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Borjomi 뒷골목

2019. 9. 9. 10:00Georgia 2019





새벽에 화장실 가는 코스가 조지아 여정보다 길다,  안방 -> 거실-> 부엌-> 화장실


이번 숙소는 조식불포함이라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이불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보니 10시반.

그새 H 는 동네 산책을 나갔다.


빵 데우고 소시지 굽고 계란 삶고 뜨거운 꿀커피... 아침상이 호텔 조식뷔페 부럽지 않다


설겆이 끝내고 거실로 나왔더니 H가 깊은 사색에 빠져 있다. 

방해되지 않게 살짝 내 방으로 들어왔다


12시쯤 혼자 밖으로 나왔다, 할아버지가 웃는 얼굴로 말없이 배웅을 나오셨다




마을뒤로 돌산이 높게 솟아 있고, 절벽위에 십자가를 띄엄띄엄 꽂아놓았다,




혼자 차끌고 보르조미 구석구석 쏘다닌 여정.

사진찍은 장소를 지도에 숫자로 표시해 보았다. 

<클릭하면 확대됨>



Green rose 대문앞 골목


살짝 처다보는 내 차


녹슨 철망 뒤에 큰개가 살고 있다



오늘 아침도 시동이 간신히 걸렸다


현주와 H가 골목을 올라오고 있다.

오늘은 각자 스타일대로 보르조미를 즐기기로...





강 너머 고층아파트,  폭격을 맞은 건지, 불이 난건지 외벽이 검게 그을려 흉직했다


강을 따라가다 집들이 뜸해져 언덕위에서 차를 돌렸다,

길갓집 마당에서 할아버지,아들,손주 남자 삼대가 사이좋게 앉아 있다 낯선 아벙인과 눈이 마주쳤다


곳곳에 거대한 건물들이 폐허처럼 버려져 있다,


이 곳이 예전엔 고급 온천호텔이었다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 

입구가 무섭지만 호기심을 못 참고 들어갔다




계단 난간을 나뭇가지등으로 대충 만들어 놓았다. 각 층마다 난간 재질과 형태도 다 달랐다.

올려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데 인기척이 있었다


도로에서보면 사람이 안 사는 것 같았는데 안에 와 보니 빨래가 결려 있다


닭들이 평화롭게 마당을 거닐고 있다,


어디선가 개한마리가 짖지도 않고 조용히 다가왔다,



차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담배 한개피 빨고 주민들 눈을 피해 얼른 나왔다,


근처에 있는 또 다른 고층 아파트. 여긴 외벽창이 제각각이다, 거의 20층은 되어 보이는데 엘리베이터는 제대로 작동하나 ?


위태로워보이는 필로티구조. 횡한 1층에서 동네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무료하게 앉아 있었다


가분수처럼 불안해 보이는 아파트. 뒤둥거리다 넘어질 것 같다,

보르조미는 도시규모에 비해 고층건물이 많았다. 그런데 모두 지은지 꽤 오래 되었다는게 공통점,


옆 나라 터키에서 본 옛 가옥구조



산밑에 기차터널. 입구에 1943 이란 돌판이 붙어 있었다


넓은 터에 세련되게 지어진 건물. 예전에 리조트나 호텔로 쓰였을거 같은데 지금은 마당에 잡초만 가득했다,


 

한때는 수많은 사람들로 활기찼을거 같은 간이역



마을 건널목




동네 유일한 다리


공사중단된 건물



온천 관광구역으로 들어오자 건물들 때깔이 다르다


길위에 죽어있는 고양이를 피해 산위로 올라갔다 돌아내려옴



전망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한참 경치를 감상했다



골목 어딜가나 개들이 누워 있거나 어슬렁거리고 있다,

개도 사람도 심심한가 봄






시내 진입도로와 나란히 그어진 마을 뒷길, 한적하고 푸근한데 전망까지 좋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마을이나 도시의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말해 무엇하랴. 높은 산 고개를 넘어 내려다 보이는 도시. 새벽 안개에 잠긴 마을, 모퉁이를 돌면 서서히 보이는 어촌... 예전엔 길들이 마을이름 만큼이나 다양하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터널을 뚫고 다리를 얹고 고속도로를 뚫어 버려 도시의 첫 인상이 다 똑같다. 옛길을 찾으려고 해도 지도에서 지워져 버렸다.

어제 저녁 이 길로 보르조미를 들어왔으면 노파도 삥 뜯던 할아버지도 다 케이트 윈슬렛, 다니엘 크레이그로 보였을텐데...







산모퉁이를 돌다 만난 거대한 건물.

보르조미가 옛날엔 이 정도 규모의 수요가 있었고 건설, 관리 할 수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헤헤...메롱 ~




마을 뒷길이 놀랍게도 Green rose 근방을 지나가고 있었다. 

숙소에 들어가려다 말고 방 key 를 두 후배가 가져간게 기억났다



허망하게 숙소를 지나처 다시 경찰서 앞길로 내려왔다


갓길 빈자리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고 있다.


할머니가 식구들에게 큰 소리로 지청구를 하며 지나가고 있다


소일하는 동네 노인들


2시반.

딱히 갈 곳은 없지만 차안에 그냥 앉아 있기도 적적해 시동을 걸고 길을 빠져 나오다가 낯익은 두 여인을 발견했다.

그 시간,

현주와 H는 동네 마실을 마치고 벤치에 앉아 ' 형 만나 커피 마시고 싶다 ' 는 예기를 했는데 와이파이가...아니 아니 텔레파시가 통했다



벤치에 셋이 앉아 세런디피티(serendipity)의 체험을 기뻐하며 수다를 떨었다. 

오후가 되자 날이 흐려지고 추워 이내 몸이 떨려온다.

모두 차에 올라타 히터를 틀고 내가 갔던 루트대로 다시 돌아보았다


동네 끝, 아까 차 돌렸던 집앞에서 다시 차를 돌리다 삼대 가족들을 또 봤다. 이번엔 세명이 함께 마당일을 하고 있다가 눈이 마주쳤다.















어젯밤 과음했는지 아직도 길바닥에서 자고 있는 개.













보르조미의 뒷골목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주민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