씨들 모두 어제 둔 장기판의 말처럼 똑같은 위치에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설마 퇴근을 안했을리는 없고... 내가 잠깐 나갔다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내년에 와도 그대로일 것만 같은 느낌.
나이가 얼굴 근육에도 드나보다. 주둥이가 튀어 나오고 뾰루퉁한 노인네 표정이 나도 모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장고뒤 악수. 고기를 다진 음식인데 ...실패.
' 한번 먹어보라' 현주를 어르고 달래도 전혀 안 넘어가고 나를 놀려댔다.
둘이 주문한 것도 별 볼일 없긴 매한가지. 향신료가 강한 조지안 전통음식이라 내 입맛엔 안 맞았다.
영어번역에 음식사진까지 있는 메뉴판으로 이렇게 실패하기도 힘들듯...
입가심을 해야 될거 같아 디저트케익을 주문했다. 아기씨가 " Small, Big ? " 묻길래 나눠 먹으려고 Big (5라리, 2,100원)을 선택했다
잠시후 달콤한 케익이 쟁반 가득 담겨왔다.
' 마지막 메뉴가 날 살려주는구만, 역시 녹슬지 않았어 ! ' 하며 두 손으로 쟁반을 받으려는데...
아가씨가 쟁반을 안 뺏길려고 하며 " 고르라 " 는 것이 아닌가. 처절하게 밟아주는구만.
" 초코로 주세요..."
달콤한 케익맛이 씁쓸하구만 ~
음식 남기고 총 30.8 라리 (12,936 원) 계산
식당을 나와
다시 골목길을 올라간다
어제 저녁 주차하며 ' 어떻게 하면 배터리를 아낄까 ? ' 궁리하다, 차문을 리모컨대신 키구멍에 수동으로 잠갔다,
아침에 차키로 문을 열고 기대반 우려반... 시동을 걸어 보았다, 두번째 시도에 푸두둑~ 바로 걸렸다.
내가 우쭐대자 현주가 ' 왜 그리 똑똑하냐 ' 고 놀렸다. 현대자동차 엑센트의 러시아 버전인 솔라리스(Solaris)\
빠떼리를 아주 쥐어짜고 있다,
길 한복판에 페인트로 작은 원이 그려져 있고 것도 로터리라고 차들이 능청스럽게 돌아 나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심플한 로터리가 아닐까 ?
계곡 유원지 안쪽으로 쑤욱 들어가자 정문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긴 한데 ... 빈자리가 없다.
관리 할아버지가 손짓하며 인도끝에 대라고 알려 주었다, 고마워서 주차비나 팁이라도 주고 싶은데 별 말없이 쿨하게 사라졌다.
정문 바로 옆에 케이블카 승강장.
매표소 아줌마가 ' 편도냐 왕복이냐' 고 묻길래 ' 위에서 표 살 수 있냐 ? ' 고 물었더니 안된다고 한다.
왕복 3명 총 30라리 (12,600원). 온리 캐쉬, 3장은 내려올때 쓰라며 펴 6장을 내주었다.
표 검사하는 할아버지가 옆에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다 현주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 할아버지가 몸을 바짝 끌어당겨 불쾌했다 ' 고 현주가 저녁때 말했다
할아버지가 케이블카에 따라 들어와 문을 닫더니 워키토키에 대고 뭐라고 하자 덜컹 ! 케이블카가 몸부림을 한번 치고 올라갔다.
달랑 하나 매달고 손님 있을때만 운행하는 아주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현주가 강제로 입힌 옷,
케이블카가 양 계단사이 좁은 홈으로 들어오며 가운데 있는 쇠막대를 툭 친다.
그럼 브레이크가 잡히고 후진으로 기어가 바뀌는... 하도 단순해 나 같은 기계치도 바로 이해가 되는 구조
우리를 내려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케이블카,
눈깜짝할 사이에 산위로 올라와 유원지와 보르조미 시내를 내려다 보고 있다,
산위엔 개점휴업 카페 하나, 관광객용 카트 몇대 대기해 있고... 썰렁하다.
난 널판지위에 비스듬히 앉고
현주와 H는 정처없이 트레킹을 나섰다,
하도 손님이 없자 직원이 카트로 주변을 돌며 호객하는 중
앉아 있으니 슬슬 심심해져 나도 산길을 따라 가봤다.
한 아줌마가 산속에서 뭘 채취하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자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며 전망이 좋은 둔덕위에 섰다,
아줌마가 주변을 지나가길래 ' 가마르조바 ' 라고 조지안 인사를 건냈다.
아줌마가 세련된 영어로 " Hi ! " 하더니 바로 " 까리에 ? "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훅 들어왔다. 치나, 자뽕 도 아니고 ...
옆구리에 낀 바구니엔 뭔 버섯이 반쯤 담겨 있었다
아줌마가 멀리 사라진 후 먼 산을 향해 바지 지퍼를 내렸다
한편 두 여인은...
나랑 같은 장소에서 산 힐아버지를 만나고
조금 더 들어가자 왠 산적같은 할아버지가 손짓을 하며 부르더란다. 겁많은 현주는 그대로 있고 H가 다가갔더니 이쁘다고 갑지기 볼에 뽀뽀를 해서 질겁을 했다고... 그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욕이 나왔다. 한국 같았으면 바로 쇠고랑.
1시간이 훨씬 지난 후 현주와 H가 돌아왔다,
운행을 멈춘 대관람차
케이블카를 기다리다 조지안 중년커플을 만났다.
우리가 ' 한국' 이라고 하자 낮술에 취한 남자가 '남, 북 ? ' 묻더니 ' 북한은 머리가 돌았다 ' 며 자기 머리에 대고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우리가 북한에서 왔다고 했어도 똑같은 제스쳐를 취했을게 뻔했다 ' 남조선은 대가리가 돌았씀다 '
현대, 기아도 잘 알고 있었고 자기 폰을 꺼내 보여주는데 삼성 최신형 모델이었다, 웃음소리가 걸판진 여자는 성격자체가 유쾌했다
공중에 매달린 케이블카가 달컹 ! 하며 출발하자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아주 신이 났다.
표 받는 할아버지까지 신 나서 케이블카 문을 열고 허공에 내리려고 하는 바람에 놀라서 뜯어 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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