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9. 21:16ㆍGeorgia 2019
한편, 현주와 H의 눈에 비친 보르조미의 일상은...
로터리 근방의 재래시장과 쿠라강 너머 동네를 구경한 후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공원 벤치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잔이 간절한 그 순간, 기도에 응답하듯 지나가던 한 남자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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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차 안에서 편하게 보르조미 구석구석을 다 둘러보고 났더니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H가 봐둔 레스토랑이 있다 해서 찾아갔다,
Bergi cafe & restaurant
<클릭하면 확대됨>
다행히 레스토랑 앞에 차 한대 세울 자리가 비어 있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동네 개가 만만해 보이는 테이블 밑을 어슬렁거리다
햐늘에서 음식이 떨어지길 기다리다 지처 ... 쓰러졌다,
순박한 조지아 웨이터가 가져다 준 메뉴판.
보기만해도 군침이 고일 정도로 음식사진을 잘 찍어 놓았다
신나게 뛰어가는 소녀들
아직 음식도 안 나왔을 정도로 잠깐 앉아 있었는데 금방 추워지고 길거리 매연이 심해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지안 스프가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오트밀도 적당히 달아 굿 초이스 !
현주가 좋아하는 가지요리
배가 불러 힝칼리 하나 남은걸 아무도 건들지 않길래 가위바위보로 왕게임을 해서 내가 이겼다.
현주에게 다 먹으라고 했다가 결국 나랑 반반 나눠 먹음
트레일러 두 대가 갓 출고된 현대자동차를 가득 실은 지나간다.
옆 나라 터키의 Izmit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생산되어 흑해를 통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주가 옆 두 여인 테이블에 놓여 있는 게 맛있어 보였나보다.
서빙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 카푸치노 빅 사이즈' 였다. 카푸치노 한잔은 5라리인데 이건 큰 대접에 더블샷이 들어가 8라리 (3,360원)라 한다. 우리 주문하는 소릴 들은 옆 테이블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는데 알고보니 여기 식당 주인들이었다. 할머니는 음식총괄 아즘마는 경영사장.
한참 있어도 커피가 안 나와 뒤를 돌아보니 아가씨가 넓은 사발 위를 우유거품으로 다 덮느라 커피머신 앞에서 트위스트를 추고 있었다.
사발 카푸치노를 앞에 두고 마냥 행복한 현주,
더 앉아 있고 싶어도, 들락거리는 외국여자들의 향수냄새가 얼마나 찐한지 위경련이 생길 지경이다.
총 50.6 라리 (21,252원) 계산해 주고 일어났다,
경찰서쪽으로 빙 돌아 동네 뒷길을 올라
남의 집 담벼락 공터에 주차하고 Green rose 까지 걸어왔다
주변 집들이 거의 다 게스트하우스인데 대충 봐선 Green rose 가 젤 잘 되는 듯
내가 어제 차 대던 자리에 마침 다른 차가 세워져 있다,
어제 지나가기만 해도 철망뒤에서 짖어대던 개.
오늘은 들여다 봐도 귀찮은 듯 엎어져 있다
해질 무렵, 포도덩굴 아래 어두컴컴한 의자에 할아버지 혼자 앉아 앞산만 바라보고 있다.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들에게 안방 내주고 뒤치다꺼리 하는 걸 즐기시는 거 같진 않고...
해야 될 일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억누르고 살면 안 해도 될 때를 망각해 버리는 구나 싶다.
The long day is over...
Don't know why...
Come away with me...
What am I to you...
옆에서 노라 존스가 낮과 밤 사이를 잔잔하게 이어 붙이고 있다
낮에 시장에서 사온 과일은 실패
거실이 있으니 모여 앉아 과일먹으며 수다 떨기 딱 좋음. 이래서 스위트룸, 스위트룸 (Suite room) 하는 구나.
처음엔 숙소가 맘에 안 들었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
좀 추워서 할아버지에게 라지에타를 틀어 달라고 했더니 부엌에 보일러 밸브를 열어주셨다, 고마워서 1 + 1 으로 산 과자 한봉지를 안겨드렸더니 처음엔 거절하시다가 멋쩍게 웃으시며 가져가셨다,
우리방 라지에타는 금방 따뜻해지는데 H 방은 아직 차갑다더니 잠시후 온기가 들어온다고 좋아했다.
난 뜨거운 물에 샤워 실컷하고 빨래까지 끝냈는데, 현주와 H는 늦은 밤까지 장미마당에 나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실 탁자위에 다리 올리고 초콜릿 하나씩 입안에 녹여 먹으며 TV 채널 돌리기.
현주는 뜨끈뜨끈한 라지에타에 빨래 널어 놓고 얼굴에 팩 붙이더니 바로 잠들어버렸다
조지아에서 아홉번째 맞는 밤. 벌써 여행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민박집이 주는 내집 같은 편안함에 취해, ... 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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